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입학처장들에게 복수계약 요청…‘사고 방지, 수요자 민원’ 이유
‘과도한 간섭’ ‘논리 빈약’ 비판 일어…‘왜 교육부가 업체 챙기나’ 의구심도
현실적 어려움 ‘산적’…서울대 외 주요대학 대다수 ‘단독계약 체제’

교육부가 원서접수 대행업체인 유웨이와 진학과 모두 계약하라고 대학들에게 요청하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학 자율사항인 업체와의 계약 문제까지 왈가왈부 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라는 대학들 반응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은 지난해 수시박람회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널어선 수험생들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가 원서접수 대행업체인 유웨이와 진학과 모두 계약하라고 대학들에게 요청하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학 자율사항인 업체와의 계약 문제까지 왈가왈부 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라는 대학들 반응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은 지난해 수시박람회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널어선 수험생들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교육부가 대학들에 원서접수 대행업체인 진학어플라이(이하 진학), 유웨이어플라이(이하 유웨이)와 전부 계약을 맺으라고 요청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원서접수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서버다운 등 불의의 사태를 방지하고, 수요자들이 대학 진학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로 한 요청이지만, 대학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대학과 개별 업체의 계약 문제까지 교육부가 관여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왜 교육부가 나서서 업체들을 챙기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표현하는 대학들도 있다. 오히려 복수계약 시 사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와 현재 대학들의 계약 상황을 볼 때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들에 ‘두 원서접수 대행업체와 모두 계약할 것’을 요청했다. 20일 열린 전국입학처장협의회 세미나에 참석한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입학처장들에게 “원서접수 시스템 민간업체는 크게 보면 두 군데다. 두 업체와 복수계약을 체결한 대학도 있고, 특정 업체만 계약한 곳도 있다”며 “한 군데와 계약하는 것도 좋지만, 복수계약을 맺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입학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교육부가 입학처장들에게 협조를 부탁하는 것”이라며 여러 사안들을 얘기하던 중 마지막으로 나온 얘기다.

현재 대학들의 원서접수를 대행하는 업체로는 유웨이와 진학가 있다. 이들 업체 가운데 어느 곳과 계약을 맺을지는 대학들의 자유다. 

보통 대학들은 한 업체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 업체와 모두 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다. 교육부의 발언은 결국 원서접수 대행 시 두 업체와 복수계약을 맺으라는 것으로 봐야 한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계약 형태가 어떻든 재정적 부담이 더해지지는 않는다. 지원자 한 명마다 일정금액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접수대행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통상 대학들은 수험생 한 명당 5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업체에 지급한다. 교육부의 복수계약 발언도 추가 부담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갑작스레 원서접수 대행업체 얘기를 꺼낸 것은 불의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데 있었다. 송 과장은 “원서접수 기간에 한 업체의 시스템이 다운 되는 경우를 예방해야 한다. 유사 시 한 곳과 계약한 상태라면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학생·학부모의 ‘민원’이었다. 송 과장은 “계약 관계 때문에 교육부에 민원이 종종 들어온다. 특히, 추가모집 기간에 그런 경우가 많다. 한 업체에서는 추가모집이 있다고 나오지만, 다른 업체에서는 없다고 나와 추가모집을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대학 입장에서는 선발의 기회, 학생 입장에서는 대학진학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발언 배경과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굳이 입학처장들을 모아놓고 하기에는 ‘부적절’한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협의회에 참석해 직접 발언을 들은 A대학 입학처장은 “지난해 대학들에 알음알음 정시확대를 요구했다가 봉변을 치른 교육부가 학습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명분이 확실하다면 정식으로 대학에 요청을 하면 될 일이다. 명분이 부족하다면 발언 자체를 꺼내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간섭’이라는 경계의 시선도 나타났다. B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가 대학들의 계약 관계에 대해서까지 왈가왈부하는 것은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의 자율권을 교육부가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발언 대상을 잘못 선택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C대학 입학처장은 “입학처장들은 전반적인 입학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다. 대행업체와의 계약 등은 오래도록 입학 업무를 담당해 온 실무자들이 할 부분이다. 관리자협의회 등을 통해 요청을 전달하는 것이 나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특정 업체’를 챙기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D대학 입학처장은 “모든 대학이 복수 계약을 맺게 되면, 단독 계약을 덜 맺고 있는 업체가 이득을 보는 것 아닌가. 그러한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교육부 스스로 오해를 살 발언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가 언급한 대로 모든 대학이 복수 계약을 맺는다면 어떤 업체가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두 업체 모두 ‘대외비’라며 계약한 대학 수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권 주요대학 위주로 보면 진학이 조금 더 많은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전체 현황을 보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수시-정시나 신입학-편입학에서 각각 다른 업체와 계약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가에서도 업체별 계약현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영업력’이 강하다며 진학의 손을 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유웨이가 더 많은 계약을 맺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계약 문제로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송 과장은 “계약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은 대학 자율 영역이니 언급할 수 없다. 한 곳과 계약한다 하더라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불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강요’가 아니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재정지원사업이라는 ‘당근’이자 ‘채찍’을 그간 교육부가 마음껏 흔들어 왔기 때문이다. E대학 입학처장은 “단순 요청이더라도 대학에서는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 재정을 통해 대입전형을 입맛대로 건드린 곳이 교육부이기 때문”이라며 “복수 계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내부 논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입 실무를 맡고 있는 입학팀장들은 교육부가 현장 의견 수렴 없이 무턱대고 요청을 내놓는다고 불평을 털어놨다. F대학 입학팀장은 “교육부가 사안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두 군데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실무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다. 결국 그만큼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며 “대입에 소요되는 품과 노력은 변함이 없는데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뾰족한 해결책 없이 일거리만 늘어나는 것을 반길 대학은 없다”고 했다.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교육부의 설명부터 이해가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G대학 입학팀장은 “공통원서 접수 시스템이 2016학년 정시모집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올해 치러질 2020학년 입시면 벌써 5년 차다. 당시 우려가 있음에도 밀어붙여놓고서는 이제 와서 서버 다운 등의 사고가 걱정되니 업체들과 모두 계약하라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예방 조치’가 오히려 사고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대학 입학팀장은 “원서접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런 사고 없이 접수를 마치는 데 있다. 접수 통로가 이원화되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일단 모집요강 내용이 전부 들어가야 하는데 한 글자라도 업체 간 다르게 들어가면 그게 바로 사고”라며 “접수가 전부 끝난 후 지원자를 취합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사고 방지 취지와 달리 혼란을 야기할 소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대행업체와의 계약 메커니즘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존재했다. I대학 입학팀장은 “원서접수 대행 계약은 입학처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시 원서접수와 추가모집이 전부 끝나면, 공개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한다”고 했다.

대학가의 지적들을 해결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교육부의 요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대다수 대학이 두 대행업체와 복수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본지가 직전 치러진 2019학년 정시모집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권 주요대학 가운데 복수계약을 맺은 곳은 서울대가 유일했다. 건국대·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이화여대·중앙대는 유웨이, 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연세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는 진학과 계약해 원서접수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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