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대학교 LG계열사 캠퍼스 리크루팅 현장을 가다

3월 26일 연암대학교에서 열린 LG계열사 캠퍼스 리크루팅 'LG데이'에 참석해 기업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사진=허지은 기자)
3월 26일 연암대학교에서 열린 LG계열사 캠퍼스 리크루팅 'LG데이'에 참석해 기업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취업률 향상은 전문대학의 숙명처럼 여겨지고 있다. 최근에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취업처를 마련하기 위한 전문대학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 학생들을 대거 취업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주비전대학교는 2018년 하반기 하림그룹에 41명을 취업시켰고, 충남도립대학교도 취업스터디를 운영해 2018년 한 해 동안 한미약품‧CJ제일제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30명을 합격시켰다. 혜전대학교는 최근 19명의 합격자를 2학기부터 현대그린푸드에 근무하게 하는 MOU를 체결했고, 삼육보건대학교는 아모레퍼시픽과 4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취업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성공취업 사례가 전문대학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사례는 연암대학교의 LG계열사 캠퍼스 리크루팅이다. LG가 세운 대학인 연암대학교는 2016년부터 LG계열사로 학생들의 취업을 연계시키고, 계열사 채용 설명회 및 상담을 진행하는 ‘LG데이’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LG데이를 처음 개최한 2016년 22명을 시작으로 2017년 55명, 2018년 45명 등 최근 3년간 총 122명의 졸업생이 LG계열사로 취업했다.

올해는 3월 26일 LG데이가 개최됐다. LG화학·팜한농·LG하우시스·LG생활건강·LG유플러스·S&I Corp(구 서브원)·판토스·LG상사가 참여했고, 이들 기업의 인사담당자와 현직자가 직접 LG데이 현장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9시 30분 개회식을 시작으로 기업별 채용설명회가 순서대로 진행됐고, 설명회장 밖에 설치된 기업별 부스에서 상담이 상시 운영됐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9시 20분 경부터 길게 줄을 선 학생들. 이 줄은 건물 밖까지 10m 이상 이어져 있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9시 20분 경부터 길게 줄을 선 학생들. 이 줄은 건물 밖까지 10m 이상 이어져 있었다.

첫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행사장은 대학 관계자 및 학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육근열 총장도 이른 시간부터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일일이 기업 인사담당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연암대학교 한 관계자는 LG데이가 육 총장이 LG계열사 취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라 귀띔했다. LG데이는 육 총장이 취임한 2016년부터 시작됐다. 육 총장은 취임 전까지 LG경영개발원 부사장,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 등 30년 넘게 인사부문에서 일해왔다.

9시 20분부터는 행사가 진행되는 웰빙관 앞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다. 대학 측이 행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행사 참석으로 수업 출석을 인정해주기도 했지만, 채용설명회 첫 순서인 LG화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유를 묻자 오관세 학생홍보지원팀장은 “LG화학은 전공에 관계없이 사무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어 학생들이 두루 선호하고, 또 지원을 희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연암대학교 학생들에게 어떤 역량을 기대할까. 이날 행사에 참여한 LG화학 인사담당자는 ‘성실성’이라 답했다. 그는 “어느 회사나 입사 후 신입사원들이 업무를 위해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래서 우리가 신입사원들에게 원하는 것은 기본적인 역량은 갖춰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얼마나 성실한가다. 그리고 조직에 들어와 기존 팀원과 조화를 이루고 성과를 낼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말하자 “일에 대한 태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화학이 지원자에게 기대하는 인성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는 답변이었다.

자기소개서에서 이를 어떻게 파악하는지에 대해서는 “흔히 말하는 모범답안대로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자신만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의 장점을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면 인사담당자가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기자나 지원자들이 채용 기준을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 설명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반대로 기업도 지원자를 알기 쉽게 예시를 통해 이해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생각에 ‘역지사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날 관심을 받은 또 하나의 계열사는 팜한농이다. 팜한농의 채용설명회가 이뤄지는 동안 자리를 채운 학생들은 대부분 스마트원예계열 학생들이었다. 팜한농은 작물보호제, 비료, 종사 사업 등 농업 관련 기업이다. 농업 특성화 대학인 연암대학교와 연관성이 크다.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전공에서 작물보호‧종자 연구지원 및 종자 품질보증 분야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전공을 살려 취업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모습이었다.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생은 “팜한농은 스마트원예계열 학생들이 가장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배진열 팜한농 인사팀장은 “지난 3년간 연암대학교 졸업생을 30여 명 채용했다. 연암대학교 학생들이 다른 대학 출신자들에 비해 직무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 작년에 연암대학교 출신 인력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본인 및 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아주 높은 점수가 나왔다. 퇴사율도 낮다”고 말했다. 실생활에 필요한 영어 실력과 농업관련 자격증을 갖추고 학점에도 신경 쓴다면 입사에 유리할 것이라는 조언도 전했다.

연암대학교 출신에 대한 선배 직원들의 만족도는 연암대학교 출신을 계속 채용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이번 LG데이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 대부분은 2016년 첫 행사부터 참석해온 곳들이다. 팜한농뿐 아니라 다른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첫 연암대학교 출신 사원이 성공적으로 업무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계속 LG데이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LG하우시스 인사담당자는 “그 학교 선배가 잘 하면 후배들이 덕을 본다고 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채용설명회와 상담 외에 즉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나 무료 음료를 제공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그곳에서는 학생들끼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종종 연출됐다. 그중에는 “너 LG 취업하려고?”라는 질문과 “취업하면 좋긴 좋겠는데…” 하며 말끝을 흐리는 답변이 이어지는, 비슷한 대화가 반복됐다. LG계열사에 취업은 하고 싶지만 대기업 취업이 자신의 일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은 부족한, 학생들의 고민이 드러나는 대화였다.

그래서일까. 채용설명회에서 가장 학생들의 관심이 쏠린 순서는 선배사원의 사례 발표였다. 취업이 가능할 것인지, 또 취업 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인지 등 자신감이 낮고 취업 준비에 고민이 많은 학생들에게 선배의 성공사례가 희망이 되는 모습이었다.

LG데이 팜한농 부스에서 재학생을 상담해주고 있는 서은경 사원.
LG데이 팜한농 부스에서 재학생을 상담해주고 있는 서은경 사원.

선배사원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잠시 상담 부스가 한산해졌을 때, 오전 동안 여러 학생들의 질문 포화를 받던 서은경 팜한농 종자‧육종연구센터 사원에게 잠깐의 대화를 청했다. 연암대학교 출신자로 이날 행사에 참여한 그는 연암대학교가 LG계열사 취업 활성화를 추진한 이후로 취업에 성공한 첫 기수 중 한 명이다.

그는 “학생들이 업무가 어렵지는 않은지, 복지는 어떤지, 학교 다니며 취업을 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좋은지 등을 물어봤다”고 말하면서 “취업 후에 일을 더 잘 하기 위해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를 다닐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경험도 다양하게 쌓아 시야를 넓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도 학생들의 자신감과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을 둘러보며 목격한 학생들의 이러한 모습에 대해 오관세 팀장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대학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계획을 전수 조사하는 한편 취업컨설턴트가 상주하며 진로상담, 취업상담을 실시한다. 직무에 대한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직무설명 프로그램이나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자신감이 고취되고, 취업의지가 향상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행사는 5시 30분까지 계속됐다. 시간이 늦어지면서 학생들의 숫자는 점차 줄었지만, 행사를 마칠 때까지도 오 팀장은 바쁘게 부스와 설명회장을 오갔다. 마지막 채용설명회까지 자리를 지키는 학생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오전에 “1학년 때도 LG데이에 참석했는데, 올해는 전공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꼭 취업하고 싶다”며 의지를 다지던 동물보호계열 2학년 재학생 곽유진씨도 친구들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행사장에서 모습을 보였다.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모습에서 취업을 시키고 싶은, 또 취업에 성공하고 싶은 간절함이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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