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고등교육법 개정에 대한 전문대학의 요구가 연구과제로 정책연구를 통해 한 데 담긴다. 교육부는 ‘전문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 방안’을 정책연구과제로 정하고 연구자를 선정했다. 이번 연구로 법 개정이 추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일 교육부는 정책연구과제 연구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정책연구 공모 주제 중 하나인 ‘전문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 방안’ 연구에는 오양현 순천제일대학교 교수가 연구자로 선정됐다.

장수용 전문대학정책과 사무관은 이번 연구과제 선정 배경에 대해 “전문대학 관련 고등교육법 개정 수요를 파악하고 제도 개선 사항을 발굴하기 위함”이라며 “정책연구를 토대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양현 교수는 연구계획서에서 고등교육법 개정 연구가 필요한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 및 지원 필요성’과 ‘4차 산업혁명 등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대학 직업교육의 제도개선’이 그것이다.

연구의 범위로는 △생애주기별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대학 위상 정립 △전문대학 직업교육에 대한 관련 규정 및 규제에 관한 사항 △학생 직무능력 성취를 위한 강의‧학생평가 관련 규정 △타 기관과의 학점교류‧인정에 관한 기준 △비학위 전공심화과정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 △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 운영‧등록자격에 관한 규정 △산업체위탁 학생 모집‧선발 등 운영 사항 △시간제 등록생 선발‧운영 등 △현장중심 직업교육을 위한 전문대학 교원자격 기준 △전문대학 구성원들의 개정 요구사항 등으로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전문 직업교육을 위한 개정 방향을 검토하고, △산업체 위탁교육 지원 자격 요건 완화 △전문대학 전 학과 정원 외 편입학 허용 △전공심화과정 내 시간제 등록 허용 규정 마련 △타 기관과의 학점개설‧교류‧인정을 통한 직업교육 활성화 방안 △강사법 개정 및 시행령 규정 개정으로 인한 후속조치 △전공심화과정 연차평가 개선 후속조치 등을 연구를 통해 다룰 예정이다.

■고등교육법 내 직업교육 기본 담겨야 =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고등교육법에 직업교육의 의미와 기본계획 등의 방향에 대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표 한양여자대학교 교수(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 민간위원)는 “현재 고등교육법에는 고등교육계획 수립에 대한 내용이 없다. 고등교육 기본계획은 가장 기본으로, 당연히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고등교육법에 5년마다 고등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면서 “고등교육의 중장기 계획을 다루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정표 교수는 “고등교육의 질 관리 방안, 일반 고등교육과 고등직업교육의 기능 분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 역시 고등교육법에서 다뤄져야 한다. 고등교육 기본계획도 고등교육기관별 기능에 맞게 각각 수립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연 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 회장도 비슷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고등직업교육뿐 아니라 직업교육법 자체가 정비가 안 돼 있다. 고등교육의 틀에서 직업교육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법에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구미대학교 기획행정처장은 “국가에서 직업교육 영역의 기관을 통합하는 ‘직업교육체제 재정비’가 있어야 한다고 오래 이야기해왔다. 중심기관이 어디가 되든 우선은 정부 부처에서 운영하는 직업교육 기관 전반을 아우르는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전문대 지속 요구한 교부금법‧수업연한 자율화‧직업교육 지원 반영되길 = 앞서 전문대학이 요구해왔던 사항들이 이번에는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대학교육혁신운동본부장을 지낸 바 있는 윤여송 인덕대학교 총장은 2006년 있었던 ‘전문대학 교육혁신 결의 대회 및 세계 고등직업교육 포럼’을 언급하며 ‘수업연한 자율화’를 다시 한 번 요청했다.

윤여송 총장은 “20여 년간 주장해 온 내용이다. 전문대학이 직업교육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특히 다양성과 창의‧융합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등직업교육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업연한 자율화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윤 총장은 학점이수에 따른 학위수여 제도의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한 학생이 토목공학과 2년 마치고 영어과에서 2년간 공부했다면 해외 건설 쪽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된다. 전문대에는 2년제 교육과정이 많으니 이러한 과정을 복수 이수하며 120학점 등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이수하게 된 경우에 대해 학사학위를 부여한다면 직업교육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고 자연스럽게 융합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직업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현장실습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 제도의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기획행정처장도 수업연한 다양화 주장에 목소리를 더하는 한편 원활한 직업교육을 위한 교육 인력 수급 및 인프라 구축 방안이 법안 개정을 통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처장은 “산업의 트렌드는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직업교육기관은 산업의 변화에 맞춰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하고, 산업체의 실무경력을 가르칠 수 있는 교원도 계속 수급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로 전문대의 ‘겸임‧초빙교원’으로, 이들의 임용과 수급에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 변화에 맞게 실습장비도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직업교육의 특성상 현장 실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문대학은 대부분 사립대학으로, 반값등록금 정책과 등록금 동결 등으로 만성적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OECD 평균 수준의 GDP 대비 1.1%의 교육재정 확보와 더불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한 안정적인 고등직업교육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전문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문제들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고등교육법 개정이라는 성과가 나타나기를 희망했다. 강석규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은 이번 연구에 대해 ”이번 연구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전문대학에서 주장해왔지만 ‘말’로 끝났던 이야기들이다. 정책연구를 통해 전문대학의 주장이 제도개선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양광호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가 가진 의미는 그간 전문대학이 주장해온 내용들이 객관화되는 과정“이라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가 잘 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양현 교수는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상반기연수회에서 전국 전문대학 교무‧입학처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예정이며, 이어 전문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고등교육법 개정 방안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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