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미네르바스쿨 대학 혁신 모델 '주목"
우리나라 정부도 대학 혁신 추진, 규제 혁신이 관건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이 열리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은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은 가능할까? 대학가는 고개를 젓는다. 각종 규제가 우리나라 대학들의 혁신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본지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와 공동으로 각종 규제를 짚어보고, 우리나라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을 4월 1일자 부터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에 앞서 주요 선진국 대학들의 혁신 사례를 살펴본다.   

■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 애리조나주립대 =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World Report) 선정 4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대학(The most innovative schools)’ 1위, 애리조나주립대. 마이클 크로(Michael Crow) 애리조나주립대 총장은 2002년 취임 이후 애리조나주립대의 혁신을 주도했다. 슬로건은 ‘New American University.’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애리조나주립대는 명문대 따라잡기를 거부했다.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등과 다른 노선을 걸었다.

GFA(Global Freshman Academy), Adaptive Learning(맞춤형 학습)은 애리조나주립대만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GFA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 수업) 기반의 1학년 기초과정 수업이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온라인 강의 기업 edX와 협약을 맺고 GFA를 도입했다. GFA에 따라 애리조나주립대 1학년 학생들은 전 세계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GFA는 일종의 ‘입학 통로’ 역할도 한다.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달성하면 2학년 과정부터 애리조나주립대 캠퍼스에서 직접 수강할 수 있다. 지난해 180여 개국에서 23만여 명의 학생들이 GFA에 참여했다.

Adaptive Learning은 ‘적합한 수업(right lesson)’을 ‘적합한 학생(right student)’에게 ‘적합한 시간(right time)’에 맞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Adaptive Learning은 두 갈래다. 교실 밖 수업은 ‘Adaptive System’으로, 교실 수업은 ‘Active Class’로 불린다. 애리조나주립대 학생들은 Adaptive Learning에 따라 교실에 들어오기 전 이론을 습득하고, 교실에서는 실험·실습·토론 등을 통해 지식을 체화한다. Adaptive Learning 도입 이후 대학기초수학 과목 통과 학생 비율이 64%에서 75%로 높아졌다. 중도 포기 학생 비율은 16%에서 7%로 낮아졌다. 평균 성적은 28% 향상됐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유연한 학사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학기가 끝나기 전 다음 단계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크로 총장은 “변화와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문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혁신의 최전선에 서있다”면서 “학생들이 엄격하게 구조화되고, 고정된 방식에서 배우던 교육 모델을 개편했다”고 강조했다.

■ 4차 산업혁명시대 모델, 미네르바스쿨= 캠퍼스가 없다. 아니 전 세계가 캠퍼스다. 미래 대학, 미네르바 스쿨이다. 미네르바 스쿨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개교했다. 벤처의 자본 투자로 설립됐기 때문에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 현재 합격률은 2% 미만. 하버드대보다 입학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지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자. 미네르바스쿨은 별도의 대학 건물이 없다. 1학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2학년부터는 서울, 베를린 등 7개 도시 기숙사를 이동하며 생활한다.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미네르바스쿨 자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에 참여한다.

수업 방식은 플립트 러닝(flipped learning). 플립트 러닝이란 학생이 수업 전에 온라인 영상으로 먼저 학습하고, 수업 시간에 교수와 학생이 토의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업의 초점은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효과적 상호작용에 맞춰진다. 또한 학생들은 구글, 아마존 등 기업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각 지역 정부기관과 비영리단체 등에서 실무를 경험한다. 벤 넬슨 미네르바스쿨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는 “다른 대학들도 우리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우리의 교육과정 구성, 구조, 교육방법을 받아들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 학생·교수 50%가 외국인,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교(APU) = 학생과 교수 2명 중 1명이 외국인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설 것. 하지만 일본에서는 익숙하다.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APU)의 이야기다. “학생 50%를 국제 학생들로 채우고, 50개 이상 나라와 지역 출신 학생들을 입학시키며, 교수 50%를 외국인으로 채용하겠다.” APU의 설립 목표였다. APU는 설립 목표를 달성, 개교 20여 년 만에 일본 Top 글로벌 대학으로 명성을 굳혔다. 실제 APU는 2014년 일본 문부과학성의 ‘슈퍼 글로벌 대학’ 선정에서 히토쓰바시대, 고베대 등을 제치고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APU 모델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극히 드물다. APU는 일본의 학령인구 감소 위기 해결과 혁신의 동력을 ‘글로벌’에서 찾았다. 외국인 유학생 선발에 제한이 있다면 불가능할 터. 현재 APU 재학생 6000여 명 가운데 3000여 명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국적은 60여 개국에 이른다.

APU는 ‘아시아태평양학부’와 ‘국제경영학부’를 운영한다. 아시아태평양학부는 국제적 관점에서 지역과제를 발견하고 환경·관광·문화·국제관계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 새로운 학문을 창출한다. 국제경영학부는 세계 수준의 비즈니스 교육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공동으로 글로벌 니치 톱(Global Niche Top, 최고의 글로벌 틈새시장)을 연구한다.

고레나가 순 APU 전 총장은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민국가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면서 “APU 캠퍼스에는 60여개국의 학생과 일본 학생이 섞여있다. APU가 일본의 미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대학 설립 목표 ‘취업’ 방점, 독일 미텔슈탄트대 = 과거에 대학을 상아탑으로 불렀다. 학문 연구기관으로서 대학의 의미를 강조한 것.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대 변화에 따라 대학교육에서도 취업이 강조되고 있지만, 대학은 교육과 연구 전담기관으로서 자부심이 더욱 강조된다. 다시 말해 대학이 취업교육을 내세우면, 이단아처럼 간주된다.

이에 독일 미텔슈탄트대가 주목받고 있다. 미텔슈탄트대는 2000년 6월 개교했다. 역사는 짧지만 현재 독일에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 중 하나다. 이유는 취업률. 미텔슈탄트대의 교육목표가 ‘취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재 5000명 이상 미텔슈탄트대 학생들이 밤베르크, 빌레펠트, 하노버, 퀼른, 풀하임, 로스토크, 뮌헨, 슈베린 등 독일 9개 주요 도시 캠퍼스에서 수학하고 있다.

미텔슈탄트대는 기존 독일 대학들과 달리 취업을 목표로 삼았다. 즉 미텔슈탄트대는 강소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됐다. 5000개 이상 독일 강소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 현장 전문가의 협력 교육과 현장 교육을 실시한다. 미텔슈탄트대 학생들은 실용교육을 통해 기초를 튼튼히 다진다. 따라서 졸업 후 회사에 곧바로 투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 우리나라 정부도 혁신 추진, 규제 ‘걸림돌’ = 교육부는 지난해 3월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 발표에 이어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을 도입했다.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처럼 우리나라 대학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것. 교육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교육, 연구, 산학협력, 교육여건 등 전반에서 혁신을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가는 고개를 젓는다.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은 제도와 규정의 제약 없이 자율적으로 혁신을 추진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례로 미네르바스쿨은 캠퍼스 없이 운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은 건물이 없으면 불법이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총 정원제 틀을 벗어날 수 없고 온라인 강의는 일정 비율을 초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

마이클 크로 애리조나주립대 총장은 “오늘을 기반으로 미래는 어떤 모양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지평선 너머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해보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으며, 지평선 너머 세계의 대학들은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대학도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핵심은 ‘규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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