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세이] 대학진학은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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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어느 교수의 강의에 의하면 한국의 직업 중에서 대학 졸업자를 필요로 하는 직업은 전체의 4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고등학생의 약 70%가 대학에 진학하니, 학력과 직업의 부조화는 아주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교생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고, 특히 최상위권 대학이나 취업이 잘되는 인기 학과에 가야 성공자가 되는 것처럼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기도 하다.

대학진학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여건이 갖추어진 학생들에게만 기회가 허락되고, 나머지 학생들은 많은 갈등과 좌절에 빠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런 사실과 상황을 모른 채 대학에 입학한다. 그런 후에 현실을 인식하면서 갈등하기도 한다.

A 학생이 간호사가 되고 싶어 열심히 공부해 원하던 대학의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간호사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던 중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게 됐다. 실습 중에 환자의 상처에서 썩은 고름을 가제로 닦아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A 학생은 처음이라 어렵게 환자의 상처에서 썩은 고름을 닦아내고 실습을 마친 뒤에 귀가했다.

그런데 다음 날 담당 교수에게 전화가 왔다. 바로 어제 환자의 상처에서 고름을 닦아낸 A 학생의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다. 자기 아이에게 환자의 썩은 고름을 닦아내는 것과 같이 지저분한 일을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구였다. 그런 일을 실습하지 않아도 충분히 간호사가 될 수 있는데, 왜 학생인 지금 공부는 하지 않고 그런 실습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일은 간호사가 돼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지금 시키지 말라는 항의였다.

그 전화를 받은 담당 교수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환자를 간호하는 간호사가 환자의 고름을 닦아내는 일은 그저 당연한 일이었고, 그런 것을 실습해야 제대로 된 간호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간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는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것은 환자의 아픈 곳도 치료해 주지만, 더러운 것도 치료해 줘야 하는 일에 기꺼이 자기 삶의 대부분을 사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신의 생활을 그렇게 변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기꺼이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것을 감내하고 극복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명예는 갖고 싶은 마음이 어머니를 통해서 드러난 것이다. 그것은 그 학생과 어머니에게는 새로운 문제였다.

몇 년 전에 모 방송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는 지방의 한 도시에서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 입학한 한 학생이 그려졌었다. 홀어머니는 그 지방의 국립대학교에 진학하기를 바랐지만 본인이 원하는 서울에 있는 명문 사립대에 진학했다. 그래야만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미래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입학할 때는 행복했지만 한 학기가 지난 후부터는 대학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아주 작은 원룸에서 겨우 생활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해야 했지만 한 달 버는 돈은 60여 만원.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하고 싶은 공부를 포기해야 하루를 살 수 있는 젊은 대학생이 된 것이다. 휴학 중에 조금 더 일하고 조금 더 모아야 새로운 학기를 시작할 수 있어 꿈조차 사치인 삶이 된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다 한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기에 충분한 역량을 준비하고 사회에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명문대학과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런 대학으로의 진학이 꿈을 위한 발판과 계단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도전과 문제로 인생을 벼랑으로 밀어낼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새로 생기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대학, 꿈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학으로의 진학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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