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수능 선택과목 관련 변경사항…일단 4월, 안될 시 8~9월 “가급적 연말까지는”
“기본사항도 안 나왔는데”…대학가 ‘난색’
먼저 발표하는 대학이 ‘덤터기?’ 눈치싸움 ‘치열’
발표와 책임 모두 대학에게? 교육부 주도 ‘통계’ 발표 요구도

교육부가 현 고1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 대입 관련해 수능 선택과목 등의 변경사항을 대학들에 '조기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험생들의 예측 가능성을 고려하면 타당해 보이는 요청이지만, 아직 대입전형 기본사항조차 나오지 않은 시기이며, 향후 변경사항 발생 시 닥칠 곤란을 생각하면 대학들이 쉽사리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수시 박람회장을 방문한 학생들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가 현 고1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 대입 관련해 수능 선택과목 등의 변경사항을 대학들에 '조기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험생들의 예측 가능성을 고려하면 타당해 보이는 요청이지만, 아직 대입전형 기본사항조차 나오지 않은 시기이며, 향후 변경사항 발생 시 닥칠 곤란을 생각하면 대학들이 쉽사리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수시 박람회장을 방문한 학생들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교육부가 현 고1에게 적용될 2022학년 대입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을 내년 4월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더불어 발표해달라고 대학들에 요청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2022학년 대입 개편안과 더불어 바뀐 수능 체제를 맞닥뜨리게 돼 혼란에 빠진 수험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2022학년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에 적용되는 선택과목 반영 등 수능 관련 방침을 발표해 달라는 게 교육부의 요청 내용이다. 

다만, 대학들은 ‘난색’을 표하는 실정이다. 섣부른 발표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나오기 전 발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하거니와 교육부가 빠른 발표를 독려하면서 책임소재를 대학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사전발표를 꺼리게 만드는 이유다. 앞장서 발표하는 대학이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뒤로 벌이는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수험생들의 혼란 감소를 위한 것이라면 교육부가 대학별 방침을 취합해 전체적인 ‘통계 수치’만 제시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교육부는 최근 대학들에 현 고1이 치를 2022학년 대입 관련 방침을 ‘사전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최근 열린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세미나에 참석해 가진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향’ 강연에서 “올해 4월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 시 2022학년 대입과 관련된 학내 의견을 모아 변경사항을 발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교육부가 언급한 변경사항은 사실상 ‘수능 선택과목’을 의미한다. 송근현 과장은 “2022학년 수능 과목구조가 달라졌다. 국어와 수학에 공통과목 외에 선택과목이 도입됐다. 국어는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밖에도 2022 수능은 현행 수능과 달리 탐구영역 계열 구분이 사라지게 된다. 현재는 사탐과 과탐 중 하나를 정해 2과목을 선택하지만, 2022 수능부터는 계열 구분 없이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대학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교육부는 일부 사례를 세미나 자리에서 거론했다. 송 과장은 “자율적으로 학생들을 두면 자연계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확률과 통계를 듣거나, 물리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경제사·세계지리 등 사탐 과목만 선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인문계열은 이러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자연계나 이공계 진학 희망학생이 확률과 통계를 듣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기하나 미적분 가운데 하나는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변경사항을 꼭 시행계획에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송 과장은 “시행계획 내면서 별도로 제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학교 홈페이지나 별도 보도자료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발표하면 된다”고 했다. 

현재 대입에서는 사전예고제가 실시되고 있다. 수험생들이 미리 자신이 치를 대입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게 함으로써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명확한 대입 방향이 제시되면 사교육의 불안 마케팅을 줄이는 효과도 예고제를 시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전 예고제는 4개 단계로 구성돼 있다. 고3 수험생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학입학 3년 6개월 전인 중3 8월 말까지는 정부 주도의 대입정책이 발표된다. 큰 틀의 변화가 있는 경우 미리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것으로 지난해 8월 나온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3월 27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4년 전인 중3 2월까지 대입정책을 앞당겨 발표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의결되기도 했다.

2년 6개월 전인 고1 8월 말에는 대교협 주도로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발표된다. 대학들이 차후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모집요강 등을 만드는 데 있어 활용하는 일종의 ‘기본 틀’ 역할이다. 

1년 10개월 전인 고2 4월 말까지는 대학이 만든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나온다. 내달 발표되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의 경우 현 고2에게 적용되는 2021학년의 것이 나오게 된다. ‘전형계획’으로도 불리는 시행계획에는 모집인원과 전형방법 등 구체적인 대입전형 내용이 담겨 있어 수험생들이 미리 특정대학의 대입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10개월 전인 고3 4월 말에는 ‘수시 모집요강’이 나온다.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 이후 구조조정 등 수정이 불가피한 경우 이를 반영하고, 시행계획보다 한층 더 상세한 내용을 담아 수험생들이 원서접수 전 자신이 치를 대입전형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

사전예고제 시기를 적용하면, 현 고1을 대상으로 하는 2022학년 대입전형 관련 사전 예고는 올해 8월 대입전형 기본사항, 내년 4월 대입전형 시행계획, 내후년 4월 수시 모집요강 순으로 이어져야 한다. 내달 기본적인 방침을 내놓으라는 것은 기존 예고제에 비해 상당한 ‘조기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부가 이처럼 시기를 앞당긴 ‘조기 발표’를 대학들에 요청한 것은 수험생들의 ‘혼란’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2022학년 정시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대입개편안과 더불어 수능 체제가 바뀌는 점이 문제였다. 송 과장은 “고교에서는 대입 준비를 일찌감치 시작한다. 교사 수급이나 교과서 주문 등의 여건까지 겹쳐 선택과목을 앞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가급적 올해 4월에 변경사항을 포함해 발표해 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고교 현장의 목소리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고교 진학교사들은 교육과정 설계와 학생들의 수업 선택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는 대학들의 수능 선택과목 방침이 발표돼야 한다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물론 교육부가 조기 발표 시기를 4월로 못 박은 것은 아니다. 사전 예고제에 따르면 대학에 내달 2022학년 대입 관련 방침을 발표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송 과장은 “2022학년 사항을 올해 발표할 의무는 없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재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기 발표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을 안다. 대학들에 물어보니 이미 의사결정을 한 곳도 있었다. 가능하다면 4월에 발표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대안도 함께 꺼내들었다. 4월 조기 발표가 어렵다면 8월이나 9월도 좋으니 앞당겨 발표만 해달라는 것이다. “늦더라도 가급적이면 올해 안에는 발표해 달라”며 “학생들의 고교 선택권을 생각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다만, 대학들은 ‘난색’을 표하는 실정이다. 2022학년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입 방침을 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섣부른 발표를 경계하는 시각도 팽배했다. 한 서울권 주요대학 입학처장은 “대략적인 방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변경사항을 한 번 발표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도 섣부른 발표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송 과장은 내달 4월 발표한 내용을 차후 수정할 수 있느냐는 한 입학처장의 질문에 “변경사항을 발표하고 이후 상황이 달라져 바꾼다고 하면 못 바꿀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수능 선수과목 등은 내년 4월이 결정시한이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발표한 내용을 대대적으로 변경하는 경우 대학 신뢰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발표 이후 고치기 쉽지 않으니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단점이 많다 보니 대학들은 조기 발표보다는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대입을 사실상 선도해 온 서울대가 먼저 방침을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A대학 입학처장은 “이런 상황에서 먼저 발표하는 대학은 ‘덤터기’를 쓸 수밖에 없다. 다른 대학들의 반응을 보고 발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선호도 높은 대학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대입에서는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는 물론이고 고려대·연세대 등 서울권 주요대학들이 먼저 선수과목 등에 대한 의견을 모아 발표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개별 대학의 발표가 가져오는 ‘부담’을 생각할 때 교육부 주도 ‘통계 발표’가 더 나은 방법이라고 내다 봤다. B대학 입학처장은 “수능 선택과목의 전반적인 반영 경향을 수험생들에게 알림으로써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라면, 굳이 개별 대학의 방법이 공개돼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육부나 대교협이 대학들의 의견을 취합해 통계치로 발표하면 된다”고 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의견을 고려해보겠다고 반응했다. 송 과장은 “발표 방법은 어떤 형태든 상관없다. 자유롭게 발표하면 된다. 대교협이나 교육부가 대학들의 방침을 취합해 고교현장이나 언론에 전달하는 것도 생각해 보겠다. 대학들에 짐을 지우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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