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입학은 교육 못지않게 대학에 중요한 과제다. 좋은 자원들을 선발해 사회에 도움이 될 인재들로 길러내는 것이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큰 벽이 등장, 정밀한 대입전형 설계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에 본지는 대학 입학처장들을 만나 전형의 특성과 인재상, 선발철학, 수요자 친화조치 등 대입 전반에 대한 내용들을 듣고 소개하고자 한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들을 참고한다면 수험생들이 합격의 기쁨을 마주할 날도 훌쩍 가까워질 것이다. <편집자 주>

도승연 광운대 입학처장. (사진=광운대 제공)
도승연 광운대 입학처장. (사진=광운대 제공)

- 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대입 전형을 운영하는 점이 돋보인다. 비결이 있다면?
“우리 대학의 대입전형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적’의 방식이라고 자부한다. 이미 최적화돼있는 전형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정부 지침을 따르면서도 무리가 없는 수준에서는 내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형태로 대입전형을 운영한다. 입학사정관 등 입학 인력들의 질적 수준이 상당하다. 입학사정관제 원년부터 참여한 인력들이 있어 일관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제도의 취지를 정확히 숙지하고 운영하는 효과도 존재한다.
급하게 대입전형을 바꾸면 학생들이 따라올 수 없다.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는 급격한 변화를 주지 않아야 한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지방 수험생들도 우리 대학의 전형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학생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은 시대에 따라 능동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지만, 선발방법이 자주 바뀌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철학 전공자로서 광운대의 인재선발 철학을 설명한다면.
“직업적으로 훌륭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보다는 ‘도토리 씨앗을 받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도토리 나무로 키워낼지’에 집중하고 있다. 철학을 전공했지만, 인문학은 단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다. ‘어떻게 사람 노릇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들을 반영하면서 세심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실시되는 면접의 팁이 있다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면접을 유지하는 이유는 글로 이뤄진 서류만 보는 것과 대면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학생들을 마주하면 서류만 봤을 때와 다른 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최대한 많은 부분을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
긴장하지 말라는 얘기를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다. 면접 질문은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 안에서만 나온다. 면접 전 자신의 서류 내용을 최대한 숙지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길 바란다. 표현능력도 면접에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 수능최저 없는 논술선발을 실시하고 있다. 선발에 있어 어려움은 없는지.
“우리 대학 논술은 고교 자문단 등으로부터 ‘예측 가능하고 일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측가능하고 일관적이라는 말을 평이한 문제를 출제하되 풀이과정을 더 면밀히 본다는 것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과정적인 측면을 평가하기에 선발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다. 수능최저가 없지만 학생부교과 성적을 반영하고 있는 것도 원활한 논술선발이 이뤄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논술전형의 경우 학생들에게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고 본다. 6월 중순경 온라인 모의논술이 시행되는데 많은 지원 바란다. 모의논술에 참가한 학생 전원에게 채점 결과를 제공하고, 첨삭지도도 병행할 예정이다.”

- 이달 말 발표할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의 주요 변경사항은 어떤 것들인가.
“큰 틀의 변화는 없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일부 달라진 부분이 있다. 논술전형의 경우 논술고사의 비중을 60%에서 70%로 늘리고, 학생부 비중을 40%에서 30%로 낮출 예정이다. 전형 취지와 더불어 논술실시 대학들의 전반적인 반영비율 추이도 고려했다. 
또 다른 변화는 정보융합학부 정시모집 교차지원 가산점이다. 수학(가) 응시자에게 기존에는 15%의 가산점을 부여했는데, 인문계열 학생들의 불리함이 다소 컸다. 대학 강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측면도 존재해 가산점 규모를 10%로 조정했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자신 있게 지원하길 바란다.”

- 최근 교육부가 사전발표를 독려한 2022학년 대입의 밑그림을 간략히 공개해 줬으면 한다.
“아직은 명확한 방침이 없다. 2학기까지는 학내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교육부 지침을 잘 따르는 방향에서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다.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할 부분은 수능 선택과목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과·이과 구분이 없다 보니 선택과목을 설정해 두지 않으면 공정성을 다소 악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선택과목을 통해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단과대학 교수들과 면밀한 의논을 거쳐 선택과목을 정해 발표하려고 계획 중이다.”

3월 광운대 입학식에서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며  환영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DB)
3월 광운대 입학식에서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며 환영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DB)

- 현 고1이 치를 2022학년 대입에서 수능위주전형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개편안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
“우리 대학은 큰 압박이 없는 편이다. 이미 30% 이상으로 여유 있게 수능위주전형을 운영하며, 적정선의 정시 비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을 늘리고, 정시모집을 최대한도로 줄이자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턱대고 늘릴 경우 세심한 형태의 학생부종합전형 평가는 어렵다는 게 입학처의 입장이다. 내부 구성원들도 이러한 부분들을 이해해 주고 있다.”

- 학생부종합전형 평가기준을 세밀히 공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제가 많다고 본다. 교육부의 요구는 공정성 확보 취지에서 평가기준을 더 많이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기본적인 내용을 넘어서 세밀한 내용들이 공개된다면 부정적인 효과가 더 많을 것이다. 모범답안처럼 활용돼 정형화된 방식의 서류들이 나오게 될 수 있으며, 대학 서열화도 더 공고해질 수 있다. 대학마다 각기 다른 범위에서 평가기준을 공개했을 때 생길 문제점들도 생각해야 한다.
평가기준은 이미 ‘어디가’에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면 다른 대안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위촉 사정관의 연임 비율을 높인다거나 입학사정관 교육의 내실을 꾀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접근법들이 낫다고 본다.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공개하되 단점들은 교육적 차원으로 접근해 메꾸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방법이다.”

- 멘토단 활동이나 전공박람회 등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들이 잘 마련돼있다. 새롭게 추진할 프로그램이 궁금하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대학-고교 연계 프로그램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컴퓨터 알고리즘 등 우리가 보유한 특성화 프로그램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학생들이 대학을 친근하게 느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족하다. '이런 학생 뽑는다'는 얘기만 하기보다 학생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 광운대 입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입시에서 얻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직업세계가 어떻게 될지,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미래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 만들어진 대학서열에 얽매인 채 대학을 선택해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진로를 정하기 바란다. 광운대가 지닌 역량 가운데 하나는 최초의 공과대학이라는 것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ICT 관련 인력을 전국 3위 수준으로 배출하고 있다. 인문과 자연이 융합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자부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구체화시키고 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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