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출문제·해설·의도·근거·출처 등 ‘총망라’
교육과정 위반 판정 기반, 수험생 시각에서는 ‘필수 교재’

​지난달 말 공개된 대학별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는 대학별고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다. 문제에 더해 출제근거와 해설 등 기출문제 전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진=건국대 제공)​
​지난달 말 공개된 대학별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는 대학별고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다. 문제에 더해 출제근거와 해설 등 기출문제 전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진=건국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학별 고사를 대비해야 하는 수험생이라면 필히 참고해야 할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가 모두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대학별고사가 있는 수시모집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꼭 살펴야 할 ‘필수 교재’나 마찬가지다. 기출문제와 문항해설·출제의도·출제근거·자료출처 등이 담긴 보고서를 미리 살피는 것이야말로 대학별 고사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보고서는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것인지, 올해 발표된 보고서에 최상위대학들은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등을 한데 묶어 정리했다.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 발간…대학별고사 대비 수단 '각광' = 전국 4년제 대학이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를 지난달 29일까지 홈페이지에 모두 게시했다. 이 보고서는 공교육정상화법 또는 선행교육(학습)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학들이 자체 발간하는 자료다. 직전 연도 대입전형에서 실시한 대학별고사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났는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해 대입전형에 반영하기 위해 만든다.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본 취지에 따라 대학들이 자신들의 대학별 고사가 적정 범위에서 출제됐는지 되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주관하는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서도 보고서를 활용한다.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은 보고서를 기반으로 교육과정 밖 대학별 고사 출제 여부를 별도 점검하고 있다. 연구실의 판단을 참고해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위반 여부를 따진다. 연속해서 위반 판정을 받는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의 ‘모집정지’ 처분도 받게 된다. 2016학년과 2017학년 연속 위반 판정을 받은 연세대(서울)·연세대(원주)·울산대가 실제 처분을 받은 사례들이다.

하지만 수요자들에게 있어 보고서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기출문제’를 기반으로 대학별 고사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들은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위해 보고서에 기출문제와 더불어 문항해설·출제의도·출제근거·자료출처 등을 상세히 담고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보고서에는 문제와 함께 제시문과 교육과정, 출제 근거 등이 들어 있어 올해 수시 논술고사나 면접, 적성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상당히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보고서를 통해 모든 기출문제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정과 관계없는 문항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순 인·적성 면접이나 제출서류의 진실성 확인에 중점을 둔 서류 기반 면접 등은 굳이 선행학습 유발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교과 관련 대학별 고사인 논술고사·적성고사와 교과형 면접이 수록돼 있는 점만 하더라도 보고서가 유용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보고서가 가진 또 다른 가치는 ‘속도’에 있다. 현재 대학들은 보고서 외에도 별도의 가이드북을 배포하거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수험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보고서 발간 이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보다 앞서 기출문제를 파악하고, 올해 대학별고사를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은 보고서가 지닌 큰 장점이다.

■최상위 ‘SKY’ 보고서, 어떤 내용 담겼나 = 서울대는 현재 수시모집에서 정원 내 기준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의 ‘투 트랙’ 형태로 선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수험생들이 보고서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일반전형이다. 제출서류를 기반으로 서류내용과 기본 학업 소양을 확인하는 지균 면접과 달리 일반전형에서는 특정 문제를 활용해 교과 지식을 묻는 교과형 면접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전형 면접의 정식 명칭인 ‘면접 및 구술고사’라는 단어 그대로 말로 풀어내는 논술에 가까운 형태다. 

단과대학에 따라 출제 지문이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잘못된 지문을 참고하는 ‘헛수고’를 막을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인문대·사회대·사범대 등에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지문이 출제됐으며, 경영대·경제학부·농경제사회학부 등에서는 사회과학과 수학(인문) 지문이 나왔다. 자연대·공대는 모집단위 특성에 따라 수학(자연),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등 과학 지문이 각각 출제됐다. 

고려대는 학교추천Ⅰ전형과 학교추천Ⅱ전형, 일반전형 등 학생부위주전형 전반에서 면접을 실시하는 대학이다. 보고서를 통해 해당 면접들의 기출문제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으니 필히 참고해야 한다.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예시답안을 제시하지 않는 대학이지만, 출제의도와 근거, 성취기준, 해설 등을 통해 올바른 답변 방향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연세대 보고서에 담긴 대학별고사는 논술전형의 논술고사와 특기자전형의 면접이다. 이 중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논술고사 기출문제다. 서울대와 고려대가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축으로 대입전형을 운영하면서 논술전형 실시대학 가운데 가장 선호도 높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는 점에서다. 올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상태지만, 그간의 출제 경향을 살피기 위해서라도 기출문제를 필히 확인해야 한다. 

■인·적성 비중 높아진 의대·교대…추세 이어질 듯=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해 의대·교대 면접문항을 분석한 결과 인·적성 면접 문항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로 보면, 여러 면접실 형태의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하는 서울대의 경우 인·적성 문항으로 △명확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동물실험의 필요성과 효용성 양면에 대한 견해 △시대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가치 판단 등을 질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톨릭대는 학교장추천 인·적성 면접 문항으로 선우경식 원장의 삶에 대한 지문을 출제했다. 무료 진료소인 요셉의원 설립자 선우경식 원장의 삶을 소재로 삼아 의로운 의사상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기본적인 인·적성 관련 자질을 평가하는 형태였다. 

교대 인·적성 면접에서 눈길을 끈 것은 경인교대와 서울교대다. 경인교대는 △초등학생의 욕설 사용에 대한 해결 방안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대책으로 ‘더 놀이학교’ 정책 도입에 대한 효과 분석 등을 출제했다. 더 놀이학교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안한 정책으로 저학년 하교시간을 연장해 학습과 휴식을 균형 배치하는 방안이다. 경인교대는 이 정책을 도입하는 경우 학생과 학부모에게 나타날 수 있는 긍정효과와 부정효과를 각각 세 가지 제시하라는 문제를 냈다. 서울교대는 임금 근로자의 성별 소득 분포 결과 분석과 신체 활동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자료를 제시하고, 해당 자료들이 갖는 의미와 자료 내 나온 긍정적 효과들을 예시를 들어 설명하라는 문항을 출제했다.

앞으로도 의대와 교대 면접에서는 인·적성이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생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의대,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대에서는 전공 특성상 학업역량 못지않게 인성과 적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대의 경우 이미 인성측정에 탁월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다중미니면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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