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전역예정장병 취업박람회’에 장병 2만명 몰려
청년 취업난, 거세지는 취업 경쟁…몰랐던 적성 찾아주고, 미래직업 정보 제공하기도

20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2019 전역예정장병 취업박람회’가 개최됐다. 200여 개 구인기업과 장병 2만 여명이 박람회를 찾았다. (사진=김의진 기자)
20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2019 전역예정장병 취업박람회’가 개최됐다. 200여 개 구인기업과 장병 2만 여명이 박람회를 찾았다. (사진=김의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제대하고 나면 당장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제 꿈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거든요. 말년 휴가를 나와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차라리 군대에서 ‘말뚝을 박는 것(직업군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이번 설명회에서 무언가 얻어가는 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1일 오전 11시 3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전날인 20일부터 이틀간 열린 ‘2019 전역예정장병 취업박람회’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A씨는 진로도움 프로그램에서 상담을 받고 나서도 점심식사를 하기 전까지 상담부스 한 곳을 더 가보고 싶다고 했다. 가무잡잡한 피부와 짧게 깎은 머리는 영락없는 군인이었지만, 이날 상담을 받을 때만큼은 여느 취업준비생 못지 않게 열정이 가득해 보였다.

취업박람회가 대학교 졸업 연도의 최고학년 선배들만의 세계라는 것은 이제 옛말이 돼 가는 듯하다. 취업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공모전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지, 취업을 위한 자기만의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 입학부터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또한 입학 뒤 그동안 몰랐던 나만의 소질에 대해 알게 된다거나, 취미를 그대로 살려 직업으로 발전시키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최근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졸업 연도가 오기 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내 직업, 진로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B부대 소속 C씨는 “군인에게 이제까지의 취업준비라면 용사들의 경우 군에서 딸 수 있는 자격증 정도라고 할 수 있다”며 “취업지원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정책이라면 보통 장기 복무자에게만 해당됐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C씨는 이어 “군인에게 제일 약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자기소개서’ 쓰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며 “어제와 오늘 각각 하루씩 인원들이 나뉘어 박람회장을 찾게 됐다. 내게 주어진 짧은 시간이지만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알고 배워 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역 전부터 취업 준비 시작돼 =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인 해결과제로 떠오르면서 ‘전역예정’ 단계에서부터 준비가 시작되고 있다. 국방부와 고용노동부 등 11개 정부부처가 주최·후원하는 ‘전역예정장병 취업박람회’에는 200여 개 구인기업과 전역예정 장병 2만여 명이 참여했다.

박람회에는 롯데그룹과 LG유플러스, 한국투자증권, 삼성중공업, 포스코, CJ대한통운, GS리데일 등 대기업 그룹사들이 참여했다. 이와 더불어 우수 중견·중소기업 등도 함께해 현장 면접과 채용설명회를 통해 장병들에게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인력을 채용하는 곳도 있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개막식에서 “장병들은 대한민국의 경쟁력이자 미래”라며 “성실한 군복무가 취업과 학업으로 연결되도록 적극 지원해 군복무의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 이번 박람회가 실질적으로 장병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AI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전역예정 군인. (사진=김의진 기자)
AI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전역예정 군인. (사진=김의진 기자)

국방부는 장병들의 박람회 참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초로 ‘인공지능(AI) 현장매칭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전역을 앞둔 장병들이 가상현실(VR) 기술로 미래직업을 체험하고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는 ‘미래직업체험관’을 설치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환경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인공지능 현장매칭시스템 개발사 코멘토의 최수전 매니저는 “장병들이 전공과 경력, 관심사항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자신에게 맞는 채용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자기소개서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의 성향, 강약점 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멘토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공직설명회’에서는 올해 신규로 소방·경찰·군무원 등 사회안전 분야 입사를 희망하는 장병을 대상으로 현직 공무원들이 현장상담을 실시했다. 또한 취업 컨설팅관에서는 국방부에서 확대 시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진로 및 취업 상담사’ 40명과 전문 컨설턴트 30명이 현장에서 맞춤형 진로 상담을 지원했다.

■내 적성, 아직 발견 못했어도 괜찮아. 이 직업은 어때? = 입대 전부터 목표로 둔 진로를 향해 준비하는 동료를 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번 취업박람회에서는 이제까지 몰랐던 자신의 적성을 찾아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재홍 한국고용정보원장은 “경력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전역 예정장병에게 미래직업정보와 직업체험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미래 일자리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직업심리검사관에서는 장병들이 자신의 적성과 전공 등을 고려해 전역 후 진로를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있는 ‘직업선호도검사(S형)’가 진행됐다. 고용노동부와 고용정보원이 개발한 심리검사로 ‘좋아하는 활동’ ‘자신감 있는 분야’ ‘관심 있는 직업’ 등을 측정해 개인에게 적합한 직업을 알려준다.

진로와 취업에 대한 상담을 받기 위해 몰려든 전역예정 장병들. (사진=김의진 기자)
진로와 취업에 대한 상담을 받기 위해 몰려든 전역예정 장병들. (사진=김의진 기자)
전역예정 군인이 VR 직업체험을 통해 미래직업을 경험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전역예정 군인이 VR 직업체험을 통해 미래직업을 경험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미래직업체험관에서는 VR 기기와 증강현실(AR) 기반의 게임을 활용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미래유망 직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동물재활공학사, VR게임개발자, 자율주행차개발자, 스마트팜전문가 등 4개 미래직업을 체험할 수 있게 운영됐다.

동물재활공학사는 다친 반려동물을 위해 재활보조기구를 제작하는 직업이다. 다친 부위를 관찰하고 재료를 골라 3D 프린터로 재활보조기를 제작하는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 VR게임개발자는 가상현실 게임을 만드는 직업으로, 고객의 게임 제작요청부터 게임 콘텐츠 구성, 테스트까지 직무 프로세스를 체험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개발자 체험은 VR기기를 착용한 뒤 자동차제작로봇에 부품 설치 명령을 내린다. 제작된 자동차에 탑승해 자율주행을 경험해볼 수 있다. 스마트팜전문가는 미래 농장을 운용하는 직업이다. 체험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병해충 퇴치, 광합성을 위한 일조량 조절 등의 실무를 경험할 수 있다.

AR기술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시대 유망직업과 위기직업을 알아보는 게임도 할 수 있다. 직업별 일자리전망과 직업정보를 확인하는 카드게임도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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