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대화고등학교 교사

논술 전형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맞추어 학생들의 사고력, 논리적 이해력 등을 평가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대학별고사다. 2020학년도 논술 전형 모집 인원은 전년 대비 1164명 감소했고, 정시모집에서는 미시행한다. 전체 모집인원이 줄었다고 논술에 관심을 접을 일은 아니다. 주요 대학은 여전히 논술전형 비율이 높아서 학생부위주전형 지원이 불리한 학생들에게는 좋은 대안이다. 논술전형은 학생부 교과 성적보다는 논술 성적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전형이다. 최근 수능 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 최저)까지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추세여서 논술 준비를 착실히 잘해둔 학생들한테는 오히려 이 전형이 유리할 수 있게 됐다.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된 다음부터 각 대학은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 안에서 논술 문제를 내고 있다. 출제 의도, 출제 근거, 채점 기준 등을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학교에서도 논술 준비가 수월해졌다. 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이 기준에 맞추다 보니 우수한 학생 선발을 위한 출제의 변별력 문제와 행정업무의 번거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이 논술 선발 인원을 쉽게 늘릴 수 없는 이유다. 수능 최저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의 도입으로 주요 변수가 됐다. 수능 영어 상위등급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학별 논술고사 일정 반드시 확인

논술 전형 실시대학은 가톨릭대, 건국대, 경기대, 경북대, 경희대, 광운대, 단국대, 덕성여대, 동국대(서울), 부산대, 서강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세종대, 숙명여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서울), 연세대(원주), 울산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기술교육대, 한국산업기술대, 한국외대, 한국항공대, 한양대(서울), 한양대(ERICA), 홍익대 등 33개교에서 1만2146명을 선발한다. 가톨릭대, 경기대, 서울시립대, 성신여대, 홍익대는 수능 전에 논술고사를 실시하고 나머지 대학은 수능 이후에 논술을 치른다. 한국기술교육대는 수능 전에서 수능 이후로 논술 일정이 변경됐다.

수능 최저 변동사항 체크

2020학년도 논술 전형은 수능 최저의 변동이 눈에 띈다. 우선 연세대가 수능 최저를 폐지했다. 내신과 수능 반영 없이 순수하게 논술 성적만을 가지고 평가하겠다는 파격적인 전형 방법이다. 반면, 건국대는 수능 최저를 부활했다. 인문계열은 4개 영역 중 2개 등급 합 4, 자연계열은 2개 등급 합 5, 수의예는 3개 등급 합 4 이내, 한국사 5등급인 수능 최저를 적용한다. 이화여대의 경우 탐구영역 반영방법이 2개 과목에서 상위 1과목으로 바뀌었다. 동국대는 2019학년도 수능 최저가 인문계열 국어, 수학(가형/나형), 영어, 탐구(사회/과학 상위 1과목) 중 3개 등급 합 6, 경찰행정학부 국어, 수학(가형/나형), 영어 중 3개 등급 합 5, 자연계열 국어, 수학(가형), 영어, 탐구(과학 상위 1과목) 중 2개 등급 합 4(수학 가형 또는 과탐 1개 이상 포함)였다. 그런데 올해는 인문계열 국어, 수학(가형/나형), 영어, 탐구(사회/과학 상위 1과목) 중 2개 등급 합 4, 경찰행정학부 국어, 수학(가형/나형), 영어 중 2개 등급 합 4로 수능 최저가 완화됐다. 지난해 논술 전형 응시자의 수능 최저 충족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대의 경우 2019학년도 인문, 자연 모두 3개 영역 등급 합이 5이내였지만(탐구는 상위 1과목), 올해는 인문계열은 3개 영역 등급 합 6(탐구 2과목 평균), 자연계열(서울)은 3개 영역 등급 합 6(과탐은 상위 1과목)으로 수능 최저가 완화됐다. 숙명여대 논술전형(인문)은 3개 영역 등급 합 6(탐구 상위 1과목)에서 올해 2개 영역 등급 합 4(탐구 상위 1과목)로, 성신여대 논술우수자는 인문계열 3개 영역 등급 합이 7, 자연계열 3개 영역 등급 합이 8 이내로 수능 최저가 완화됐다. 서울여대 논술우수자는 2개 영역 등급 합 7(탐구 2과목 평균)에서 2개 영역 등급 합 7(탐구 상위 1과목)로 수능 최저가 완화됐고, 제2외국어 및 한문은 사회 탐구영역의 한 과목으로 대체할 수 없게 됐다.

출제영역 변동도 면밀히 살펴야

출제 영역의 변동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가톨릭대 의예과는 논술 출제 영역을 축소한다. 기존의 수리논술, 통합형 의학논술에서 수리논술만 실시해 수험생 부담을 완화했다. 연세대는 의과대학 논술전형 선발을 폐지했다. 동국대, 숭실대 자연계열은 과학 논술을 폐지하고 수리논술만 실시한다. 광운대는 논술 최저점 300점을 폐지해서 논술 실질 반영비율을 높였다.

논술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조언 한마디. 수시모집 6회를 모두 지원하는 이른바 ‘육논술’은 피하자. 수학, 과학 문제 풀이인 자연계 논술은 육논술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인문계 논술은 준비 기간이 길고 예측 가능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육논술은 지양해야 된다. 또한, 수능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수능 이전 논술전형 지원은 2회 이하로 할 것을 권한다.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 기출문제, 논술 가이드북은 최상의 교재라는 점도 강조한다. 서울여대, 인하대, 중앙대 등에서 4월 이후 실시하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모의논술에도 꼭 참여해 올해 논술고사 출제방향을 확인해 보기 바란다.

끝으로, 논술은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서술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 풀이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제해결능력도 길러진다. 논술 전형 모집인원이 줄었지만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전형이라면 글쓰기 훈련, 리라이팅(Rewriting) 등을 차분히 하면서 철저히 준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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