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논술’ 향한 엇갈린 행보…한양대 신설, 가톨릭대 폐지
수능최저 완화 대학 ‘즐비’…건국대 ‘반대 행보’ 수능최저 신설  

최근 '사교육 유발'을 이유로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논술은 주요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존재다. 제시문 유형이나 수능최저 등에 있어 변화가 예정돼 있으므로 수험생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은 한양대 논술고사 모습. (사진=한양대 제공)
최근 '사교육 유발'을 이유로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논술은 주요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존재다. 제시문 유형이나 수능최저 등에 있어 변화가 예정돼 있으므로 수험생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은 한양대 논술고사 모습. (사진=한양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논술전형은 주요대학 입시에 있어 ‘키포인트’ 중 하나다. 전체 대학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정원내 기준 3.8% 비중에 불과한 전형이지만, 주요대학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당한 비중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서울권 15개 주요대학 가운데 논술선발을 실시하지 않는 곳은 서울대와 고려대뿐이다. 나머지 13개 주요대학에서 논술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원내 기준 15.2%로 결코 적지 않다. 올해 대입에서 논술선발을 실시할 예정인 33개 대학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논술의 비중은 14.1%에 달한다. 정시를 제외하고 수시만 놓고 보면 논술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진다.

주요대학 입시에서 결코 비중이 작지 않은 논술전형은 올해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수능최저를 전면 폐지한 연세대가 인문계열 논술고사에서 영어 제시문 출제를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의학논술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위기가 감지된다. 동국대와 숭실대는 자연계열 논술고사에서 과학논술을 없앴다. 올해 학생부 교과성적 반영을 없앤 대신 수능최저를 신설한 건국대, 수능최저를 완화한 동국대 서울여대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에리카) 등 전형방법에 변화를 준 대학들도 있다. 올해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이 같은 변화상들을 미리 확인하고 대비함으로써 합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수능최저 폐지’ 연세대 ‘영어 지문’ 도입하나…4월 말-5월 초 최종 결론 = 올해 논술에서 가장 큰 변화를 앞둔 대학은 연세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이 사라진다는 것. 지난해까지 수능최저를 적용해 논술선발을 실시한 연세대는 올해부터 이를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수능을 대비하지 않더라도 논술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험생 부담 완화를 노렸다는 것이 연세대가 밝힌 수능최저 폐지 이유다. 수능최저를 폐지해 ‘변별’이 쉽지 않아진 의대의 경우 논술선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여기에 연세대는 또 다른 변화를 준비 중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연세대는 올해 인문계열 논술에서 ‘영어 제시문’ 도입을 추진 중이다.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선행학습 영향평가가 실시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 판정이 나오고 있어 택한 ‘궁여지책’이라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수능최저도 없고, 논술고사 난이도도 올릴 수 없는 만큼 ‘변별력’ 때문에 영어 제시문을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들도 연세대의 변화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수시모집을 실시하고 있고, 2018학년부터 고려대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기에 연세대가 논술선발 실시 대학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곳이라는 점에서다. 

다만, 연세대는 영어 제시문 도입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세대 입학관계자는 “영어 제시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 아직 확정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수시 모집요강이 발표되는 4월 말 내지 5월 초가 돼야 영어 제시문 도입 여부가 명확히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입학관계자는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하는 시점에서는 영어 제시문 도입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학논술’ 놓고 엇갈리는 대학들…한양대 신설, 가톨릭대 폐지 = 의대 논술선발에 있어 활용되는 ‘의학논술’에서도 변화가 있다. 올해 논술에서 한양대는 의학논술을 신설하는 반면, 가톨릭대는 이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양대는 수험생 선발에 있어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의학논술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팀장은 “기존에는 수리논술만 있어 우수 수험생이 몰리는 의대에서 변별력을 주기 쉽지 않았다. 과학논술을 도입할 수도 있었지만, 수험생들의 글쓰기 능력과 논리성, 탐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의학논술을 신설하는 것이 더 적합한 방법이라고 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양대는 의학논술이 의대 논술선발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 팀장은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경우 수학·과학에 강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언어논술의 성격을 지닌 의학논술은 생각보다 변별력이 높다. 진정성 없이 ‘찔러보기’ 식으로 지원하는 학생들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도 의학논술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한 고교 진학부장은 “한양대는 논술선발에 있어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대학이다. 수학·과학 논술로만 의대 선발을 실시할 시 대학 재학생들이 ‘반수’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의학논술은 이러한 시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생명을 다루는 의대 특성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을 남겼다.

한양대와 반대로 의학논술 폐지 결정을 내린 가톨릭대는 다양한 부분들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가톨릭대 입학관계자는 “의학논술에 대한 외부 평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다만 제시문을 선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데다 의학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의학논술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이외 변화들은? 수능최저 변화 ‘눈길’…완화 행렬 가운데 건국대 신설 = 가톨릭대와 한양대 외에 제시문 유형에 변화를 준 대학은 존재한다. 동국대와 숭실대는 자연계열 과학논술을 올해부터 폐지하며, 아주대는 새롭게 선발하기로 한 금융공학과를 수리논술로 선발할 예정이다. 이보다 더 상세한 변화상들은 4월 말에서 5월 초 발표될 예정인 수시 모집요강을 통해 확인 가능할 전망이다.

제시문 유형 관련 변화 외에도 올해 논술전형은 바뀌는 부분이 많다. 의학논술 폐지 결정을 내린 가톨릭대의 경우 의대 수능최저를 완화하고, 논술고사 시간을 2시간에서 100분으로 단축하며, 교과성적 반영 학기 수를 줄이는 등의 변화도 예고했다. 

수능최저에 변화를 준 대학은 가톨릭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동국대와 서울여대, 숙명여대, 중앙대가 수능최저를 완화해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한양대(에리카)는 지난해와 동일한 2개영역 등급합 6이내를 유지했지만, 영역별 4등급 이내라는 기준을 삭제해 실질적인 수능최저 완화 효과를 냈다.

연세대가 수능최저를 폐지하고 수능최저 완화에 나선 대학들도 많지만, ‘반대 행보’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 지난해까지 한양대와 더불어 수능최저 없는 논술의 선두주자 역할을 했던 건국대는 올해부터 수능최저를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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