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헌 계명문화대학교 학사운영팀장

홍진헌 팀장
홍진헌 팀장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사회, 멀게만 느껴졌던 단어들을 현실로 직면하게 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고등교육의 질 관리 및 책무성이 강조되면서 대학교육의 질이 제고될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이 강화되고 있어 대학들은 힘들어하고 있다.

교육부는 2008년 12월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교육부 장관의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인정기관이 대학의 신청에 따라 대학의 운영전반(기관 평가) 또는 교육과정 운영(프로그램 평가)을 인증(accreditation)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평가·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 평가의 기능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교육프로그램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을 위한 것과 교육 제반의 문제를 이해하고 올바른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현재 4년제 일반대학 기관평가인증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 한국대학평가원이,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하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이 맡고 있다. 프로그램 평가인증은 간호학·건축학·공학·경영학·의학·치의학·한의학·수의학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는 면허 취득을 위해 ‘고등교육법’ 제11조의 2에 따른 인정기관의 인증을 받은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은 자에 한해 해당 면허시험 응시자격이 부여되는 것으로 2017년에 변경됐다.

한국교육개발원 주관의 교원양성기관평가, 한국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평가원 주관의 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 평가·인증, 한국영양교육평가원의 영양사교육과정 등 알게 모르게 많은 평가·인증이 진행되고 있다.

우려하는 바는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조하면서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너무 많은 교직원들의 에너지 소모와 대학의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 하나둘씩 생겨나는 평가·인증이 향후에는 학과마다 평가·인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평가·인증 관련 공청회, 설명회를 마치면 참석한 교수나 직원들이 '평가가 없어지거나 축소되기를 또는 평가항목이라도 축소될 수 없는가'라는 푸념을 하면서 대학으로 돌아가는 현장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기관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많은 학과가 평가·인증을 해야 한다면 대학 또는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은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대학 또는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을 위해 많은 에너지와 재정을 투입한다고 볼 때, 오히려 교육프로그램을 평가·인증하는 단체에서 기관평가인증 지표 내에 학과에서 필요로 하는 평가 지표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요청하거나 기관평가인증 내용을 참고해 평가지표를 과감히 축소한다면 불필요한 에너지와 재정을 줄여 줄 것이다. 정해놓은 평가항목을 이수했는지에 대한 평가보다 여러 가지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찾는 것이 교육의 질적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대학에 교무·학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모든 평가에 관련 항목들이 포함돼 있어 대학의 꽃이라고 불렸던 부서에서 기피하는 1순위 부서가 돼버렸다. 평소에도 학생들 민원, 대학 자체에서 요구하는 각종 자료, 교무·학사와 관련된 지표의 향상에 신경써야 함은 물론이고 혹여나 평가·인증에서 교무·학사 영역의 평가항목의 점수를 낮게 평가 받았을 경우 대학 내에서 질책도 받지만 대학 자체 부서업적평가, 개인 인사고과평가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게 돼 더욱 기피하는 부서가 되고 있다.

지금은 대학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교무·학사영역에 학사제도 개선 등에 대해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평가에만 많은 에너지와 재정을 소모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교육제도를 개선하는 데 많은 에너지와 재정을 사용하게 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훨씬 더 나은 교육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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