13일 ‘대학 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의 원인과 해법’ 토론회
강사 및 전임교원, 정부 관계자 등 이해 당사자 한 자리에
비정규교수노조 “이윤 추구하는 대학의 기업식 운영에 문제”
대학 교수연합회 “고등교육 지원 정책 병행돼야”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 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의 원인과 해법’ 토론회 현장. (사진=허지은 기자)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 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의 원인과 해법’ 토론회 현장.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2019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은 ‘대란’이라 불린다. 이번 학기 개설 강의는 작년대비 교양 128개, 전공 108개가 감소했다. 학생들은 졸업과 진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개 분반으로 나뉜 수업에서 강사가 맡은 2개 분반이 사라지면서 학생들이 수강신청도 못 하고 있다.”(이진우 고려대 부총학생회장)

강사법 개정 이후 대학에서 강의 수를 줄이고 강사 수를 조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강사 대량해고 사태와 더불어 학생들의 수강신청에도 어려움이 발생하자,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민주평화당 갑질근절대책특별위원회와 조배숙 민주평화당 갑질근절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학 강사 대량해고 사태와 수강신청 대란의 원인과 해법을 알아보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번 사태에 관한 각계 전문가와 관계자의 의견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평화당 및 갑질근절대책위원회 관계자와 김도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을 비롯해 강사법 이해 당사자인 대학 전임교수들과 강사,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이 참석했다.

토론은 강사법 이면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강사 측은 대학의 운영 방식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임교수들과 대학 관계자는 열악한 대학 재정과 미비한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지원을 질타했다.

■강사 측 “기업형 대학이 원인…해고 강사 긴급 구제 대책 필요” = 발제에 나선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수직의 비정규직화 경향을 극복해야 한다며 기업형 대학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이윤을 추구하고 이익을 축적하는 방식의 대학 운영은 교수 노동시장을 비정규직 양산 형국으로 몰고 왔다”면서 “개정 강사법에는 교육·학문적 의미가 있다. 성숙한 학문이 양질의 고등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대학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학문 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한편 불필요한 구조조정을 방지할 수 있도록 대학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고 교원확보율 제도 폐지와 일자리를 잃은 강사에 대한 긴급구조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간강사 역시 “2011년부터 5개 대학에서 경제학 관련 수업을 해 왔다. 이번 학기에는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다. 강사법 개정 후 2만 5000여 명의 강사가 해고됐다. 대학 강의의 50% 이상을 담당해 온 시간강사에 대한 교육부의 구제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용우 전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 위원장은 “대학들이 개정 강사법 시행을 계기로 사실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교육부가 행‧재정적 수단을 강구해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학에 패널티도 좋지만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하다. 대학이 후속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서 일정 규율과 조율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근본 원인은 ‘강사법’보다 대학 기형적 구조, 고등교육정책” = 토론에 참여한 대학 전임교수들은 정부의 미진한 고등교육 정책으로 인한 비정상적 대학 구조를 문제 삼고, 교육부의 적극적인 고등교육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인식 전환과 환경 변화가 함께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 이형철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 상임회장(경북대 교수)은 “강사를 학문 동료로 존중하고 학문 후속세대가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그 일환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강사사회가 황폐화된다면 학문 후속 인력은 어디에서 확보하겠나”고 반문했다.

또한 “(강사법에 대한)인식만 바뀌면 되는 게 아니다. 고등교육 내실화를 위한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며 교육부와 국회를 향해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등교육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사학의 공공석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립대교수연합회의 김문주 영남대 교수는 정부가 고등교육 정책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대학 문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대학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은 없다. 오늘날 대학 사회는 교육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교육 ‘사업’으로 경쟁한다. 대학의 관심은 교육이 아닌 교육부의 돈”이라면서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대학 예산은 더 이상 갈 데가 없을 만큼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무관심을 꼽고 “대학이 공공재라는 점을 대통령이 인식해야 한다. 현 정부는 이 문제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의 김누리 중앙대 교수도 “고등교육 정책을 포기한 나라”라며 강도 높게 정부를 비판했다. 김누리 교수는 “역대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 때문에 한국 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기형적인 구조를 갖게 됐다. 87%의 대학이 사립인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냐”며“사립대학의 왕국이라 불리는 미국조차 사립대학의 비율이 20%를 넘지 않는다. 독일은 절대 다수가 국립대학”이라고 비교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 또한 대학 재정의 1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마저도 국립대학에 집중돼 사립대에 대한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12% 정도는 국공립 대학이 가져가고, 나머지는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경쟁을 시켜 나눠준다. 사립대학에 대한 국고 보조가 거의 없다는 것은 국가가 고등교육정책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재정이 충분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는 국공립대로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책연구팀장은 강사 수의 감소의 원인이 단순히 강사법에만 있는 것이 아닌, 고등교육에 대한 여러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주장했다.

이성은 팀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강좌 수 자연 감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립대학 전임교원의 주당 수업시간은 9시간 정도고, 강사는 1인당 평균 4.1시간을 강의한다. 전임교원이 한 명 늘면 시간강사 2,3명의 몫을 하는 것이다. 전임교원 수가 증가 추세에 있어 이 점 역시 강사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각종 고등교육 정책으로 다른 형태의 비전임교원 수가 증가하게 됐다. 강사 수는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김도완 고등교육정책과장은 “비정상적인 고등교육 체제를 지적해주셨는데 교육부 역시 이 점을 걱정하고 있다. 지혜를 모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교육 재정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확충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국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교육부도 더 노력하려고 한다”며 재정 확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강사법 안착 방안에 대해서는 “대학 협의체와의 지속적인 협조를 통해 강사의 고용 안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면서 “강사법 정착을 위해 법률 규정사항과 임용계약에 포함할 사항, 최대 강의시수 등 규정을 담은 시행령을 개정해 공포할 예정이다. 시행 매뉴얼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국립대 육성사업과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을 통해 강사 역량 강화와 근무환경 개선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연구비 확보 노력과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상황도 설명했다.

한편 강태경 수석부지부장은 신규진입강사를 위한 강의 쿼터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강사 공개채용 시 경력이나 실적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신규진입자를 구분해야 채용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기업이 경력직과 신입을 구분해 채용하듯 강사도 경력직 채용과 신규 채용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정 전 전북대 강사는 대학에서 일어나는 강사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공계 강사 및 계약직 교수는 여러 가지 형태로 대학의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거부할 경우 강의를 배정받지 못할 수 있어 거절이 쉽지 않다. 또 많은 정규직 교수들은 본인이 기술고문이거나 실질적 대표인 회사를 참여기업으로 대학 과제에 포함시켜, 강사 및 계약직 교수의 연구 성과와 지적재산권을 귀속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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