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이 두 나이는 필자가 진학 설명회나 상담을 하면서 많이 고민하는 주제다. 20세는 필자가 가르치는 남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나이이고, 26세는 대부분의 남학생이 병역과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는 나이다. 어느 나이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을 지도해야 할까?

필자가 경험한 일반계 고등학교의 진로지도와 진학 설명회는 거의 모두 대학 합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기에 대학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고, 사회진출에 필요한 능력과 역량은 대학 생활에서 자연적으로 기를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이런 환경은 고등학생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에 필요한 역량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빼앗는다. 그리고 점수와 대학 합격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학창시절을 보내게 한다. 이제는 이런 것들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학생들을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교육의 한 분야다. 그러나 그것이 교육의 전체이거나 전체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 과거에는 상아탑이라고 해서 학문과 진리를 연구하는 것을 표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취업이 대학 존재의 아주 중요한 목적이 된 시대다.

이렇게 사회진출과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서의 대학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터에,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교육의 모든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 고등학교는 학생이 대학을 거쳐서 사회에 진출할 때에 필요한 역량을 대학에서 키우도록 돕는 기초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의 긴 시간과 비용, 그리고 기회까지 사라지게 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지도를 할 때, 20세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사회에 진출하는 나이인 26세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맡은 이 학생이 사회에 나가는 26세, 즉 지금부터 10여 년 후의 이 사회의 변화를 생각하고 공부해야 한다. 미래학자로부터 배우고, 책과 사회를 통해서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10년 후에 필요한 역량을 위해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독해와 글쓰기일 수도 있다.

필자는 대학에서 사회에 필요한 역량이 길러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기초적인 능력과 역량을 키우지 않은 상태로 대학에 진학해, 필요한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인생의 많은 부분을 낭비하고 어려워하는 경우도 봤다. 고등학교 시절에 필요한 기초 능력과 역량을 키우다가 성적이 안 돼 자기 수준에 맞는 대학에 진학한 후에 뛰어난 능력과 역량을 발휘하는 경우도 봤다. 기초가 잘 됐기 때문이었다.

이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 설명회나 상담을 하면서 초점을 맞추는 나이는 20세가 아니라 26세였으면 좋겠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인공지능이 일반화 되는 시대에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그런 능력과 역량의 기초를 키우도록 고등학교에서 진로 및 진학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26세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그 학생의 인생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과 같다. 이제 고등학생들의 진학지도는 단순하게 대학에 합격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진출하고 생존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대학은 한 개인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인생의 한 과정에 있는 것이다. 한 사람 인생의 전체를 포함시키는 위치에 대학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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