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로이(람록이,林洛而)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3

람록이(林洛而)
람록이(林洛而)

저는 홍콩에서 온 람록이입니다. 한국에 온 지 4년 됐습니다. 중학교 4학년 때부터 한국 유학이라는 작은 씨앗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습니다(홍콩은 중학교 6년제). 저는 유치원 시절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만뒀지만 춤과 음악에 대해 여전히 관심이 많습니다. 2010년쯤부터 홍콩에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친구가 미쓰에이와 FT아일랜드라는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추천했는데, 한번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답니다. 중독적인 춤 스타일부터 가사와 멜로디까지 모든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시 춤 동아리 공연을 준비하고 있던 저로서는 K-pop을 골라서 동아리 멤버들과 같이 연습했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처음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입니다.

사실 저는 아버지 때문에 어렸을 적 막연히 유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예전에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유학시절 겪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유학시절 여러 나라 사람들과 많이 만났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이 아버지는 친구들과 서로 언어가 달라서 미국사람이든지 한국사람이든지 다 일본어로 소통했습니다. 그러나 다들 아직 일본어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께서는 친구들과 소통할 경우 온갖 방식으로 표현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친구들과 이야기 하던 때를 제 앞에서 온몸으로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얼굴은 매우 귀엽게, 눈은 똥그랗게 뜬 채 제게 말을 하곤 하셨죠. 

“나니 잇데루요~” 뭔 말인지 모르는 저는 웃기만 했습니다. 밤마다 동화책을 읽어 주시면서 못 알아듣는 저를 놀리려고 일본어로 읽어 주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린 마음에 저를 놀리는 아빠가 밉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외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하시는 모습이 멋있고 부러웠습니다. 언제쯤 아버지처럼 외국어를 잘하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저에 대해 상상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한국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를 직접 읽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하기 반년 전에 두려움을 내려놓고 한국 유학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몰라서 많이 헤매고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때는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여기 저기 뛰어다니다가 친구들을 통해서 시작한지 얼마 안된 한국어 교육센터를 소개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학당에 서류를 냈습니다. 대학을 갈 생각은 없었고 어학당에서 한국어 연수정도만 생각했습니다. 저는 한국과 한국에 대해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왔기 때문에 초기에는 정말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당시 살고 있었던 동네 식당의 메뉴판이 한국어로만 적혀 있었습니다. 식당 벽에 붙여 있는 사진들을 가리키면서 알고 있는 한국어로 “하나…” 한 단어만 말하며 겨우 주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일상생활하는 게 너무 어려웠던 저로서는 유학을 포기하고 싶어졌고 무기력함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저는 거의 1년에 한번만 고향에 돌아가기로 가족들과 정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가족들을 보고 싶어도 참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게다가 주변에 친구도 별로 없고 환경이 완전히 새로워서 낯설고 슬펐고 우울했습니다. 한국에 도착해 첫 달은 매일 밤마다 울면서 잠든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유학 준비 과정이나 유학생활이 외롭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힘들었던 만큼 지금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눈물의 시간을 지나고 나니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거짓 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내 꿈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자문해 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막연했던 유학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눈물만 하염없이 났던 제 유학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은 한국 사람들이었습니다. 한국의 유학생활 속에서 절대적 지지자들이 되어준, 그리고 저와 함께 해준 그분들이 있어 큰 힘이 됐습니다. 이 기고를 통해 “중국어 예배부 사람들 고마워! 정말로 많은 도움과 사랑을 받았습니다“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어학연수에서 끝나려고 했는데 현재 대학교를 다니게 된 것도 어학당의 선생님의 지도에 의해서였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제는 유학생이 돼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있는 저를 보면 참 감사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제 주변에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한국과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요즘 저는 또 꿈을 꾸고 있습니다. 막연하지만 이번에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공부하는 전공 과목을 통해 방송에 관련된 취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오래전 포기할 수 밖에 없던 춤과 노래를,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며 다시 즐기게 됐습니다. 다시 춤추고 노래하게 됐습니다. 춤추고 노래하면서 제가 만든 작품을 통해 제가 받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 〈유학생 단상〉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칼럼입니다. 대학생활이나 한국생활에서 느낀 점, 유학 생활의 애환, 그밖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곳 opinion@unn.net  자세한 문의는 02- 2223-5030.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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