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희의 감성터치] 새내기 신입생들과 마주한 첫 시간
[한강희의 감성터치] 새내기 신입생들과 마주한 첫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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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대학지자체상생발전위원장)
한강희 교수
한강희 교수

봄인데도 봄이 아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계절이다. 추운가 싶다가도 이내 지표면 기온 상승으로 희뿌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머잖아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몰려오면 고비사막에서 날아든 황사가 며칠 동안 장난질을 해댈 것이다. 그럼에도 봄은 저만치서 지천 가득 꽃망울로 달려오고, 땅속에선 온갖 초목이 소생과 약동의 기지개를 바삐 켜가고 있다.

캠퍼스엔 이미 새로운 학기가 시작돼 어느덧 모꼬지(MT)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여느 교수들처럼 필자 역시 풋풋한 새내기 신입생들에게 진부한 듯한 교과서적인 얘기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생생한 대학생활 지침으로 제시할 것인가 고민이 많아진다. 다행스럽게도 대학생활에 대한 선망 때문인지 그들의 눈망울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개강 첫 시간,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들의 서늘한 눈빛이 대학생활 내내 계속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보곤 한다.

나는 대체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왜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이는 지식인과 지성인의 차이를 밝히는 맥락에 닿아 있다. 단순한 지식을 많이 취하는 것보다는 얻은 지식을 자기화해 새롭게 개척하라는 취지다. 먹고사는 데 고민했던 부모 세대에 대해 개성이 꿈이 돼 날개를 펼쳐야 하는 시대엔 창의력과 상상력이라는 의장을 입혀야 한다는 점을 예화(例話)를 들어 강조한다.

과연 이러저러한 상상 속의 테크니션이 현실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여지없이 가능하게 된 시대라고도 설명한다. 당연히 1차산업에서 6차산업까지의 변화상을, 1차산업혁명시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도래를 비주얼로 제시한다. ‘삐삐(pager)’로 호출 받아서 공중전화로 연락을 취하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는 접어두기로 했다.

아무튼 우리 세대엔 9시 뉴스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유일한 소통의 창구였는데, 지금은 동시다발의 ‘정보 융·복합’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가능한 시대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언필칭 ‘4차원적 미디어 융합’이라 거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학기부터 시작하는 전자출결시스템을 샘플로 삼아 설명해 본다.

빛이 있으면 어둠과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휘황한 기술혁명의 시대에도 인간이 여전히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본질은 감성의 발견에서 찾아야 한다. 바둑계를 은퇴한 인공지능 알파고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알파고는 인터넷 대국 60판과 이세돌 9단과의 5번기, 커제 9단과 3번기, 상담기 등을 합쳐 모두 68승 1패를 기록하고 은퇴했다. 알파고의 유일한 패배는 이세돌 9단에게 패배한 것이었다.

승리를 호언장담하면서 국수 이세돌을 공격했던 커제 9단의 코가 납작해지던 순간이었다. 나는 이세돌의 ‘신의 한 수’를 기계가 아닌 인간만이 둘 수 있는 감성수라고 감히 명명한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의 최고 수준을 보여줌으로써 인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했지만, 나는 인간 감성의 본질적 속성을 확인시켜준 대국으로도 우정 의미를 붙여본다.

사춘기라는 단어가 내포한 함의와도 같이 정치적 안정이나 경제 전망, 사회 건전성도 온통 봄날처럼 들쭉날쭉하다. 어느 일방이 막무가내이다보니 하릴없이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나 할까. 세상사에서 ‘저점(低點)은 정점(頂點)을 지향하게 마련’이라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새내기 신입생들을 대하는 첫 시간, 기성세대로서 그저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필요한 덕목은 서로를 다독이고 부추기는 배려와 지지(support)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되새겨 준다. 진심으로 잘해 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면, 좀 덜하고 좀 못해도 괜찮다는 점도 덧붙인다. 연부억강(軟扶抑强)으로 비롯된 ‘위와 아래가 함께 사는 지혜’가 절실히 요청되는 요즘이다.

새내기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자신감이다. 강의 말미엔 능력과 적성 못지않게 의욕을 거론하며 ‘에임 하이(Aim-high)’를 강조한다. 우리 학과 학생들은 2급 자격증은 자연스레 취득하게 되므로 국가시험 1급을 타깃으로 삼아 수업에 임하라고 훈수한다. 가수 에일리의 ‘하이어(higher)’ 가사 중에, 'Going higher 내가 바라던 순간 / 눈부시게 빛나는 또 다른 나를 보게 될 거야 / 내가 넘을 수 없는 큰 벽이 있을지라도 뛰어넘을 수 있어, 할 수 있어 / 그 어떤 시련이 와도 절대 난 흔들리지 않아 / 이겨 낼 수 있어 난 문제없어'를 인용하면서 말이다. 아울러 세상에서 가장 좋은 수업은 교수자와 학습자가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는 면대면 교실수업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이 부디 ‘어제와는 다른 오늘부터’로 거듭나기를 소망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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