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등 175명 의원 ‘방송대 설립 및 운영 법률안’ 발의
방송대 “온라인으로 평생학습 책임지는 특수목적大…독립 법인격 부여 필요”
교육부 “법 통과 시 유례없는 형태…교육계 의견 모을 것”

방송통신대는 1972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치령’을 근거해 서울대 부설로 태생했다. 10년만인 1982년 서울대 부설에서 분리 독립했다.
방송통신대는 1972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치령’을 근거해 서울대 부설로 태생했다. 10년만인 1982년 서울대 부설에서 분리 독립했다.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45년간 국립 원격대학으로 운영돼 온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통신대)가 독립적 법인격을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정세균 의원을 비롯한 175명 의원이 방송통신대 관련 법률안을 발의하며 힘을 실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방송통신대는 경찰대학과 사관학교 등 특수목적 국립대를 제외한 국내 국립대 중 서울대·인천대를 이어 특별법을 갖춘 세 번째 대학이 된다.

교육계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방송통신대가 유례없는 대학 형태가 되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다. 국립학교법에 따라 시행령에 근거해 운영되는 국립대가 특별법인 특정법하에 운영되는 경우는 국립대법인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국립학교는 국립대법인과 국립대로 분류된다. 현재 국립대는 대통령령인 시행령으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국립대법인은 특별법 형식으로 별도 법률로 보장받고 있다. 지난 2011년과 2013년 각각 법인화를 이룬 서울대와 인천대만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인천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로 운영된다.

■ 고등·평생·원격교육 유일한 국립대…대학 운영 시 ‘한계’로 작용 = 지난 2월 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국방송통신대 설립 및 운영 법률안’은 방송통신대 설립 근거인 기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치령’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는 한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지원 책무 △방송통신대의 사회적책무·운영기준·특수성 등을 명시했다.

방송통신대는 1972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치령’을 근거해 서울대 부설로 태생했다. 10년 만인 1982년 서울대 부설에서 분리 독립했다. 일반 국립대와 다르게 온라인을 기반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평생학습고등교육기관이다.

그러나 설치령은 기본 조직에 관한 사항 등 단순한 조직규정으로 방송통신대의 역할 및 특수성을 반영하기 미흡하다는 지적이 대학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고등·평생·원격교육기관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국내 유일 형태의 대학이다 보니 일반대학과 사이버대학의 설립·운영규정도 모두 적용받지 못했다.

이는 방송통신대의 교육여건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사립 사이버대학은 사이버대학의 설립·운영규정에 따라 학생 200명당 교원 1인을 두도록 돼 있지만 방송통신대는 적용규정이 없어 현재 교원 1인당 학생 900여 명을 두고 있다.

재정지원은 타 국립대 대비 요원한 상태다. 국립대 회계법에 따라 국가는 국립대에 재정지원을 하고 있지만 방송통신대는 국립대 안에서도 원격대학이라는 특수성격을 띠고 있어 각종 국가 재정지원 사업 사각지대에 놓여왔다.

대학원 설치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다. 원격대학은 고등교육법 제29조 및 제29조의2에 따라 대학원을 설치 운영할 수 있지만 하위법인 원격고등교육법에 따라 일반·전문·특수대학원 중 특수대학원만 설립 가능하다. 특수대학원은 박사과정은 둘 수 없게 돼 있어 현재 국내 원격대학은 일부 석사과정만 개설돼 있다.

■ “대학에 독립된 법인격 부여”…교육여건 개선 효과도 = 현재 국내 교육법 체계는 교육기본법을 기반으로 영유아교육법·초중등교육법·고등교육법·평생교육법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고등교육법은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과 관련 기관들의 설치근거에 해당하지만 국립대와 사립대 설치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국립대 설치와 운영은 법률보다 한 단계 낮은 시행령 수준인 ‘국립학교 설치령’에 근거하고 있다. 사립대는 사립학교법을 통해 설립근거 등이 규정돼 있지만 이 법은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등교육기관을 모두 아우른다. 이처럼 국립대 설치 운영이 시행령 등 낮은 단계 법률에 근거하고 있어 최근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통신대는 법률안이 교육여건 개선에 궁극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국립대 중에서도 평생교육이라는 특수목적 교육을 하는 만큼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재홍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대학정책연구소장)는 “설립 목적자체가 일반 국립대와 다르고 강의기법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특성을 살린 법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영조물로 간주돼 온 대학에 독립된 법인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우리가 헌법에서 말하는 학문자유나 대학 가치를 보면 설치령을 근거로 운영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헌법 31조 6항에 교육제도처럼 중요사항은 법률로 정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듯이 독립대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대 기획처 관계자는 “서울대도 법인화 전에는 대통령령인 설치령을 근거로 운영돼 오다 몇 해 전 법제정으로 법인격을 부여받은 것”이라며 “방송통신대 법을 통해 재정·행정적으로 국가의 책임성을 법에 명시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유례없는 대학 형태” =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방송통신대는 유례없는 대학 형태가 된다.

시행령을 근거로 운영되고 있는 방송통신대가 이번 법안 통과로 ‘방송통신대 법률’을 적용받게 되면 상황은 바뀐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국립학교가 국립대와 국립대법인으로 분류되는데 시행령으로 운영되는 국립대가 개별 법령을 만든 사례는 서울대와 인천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법이 통과되면 방송대는 일반 국립대도 국립대법인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된다”며 “방송통신대 측에서는 대학의 운영 여건 개선과 재정지원을 받음과 동시에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받고자 추진했다는 입장이지만 법 체계적으로 봤을 때 혼란스러운 위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천대나 서울대는 법인화를 목적으로 법률이 제정돼 만들어진 대학이고 경찰대학이나 사관학교의 경우 특수 교육을 목적으로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대학”이라며 “특수목적대학이 아닌 국립대 중 법인화는 아니되 법률로 돼 있는 대학 형태는 유례없다”고 역설했다.

해당 법률안의 진척도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률안은 인천대나 서울대처럼 정부안으로 발의된 게 아닌 의원발 법안”이라며 “교육부 내에서도 담당 부서를 비롯해 국회와 대학 등의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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