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전직대통령예우법에 대한 단상
[인사이드] 전직대통령예우법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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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선 서강대 대우교수(입법학, 법정책학)

전직대통령예우법이 존재함으로써 유발되고 있는 가장 심각한 첫 번째 문제점은, 전직대통령예우법을 근거로 제공되고 있는 예우 수준이 너무 과도하다는 점이다. 전직대통령은 현직이 아니므로 대통령직무 수행에 따른 응분의 보수를 지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보수연액의 100분의 95를 지급하는 것은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대통령직을 수행한 이들 대부분은 충분히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만큼의 재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설령 재력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품위 있는 삶’을 거들어줄 조력자 그룹을 방대하게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이러한 전직대통령 본인이나 법정 부양의무자들의 ‘재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연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두 번째로, 전직대통령과 배우자에게 지원되는 비서관과 운전기사 지원제도 또한 심각한 문제가 노정되고 있다. 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별정직공무원으로 보하고 있으며, 운전기사도 별정직공무원으로 보하고 있다. 전직대통령이 추천, 임명하는 비서관 3인은 의전과 실무 지원 인력으로 쓰여지기엔 너무 과도한 고위직공무원 신분이다. 그리고 근무상한연령 제한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서관과 운전기사로 보해져 왔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특정 정치적 연고가 있는 자나 측근, 측근이 음서하는 인사가 발탁되는 등 불투명한 인력 충원과 공직자 임용 구조는 일종의 측근 문화의 연장, 계보 문화의 조장, 음서 채용과 발탁 관행의 계속화, 가신 중심의 불공정한 정치적 성장 관행 문제, 의전 중시 풍토 등의 문제 등을 발생시키는 매우 반사회적인, 불공정한 사다리가 되고 있다. 이를테면, 전직대통령 등이 사망할 때까지 잔여수명 50년에 걸쳐, 매년 3명의 비서관을 채용해 경력세탁(스펙 관리)를 해주고 정계에 입문시키는 경우 150명의 비서관 출신의 가신 그룹이 형성된다. 이것은 심각한 패악이다. 

세 번째로, 전직대통령예우법상의 현행 제도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는 것은 기념사업 지원 규정이다. 기념관이나, 기념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지원, 기념재단 설립 지원 등을 하면서, 그 재정 지원이 특정 대통령을 정점으로 결집돼 있는 특정 정치세력과 계파의 정치적 결속력을 다지는 아지트, 놀이터, 사교장, 교류 비용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세금, 국가 재정이 전직대통령 기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정치세력의 이너서클 유지와 계보 항구화를 돕고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활동의 간접비용으로 쓰여지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만한 정보의 공개나 사회적 감시나 제도적 방지 장치는 현재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전직대통령예우법에 내재된 가장 중차대한 문제점은 전직대통령이 오로지 ‘예우만 받는 존재’ ‘혜택만 향유하는 존재’로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을 한 사람이니까, 대통령을 한 사람의 가족이니까 우아하게 품위를 유지하며, 격조 있는 행사에 초청받고, 의전받고 하는 그런 존재로만 살아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한 사람이니까, 그 가족이니까 평생 ‘대접과 휴식이 넘치는 삶’을 살아도 된다는 그 단순한 마감처리는, 공과금 몇 만원 낼 돈이 없어 동반자살을 택하고 있는 서민의 삶과 너무나 괴리돼 있다.

기득권법제, 특권법제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이 법을 굳이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면, 전직대통령을 왕처럼 떠받드는 내용이 아니라 좀 더 생산적이고 사회공헌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경우에 한해 적극 지원하는 내용으로 전부 개정해야 할 것이다. 대학가에서도 이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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