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사이버대 관광레저항공경영학과 교수

관광지리학자 윤병국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세계여행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윤 교수는 대학과 관광현장에서 관광학개론, 관광지리, 여행사경영론, 여행을 통한 인간 삶의 가치증진, 여행의 기술 등을 강의하고 이미 27권의 저서를 출간한 이 분야의 전문가다. 이 기획은 단순히 감성적인 여행기가 아닌, 그 국가가 지니고 있는 역사성, 지역의 문화가 녹아있는 ‘테마관광과 관광지’를 인식하고 지역의 관광지가 우리한테 어떠한 매력과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관광지리학적’인 시각으로 제시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이 분야의 선구자인 고 김찬삼 교수에 의해 저술된 전 10권의 ‘김찬삼의 세계여행” 의미를 현대에 맞게 재구성해 지식인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편집자 주>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세계일주여행의 첫 번째 여행지역을 어디로 할까에 대해 한참 고민했다. 김찬삼 교수님은 미국 유학이 그 시작이기에 그곳부터 시작했지만, 그분 시대에는 3번의 세계일주로도 갈수 없었던 곳…. 중국부터 시작해 가까운 일본 그리고 동남아를 거쳐 서쪽 방향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필자의 대학 시절 ‘죽의 장막’이었던 중국 자금성, 천안문광장에 가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그것이 동기유발이 돼 대학원 시절 ‘동아시아연구회’라는 학술동아리까지 만들어서 그 분야 다양한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지금까지도 그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는 적성국가에 대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기에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전경련이 지원하는 대학생 사회주의국가 연수의 교육조교로 참여해 중국 천안문광장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Forbidden City인 황제의 자금성 정면에 위치해 모택동의 사진이 걸린 천안문 광장, 중앙의 인민영웅기념비와 정면의 혁명탑과 모주석박물관, 오른쪽의 인민대회당, 왼쪽의 중국 역사·혁명박물관이 있고 중국의 모든 정치적 격변을 상징하는 공간…. 1919년 5·4운동, 1949년 모택동의 중화인민공화국 선포, 문화대혁명, 등소평의 등장과 개혁·개방의 현장 그리고 천안문 사태 등이 이곳에서 시작됐다. 지금도 낯선 여행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그곳의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에 가서 사진을 꼭 찍는다. 그래야만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고 가장 북적거리는 곳을 찾아든다.

여행은 나와 익숙한 곳을 찾는 것도 있지만, 나의 삶의 공간과 전혀 다른 이질적인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하트숀(Hartshorne, 미국지리학자)이 말한 지리학의 연구대상인 타 지역과 구별되는 개별 지역의 지역적 차이(예외주의적 속성, Exceptionalism)를 찾는 것으로, 각국가로 구분된 민족들의 다양한 특성을 기술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일상생활권을 떠난 여행객이 그 지역에 누적된 사물과 현상(事象)을 찾아내고 그것들과 교감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여행이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현장에 가서 장소감(Sense of place)을 느끼고, 그 장소가 주는 기운과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장백폭포
장백폭포

필자가 백두산을 세계여행의 첫 장에 넣은 것은, 백두산을 통해 중화사상(中華思想)에 얽매인 우리의 역사관을 탈피하고 한민족의 시원지를 찾는 모티브로 삼고자 한다. 백두산 하면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 단군(檀君, 텡그리, 당골래)이 탄강(誕降)한 성지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여행이 목적이기에 학술적 배경과 종교적 문제는 철저히 배제하고 순전히 실제적·현상학적 여행지설명만을 하고자 한다.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 국경에 있는 활화산이자 슈퍼화산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봉우리는 총 16개로 최고봉은 해발 2750m(북한, 남한 2744m, 중국 2749m로 측량)의 장군봉(병사봉)이며, 각 봉우리 정상 사이에 칼데라 호수인 천지(天池, 최대너비 3.6㎞, 둘레 14.4㎞, 최대 수심 384m)를 품고 있다. 3000m 가까운 거대한 산꼭대기에 엄청난 크기의 하늘 호수가 있으며 ‘어느 것이 하늘 빛이고 물빛’인지 구분점이 없어지는 그 공간에서 뿜어나오는 엄청난 기운은 한민족이라면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중국 또한 금대(金代)인 1172년에 영응산(靈應山)이라 해 제사를 지냈으며, 청대(淸代)에는 이곳을 왕조인 애신각라(愛新覺羅)의 발상지라 해 숭배했다. 즉, 신화와 전설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 근본이 같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천지를 가장 가깝게 오를 수 있는 천문봉에 오른 엄청나고 시끄러운 중국 관광객을 보고 있자면, 그들도 우리처럼 민족의 영산으로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천지는 네 방향으로 등반할 수 있다. 북파 코스는 백두산 코스 중 가장 먼저 개발돼서 중국 측의 백두산 관광관리국에서 제공하는 셔틀차로 쉽게 올라 천문봉에서 천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코스다. 서파 코스(두만강의 발원지)는 중국 쪽에서 걸어서 올라가면서 생태관광의 야생화 지대와 백두산 원시림 산록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코스로 산정에 올라서면 북한과의 5호 경계비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파 코스(압록강의 발원지, 북한영토이지만 중국이 임대 운영)는 중국에서 근래에 홍보되고 있는 코스로, 개마고원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동파 코스는 북한에서만 오를 수 있는 코스로 2018년 9월 20일 김정은 위원장 부부와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올라가 하트를 날렸던 곳이다. 현재 천지를 온전히 느끼려면 중국 측의 서파에서 북파까지 천지를 끼고 걷는 15㎞의 트레킹 코스와 북파의 천문봉에서 급경사의 Rock Stream(암류, 岩流) 지대를 따라 내려와 천지 물을 느껴보고 다시 용문봉으로 올라 융단 같은 초지대를 거쳐 장백폭포를 조망하면서 내려오는 코스가 개발돼 있다. 이렇게 우리 땅임에도 불구하고 번거롭게 중국 땅으로 돌아서 천지를 올라야 한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지만 그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이 신령스러운 천지를 대통령만이 가는 곳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면 그 누구나 삼지연 공항을 통해서 갈 날을 열렬히 기대해 본다. 100여 년 전 힘이 약해 강대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잘못 설정된 백두산 정계비와 이를 근거로 우리의 광활한 영토였던 간도와 백두산 반쪽 그리고 녹둔도를 빼앗겨 버렸던 엄청난 과오를 더 이상 재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백두산 서파야생화군락지
백두산 서파야생화군락지

[TIP] 한민족의 시원지 3곳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백두산 여행에서 좀 더 나아간다면 한민족의 개국신화인 단군신화와 연계되는데 조물주인 환인의 서자인 환웅이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정상으로 내려와 바람 신, 강우 신, 구름 신을 데리고 인간 세상 360가지 일을 주관하고 다스렸다. 그 태백산은 신성공간으로 백두산(묘향산 설도 있음)에 신시(神市)를 형성하고 100일 동안 마늘로 연명하는 통과의례를 거쳐 사람으로 변한 웅녀와 혼인해 낳은 아들이 단군왕검이다.

여기서 정통사학계에 독특한 한민족의 시원지를 제시하고 있는 김정민의 연구를 참고해보고자 한다. 홍수설화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민족 중에는 노아(누흐 Nuh, 중앙아시아식 발음)와 같은 방주가 등장한다. 그 방주는 여러 개로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258만 년 전~1만2000년 전)가 끝나던 마지막 간빙기의 대홍수를 거치면서 방주 중 하나가 고대 중앙아시아지역의 티베트과 파미르 지역과 같은 높은 고지대에서 정착했고 그중 우월한 알타이-투르크 민족이 새로운 문명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그 홍수의 두려움이 전승돼 산맥을 따라서 문명이 이동하게 되고 현재의 백두산 지역까지 이동해 그 지역 토착 원주민인 호랑이족과 곰족과 결합해 새로운 고조선을 형성했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중국, 러시아지역에서 한민족의 시원지와 관련해 관심을 가지고 답사여행을 진행해야 하는 곳 세 지역을 들 수 있다. 추정되는 곳은 러시아의 바이칼호수 지역과 부여 및 고구려의 건국과 관련이 있는 내몽고의 흥안령산맥 지역, 고조선과 관련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홍산문명 지역인 중국의 요서 지역에 대한 역사유적 관광지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곳이다. 

백두산 서파기념비
백두산 서파기념비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