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총협-본지 공동기획] 혁신 외치면서 규제 걸림돌, 4차 산업혁명시대 뒷걸음
[사총협-본지 공동기획] 혁신 외치면서 규제 걸림돌, 4차 산업혁명시대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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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본지 공동기획,  ‘4차 산업혁명시대와 규제 혁신’​​​​​​​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 모습(출처: 미네르바스쿨 홈페이지)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 모습(출처: 미네르바스쿨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의 문이 열리고 있다. 주요 선진국 대학들은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도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은 가능할까? 대학가는 고개를 젓는다. 각종 규제가 우리나라 대학들의 혁신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본지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와 공동으로 규제 실태를 짚어보고, 우리나라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은 불가능하다-上”
②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은 불가능하다-下”
③ “규제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자”  

■ 4차 산업혁명시대 대비 혁신 경쟁 =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World Report) 선정 4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대학(The most innovative schools)’ 1위, 애리조나주립대. 마이클 크로(Michael Crow) 애리조나주립대 총장은 2002년 취임 이후 애리조나주립대의 혁신을 주도했다. 슬로건은 ‘New American University’.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애리조나주립대는 명문대 따라잡기를 거부했다.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등과 다른 노선을 걸었다.

GFA(Global Freshman Academy), Adaptive Learning(맞춤형 학습)은 애리조나주립대만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GFA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 수업) 기반의 1학년 기초과정 수업이다. GFA에 따라 애리조나주립대 1학년 학생들은 전 세계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Adaptive Learning은 ‘적합한 수업(right lesson)’을 ‘적합한 학생(right student)’에게 ‘적합한 시간(right time)’에 맞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애리조나주립대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오기 전 이론을 습득하고, 교실에서는 실험·실습·토론 등을 통해 지식을 체화한다.

미래 대학, 미네르바스쿨. 미네르바스쿨은 벤처 자본의 투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개교했다. 미네르바스쿨은 별도의 대학 건물이 없다. 1학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2학년부터는 서울, 베를린 등 7개 도시 기숙사를 이동하며 생활한다.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미네르바스쿨 자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에 참여한다.

글로벌 전략으로 성공한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APU). “학생 50%를 국제 학생들로 채우고, 50개 이상 나라와 지역 출신 학생들을 입학시키며, 교수 50%를 외국인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 APU의 설립 목표였다. APU는 설립 목표를 달성, 개교 20여 년 만에 일본 Top 글로벌 대학으로 명성을 굳혔다. 현재 교수와 학생 2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 ‘온라인 기반 혁신 추진’ vs ‘온라인 수업 제한’ = 교육부는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을 도입하며 “대학이 자율적으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교육, 연구, 산학협력, 교육여건 등 전반에서 혁신을 주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을 롤모델로 제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림의 떡’이다.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은 혁신 추진에 걸림돌이 없었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규제가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부터 살펴보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의 1순위 혁신 키워드는 ‘온라인’이다. 철저히 온라인에 맞춰 수업을 설계·운영하고, 학위를 수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은 자유롭게 온라인 수업을 설계·운영할 수 없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제22조 제2항 신설(2017년 11월 28일 공포)과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4조의 2 신설(2018년 5월 28일)에 따라 2018년 10월 ‘일반대 원격수업운영 기준’을 마련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원격수업(온라인 수업) 교과목은 교수-학습 활동(중간-기말고사 등 평가 활동 제외)의 70% 이상이 온라인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다. 원격수업 교과 이수 단위는 일반 대면수업과 동일하게 평점과 학점제가 기본이다. 학점당 이수 시간은 교과목 특성을 반영, 대학이 자율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매 학기 최소 15시간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규제의 하이라이트는 비율 제한. 원격수업 교과목은 총 교과목 학점 수의 100분의 20을 초과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전체 수업의 20%까지만 원격수업이 가능하다. 비율 제한 등 규정을 위반하면 위반 정도에 따라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처분이 부과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대 원격수업운영 기준’은 강의실 수업을 기반으로 설립·운영되는 일반대가 원격수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소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유도한다”며 “기준에서 직접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도 강의실 수업에 준해 질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대학들은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스쿨처럼 온라인 기반으로 자유롭게 수업을 개설하고, 학위를 수여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미국에서는 펜실베이니아대를 비롯해 소위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학위를 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면서 “우리는 아직 학위를 그렇게 줄 수 없게 법령화돼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건물 없어도 OK’ vs ‘건물 없으면 불법’ = 미네르바스쿨은 ‘No Campus’로 유명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라 △교사(校舍·학교 건물) △교지(校地·학교 부지) △교원(敎員·교사 또는 교수) △수익용기본재산 등이 필수 조건이다. 필수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대학을 설립할 수 없다.

심지어 사이버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사이버대 설립·운영 규정’을 보면 사이버대 설립인가 조건으로 △설립 주체·설립 목적 △사이버대 명칭·위치 △학교규칙·학교헌장 △재정운영계획 △교육·연구용 시설·설비 확보계획 △실습 또는 연구용 시설·설비 확보계획 △교원 확보계획 △학사운영 계획 △원격프로그램 운영계획·교육품질 관리계획 등이 제시된다.

특히 교사·설비의 경우 ‘교사는 학생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기준 면적 이상을 사이버대 인가 위치에 확보해야 한다’ ‘사이버대에는 각종 서버·통신장비·콘텐츠 개발 설비 등 원격교육에 필요한 설비가 있어야 한다. 원격교육 설비 세부 기준은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육부 장관이 정해 고시한다’라고 규정된다.

이처럼 사이버대조차 교사, 즉 건물 확보가 필수다. 그런데 교육부는 한국판 미네르바스쿨을  주창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미네르바스쿨은 캠퍼스가 없는 학교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이버든, 대안학교든 건물을 소유하지 않으면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 ‘제한 없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 vs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규제’ =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민국가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면서 “APU 캠퍼스에는 60여개국의 학생과 일본 학생이 섞여있다. APU가 일본의 미래 본보기가 될 것이다.”

고레나가 순 APU 전 총장의 말이다. APU는 위기 극복의 길을 ‘글로벌’에서 찾았다. 외국인 학생과 교수를 적극 유치했다. 현재 APU 재학생 6000여 명 가운데 3000여 명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국적은 60여 개국에 이른다.

또한 애리조나주립대의 성공 비결로 교육혁신뿐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 유치도 꼽힌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재정 위기에 처하자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온라인 기반 수업 설계·운영이 주효했다. 애리조나주립대의 재학생 규모는 외국인 유학생을 포함, 7만여 명이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순수 외국인(부모 모두 외국인)을 인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선발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제약사항이 있다. 법무부가 어학연수와 학위과정 입학 허가조건으로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분은 불법체류 방지. 그러나 APU는 모든 강의를 일본어와 영어로 제공한다. 이에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어를 하지 못해도 얼마든지 APU에 입학, 공부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APU와 애리조나주립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 우리나라도 학령인구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우리나라 대학들에 선택이 아닌 필수다. 불법체류와 외국인 유학생 질 저하 방지를 위해 일정 수준 입학허가 조건은 필요하다. 그러나 입학허가 조건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규제로 전락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자유롭게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 혁신의 돌파구를 찾으면서 외국인 유학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크로 총장은 “애리조나의 학령인구만 대상으로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전 세계로 눈을 돌리라”고 조언했다. 크로 총장의 조언을 교육부와 법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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