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새 수장을 맞았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이 3일 취임식을 갖고 8일부터 1년간 대교협 회장 임기를 수행한다. 대교협 회장은 사립대에서 2년, 국공립대에서 1년을 교대로 맡는다. 김 회장에 앞서 장호성 단국대 총장이 2017년 4월 7일부터 2년간 대교협 회장직을 수행했다.

수장만 바뀌었다. 장 회장 시절도 김 회장 시절도 대교협과 대학의 환경은 동일하다. 재정난은 가중되고 있으며 대학생들은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학령인구감소는 대학을 구조개혁의 늪으로 내몰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시대는 대학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대학들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재정난, 대학생 취업난, 학령인구감소,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경쟁 등이 대교협과 대학이 처한 환경이다.

김 회장은 취임식에서 ‘위기’를 ‘재도약 기회’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 재정지원 법령과 제도적 장치 마련 △대학평가제도 일원화(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과 대교협 기관평가인증 체계 통합) △구시대적 교육 규제 개선 △교육부–대교협 ‘고등교육 혁신방안 TF’ 공동 구성 등을 중점 사업으로 제시했다.

기대가 크다. 김 회장의 리더십과 위기 극복 능력은 검증됐다. 김 회장은 2016년 6월 강원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전 강원대는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 등급을 획득,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제한 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김 총장의 리더십 아래 강원대는 구조개혁에 성공했다. 이는 재정지원제한 완전 해제와 대학기본역량진단 자율개선대학 선정의 성과로 이어졌다.

물론 강원대와 대교협은 엄연히 다르다. 대교협 회원 대학 수는 200여 개. 국공립대와 사립대,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 대형 대학과 중소형 대학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대교협 회장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대교협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대교협 회원 대학 간 갈등과 분란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김 회장에게 무엇보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가 필요하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이다. 김 회장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먼저 회원 대학 총장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노력하면, 대교협과 대학 현안을 푸는 열쇠를 찾을 수 있다.

또한 김 회장에게 ‘일명경인(一鳴驚人)’을 권하고 싶다. ‘한 번 울면 사람을 놀래킨다’는 뜻이다. 즉 ‘한 번 시작하면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의 대사업을 이룩함’을 이른다. 때로는 강력한 리더십과 굳은 신념으로 현안을 해결하고 사업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 

올해는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어찌 보면 김 회장의 취임 시기는 더할 나위없다. 김 회장도 “독립 선언서 필사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우리 선조들이 어떤 마음으로 독립을 위해 싸웠고, 어떤 뜻으로 대한민국을 세웠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정의, 인도, 생존, 존엄, 영광을 위한 선인들의 희생과 염원을 이어받아 오늘의 우리는 새로운 100년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도정에서 대교협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혼자의 힘으로 결코 책임을 감당할 수 없다. 이청득심의 자세로 지혜를 구하고, 일명경인의 자세로 나아갈 때 김 회장은 대교협 역사에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1년 임기 동안 총장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자율적인 개혁과 혁신을 통해 대교협이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을 견인하며, 대학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 회장이 임기 동안 약속을 지켜 대교협과 대학의 현 과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