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포드대에 있는 디스쿨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는 혁신적 교육 방법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문제해결력을 높이고 있다.[사진=단국대 제공]
미국 스탠퍼드대에 있는 디스쿨은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라는 혁신적 교육 방법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문제해결력을 높이고 있다.[사진=단국대 제공]

한국대학은 위기다. 전 세계적 흐름인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학들에 변화를 강요한다. 우리나라는 특유 문제인 ‘학령인구감소’까지 여기에 더해진다. 당장 직면하게 될 신입생 유치에 대한 걱정부터 변화를 통한 미래 발전상 생각까지 대학들의 머리는 복잡하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해외 대학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녹여낼 수만 있다면 악조건 속에서도 발전은 성큼 다가온다. 한국대학신문이 우리 대학들이 참고해야 할 해외 대학 성공사례를 선정, 그들이 가진 노하우와 성공의 밑바탕이 된 변화상들을 소개한다. 선행사례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적용함으로써 세계 어디에 내놔도 뛰어난 경쟁력을 자랑하게 될 국내 대학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이케아(IKEA), 포드(Ford), 발레오(Valeo) 등 세계 유수기업과 대학들이 한 팀을 이뤄 산업계 현장의 문제를 해결한다. 산업계 경력이 풍부한 교원이 현장의 문제를 찾아 팀을 꾸린다. 여기에는 교수, 학생, 조교, 어드바이저, 외부 조직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전 세계 어디서든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위 사례는 스탠퍼드대 디스쿨의 얘기다. 스탠퍼드대와 코워크하는 대학들은 상황별로 달라진다. 스탠퍼드대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움직이긴 하나 대륙별로 최대 5개 대학 내외에서 교류한다. 사실 스탠퍼드대 디스쿨은 혁신적 교육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교육 기관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스탠퍼드대 디스쿨의 이러한 명성에는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이라는 혁신적 교육 방법론이 자리하고 있다. 

■ ‘디스쿨(d.School)’ 어떻게 설립됐나 = 디스쿨(d.School)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 설계자는 래리 라이퍼(Larry Leifer) 교수, 버나드 로스(Benard Roth) 교수,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 아이데오(IDEO) 공동대표다. 라이퍼 교수는 학문적 설계를, 켈리 공동대표는 산업적 활용과 확산을 각각 책임졌다. 하소 플래트너(Hasso Plattner)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현재의 커리큘럼과 물리적 공간이 구축됐다. 

1978년 당시 라이퍼 교수의 제자인 켈리 공동대표는 아이데오를 설립하면서 디자인적 사고를 실제 산업에 접목해 발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 켈리 공동대표는 하소 플래트너 SAP 회장에게 35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 받아 ‘하소 플래트너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 현재 디스쿨의 공간적 기반을 마련했다. 디스쿨 설립에 앞서 1958년에 MIT의 기계공학을 가르쳤던 존 아널드(John Arnold) 교수는 기계공학의 세부전공의 하나로 디자인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아널드 교수는 산업에서의 창의적 디자인에 관한 강의를 시작했으며 제품, 시스템 디자인, 휴먼 컴퓨터, 바이오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과 융합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디스쿨(d.School)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 설계자는 래리 라이퍼(Larry Leifer) 교수, 버나드 로스(Benard Roth) 교수,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 아이데오(IDEO) 공동대표다.[사진=스탠포드대 디스쿨 홈페이지(dschool.stanford.edu)]
디스쿨(d.School)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 설계자는 래리 라이퍼(Larry Leifer) 교수, 버나드 로스(Benard Roth) 교수,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 아이데오(IDEO) 공동대표다.[사진=스탠포드대 디스쿨 홈페이지(dschool.stanford.edu)]

■ 디자인싱킹·인간 중심 관점에서 혁신적 해결책 도출 = 디스쿨은 디자인스쿨(Design school)의 약자다. 그렇다고 디자인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생각과 아이디어를 디자인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친다. 스탠퍼드대 디스쿨을 관통하는 중요한 열쇳말은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이다. 디자인싱킹은 고객의 가치와 창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최근 경영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주목받게 됐다. 경영 문제를 디자인적 사고와 관점에서 접근하는 문제 해결 방법이다. 이를 위해 ‘Human Centered Design’ ‘Communicate Tangibly’ ‘Design Verb’ 등을 기본으로 창의적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교육하는 데 방점을 둔다.

이에 따라 인간 행동에 관한 관찰과 분석 방법, 팀의 구성, 의견 교환 방식 등을 배울 수 있다. 디자인싱킹을 쉽게 얘기하면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이다. 디자인싱킹 프로세스를 간추리면 이렇다. ➀공감(Empathize) → ➁문제 정의(Define) → ➂아이디어 도출(Ideate) → ➃프로토타입(Prototype) → ➄테스트(Test) 과정을 거친다. 서응교 단국대 미래교육혁신원 EduAI센터장(경영대학원 교수)은 “디자인싱킹 프로세스를 활용한 교육을 받을 경우 비즈니스와 기술 그리고 인간 중심 사고가 만나 혁신적 해결책이 도출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창의력과 함께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스쿨 Executive Boot Camp 커리큘럼 세부 구성[자료=단국대 제공]
디스쿨 Executive Boot Camp 커리큘럼 세부 구성[자료=단국대 제공]

■ 다학제적 관점, 대학-기업 프로젝트 기반 교육과정 운영 = 디스쿨 교육 프로그램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다양한 전공의 다학제적 관점에서 전공 과정이 운영된다. 디스쿨은 기계공학에서 출발했기에 커리큘럼을 보면 ‘M’의 코드로 시작된다. ME310은 엔지니어링 설계, 혁신, 개발을 기초로 한 산업 프로젝트로 대학과 기업이 팀을 이뤄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 과정이다. 또한 컴퓨터를 비롯해 심리학, 경영학, 의학 등 다양한 전공 영역에서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다. 예를 들어 △생리적 평정상태를 구현하는 기술 디자인 △쇼핑객 습관 관찰을 통한 효율적 계산 시스템 디자인 등을 꼽을 수 있다. 

둘째, 다른 대학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여기에 현장 기업과의 코워크을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기업들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디자인싱킹’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기업 담당자(Industry liaison)를 포함해 △교수(Faculty) △산학협력 교수(Project coaches) △조교(Teaching assistants) △행정직원(Admin staff) 등으로 팀이 꾸려진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1972년부터 운영돼 왔으며 2009년 이후로는 글로벌 아카데믹 파트너와 함께 ME310이 운영되고 있다. 

셋째, 창의적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돼 있다. ME310 2층은 실제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간인데 스튜디오(Studio)형으로 짜여진 게 특징이다. 여기에는 책상과 의자 없이 교수와 학생이 모두 서서 수업을 한다. 이렇게 하면 평등하게 소통할 수 있어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벽처럼 움직일 수 있는 화이트보드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시로 회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출물을 공유·발표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ME310 2층은 실제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간인데 스튜디오(Studio)형으로 짜여진 게 특징이다.[사진=스탠포드대 디스쿨 홈페이지(dschool.stanford.edu)]
ME310 2층은 실제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간인데 스튜디오(Studio)형으로 짜여진 게 특징이다.[사진=스탠퍼드대 디스쿨 홈페이지(dschool.stanford.edu)]

■ 미래역량을 키울 수 있는 창의적 교육법 ‘디자인씽킹’ = 국내 대학 가운데 어느 대학이 스탠퍼드대 디스쿨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을까. 단국대가 대표적이다. 단국대는 2016년 스탠퍼드대 디스쿨과 MOU를 체결했고, 이듬해 3월에는 스탠퍼드대 디스쿨 강사들이 단국대 죽전캠퍼스를 찾아 ‘디자인싱킹 부트캠프’를 개최했다. 이들은 단국대 재학생과 한 팀이 돼 ‘디자인 싱킹’을 적용해 도시 민원문제, 저출산 해결 대책, 국내·외 정치 갈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을 도출하기도 했다. 

서응교 EduAI센터장은 “디자인싱킹 프로세스의 의미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개념이 아니다. 전공 기반의 관점을 바탕으로 다학제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며 “디자인싱킹과 같은 혁신적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3대 미래역량으로 제시되는 획일적이지 않은 문제인식역량, 다양성의 가치를 조합하는 대안도출역량, 협력적 소통역량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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