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로터리 한 모퉁이를 지나가다보면 전기구이 통닭을 파는 푸드 트럭이 항상 그 자리에 있다. 트럭 위 표지판에는 ‘한 마리 6000원, 두 마리 1만2000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자꾸만 그 통닭 값 표지판이 눈에 띄어 같이 가던 동료에게 가볍게 말을 건넸다. “한 마리에 6000원인데 두 마리에 1만2000원이네!” 그 표지판에 무신경했던 동료도 다음엔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한마디 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사실을 왜 써놓았을까? 한 마리에 6000원이면 두 마리면 당연히 1만2000원인 것을. 그러면 세 마리에 1만8000원이고, 네 마리에 2만4000원이라고도 써 붙이지!?

며칠 후, 동료들과 점심을 하면서 그 통닭 값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내봤다. 당신이 푸드 트럭 사장이라면 가격을 어떻게 써 붙일 것인가? 예상대로 ‘한 마리 6000원, 두 마리 1만1000원’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야 한 마리보다는 두 마리를 사도록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다소 엉뚱한 영업 전략을 제시했다. ‘한 마리 6000원, 두 마리 1만3000원’이라고 써 붙이면 어떨까? 역시 갸우뚱한 반응이다. 나는 정색을 하고 두 마리에 1만3000원 영업 전략에 대한 가능성을 설명했다. 나는 통닭을 한꺼번에 두 마리씩이나 사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 마리면 족하다. 그런데 두 마리에 1만1000원이라고 하면 한 마리에 6000원을 주고 사는 나 같은 소비자는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오히려 두 마리에 1만3000원이라고 하면 한 마리씩 살 때마다 횡재한 느낌을 가지지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 두 마리를 사야 한다고 했을 때 정말 1만3000원을 내야 할까? 아니다. 한 마리씩 따로 계산하겠다고 하면 되기 때문에 그냥 1만2000원만 내면 된다. 결국 두 마리에 1만3000원이라는 거래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괜찮은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내가 통닭집 사장이라면 두 마리에 1만3000원 마케팅 전략도 시험해 볼 것이다.

통닭 값 표지판은 우리의 업무 관행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조직의 목적 활동은 분업화된 업무 단위로 조합된 수많은 절차를 거쳐서 진행된다. 하지만 어떤 행정 절차는 ‘두 마리 1만2000원’이라는 가격표처럼 조직의 활동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군더더기일지도 모른다. 특히 서비스의 대상을 ‘지원’이 아니라 ‘통제’하려는 관점에서 일을 할 경우에는 이러한 군더더기 업무와 절차는 더욱 많아진다. 그것은 세 마리 1만8000원, 네 마리 2만4000원이라고 계속 써 붙여나가는 것과 같다. 조직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끊임없이 성찰하지 않으면 ‘두 마리 1만2000원’이라는 표지판은 곧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로터리 그 모퉁이를 지나칠 때마다 드는 반성이다.

또 하나, 통닭 값 전략 논의 과정을 통해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판단기준의 편향성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는 통닭 한 마리보다는 두 마리 값이 더 저렴해야 한다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논의했다. 하지만 싸게 파는 A전략이 있으면 비싸게 파는 B전략도 반드시 존재한다. A전략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B전략은 그렇지 않다. A전략과 같이 다수가 생각하는 익숙한 공간에서는 일시적 편안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온전한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우선 판단기준의 편향성을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 B전략이 익숙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에는 잠시 멈추어 자신의 기울어진 판단기준이 수평을 이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이후에 전략적 사고를 하면 멀리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판단기준이 기울어있는지 수평을 이루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은 이것을 아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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