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역대 정부는 다양한 직업교육 관련 정책을 내놓고 시행해왔다. 그러나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경제적‧법제도적 차별이나 낮은 인식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교육제도와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에 본지는 ‘직업교육법제 정비방안’에 대한 10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현행 직업교육 관련법을 검토‧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우리나라 직업교육법제의 정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연재가 고등직업교육을 위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균등하게 직업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사회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① 역대 정부별 직업교육 관련 정책
② 해외 직업교육 현황(Ⅰ) - 유럽형
③ 해외 직업교육 현황(Ⅱ) - 미국형
④ 해외 직업교육 현황(Ⅲ) – 동아시아형
⑤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Ⅰ) - 유럽형
⑥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Ⅱ) - 미국형
⑦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Ⅲ) – 동아시아형
⑧ 우리나라 직업교육 현황 및 개선방안
⑨ 현행 직업교육 관련법 정비방안
⑩ 전문가 좌담회

박화춘 부연구위원
박화춘 부연구위원

미국의 직업교육은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오랜 세월 동안 관련법, 규정 및 정책을 수립하고 수정·변경하면서 발전해오고 있다. 21세기에 진입하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직업의 세계도 급변하고 이에 맞는 인력양성과 직업교육도 변화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변화는 직업·기술교육의 트랙을 선택한 학생들의 고등교육입학지원율과 기초직업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직업·기술교육 분야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기초수학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첫째는 읽기 및 쓰기 능력, 산수 및 수리 능력, 말하기와 듣기 등과 같은 기본 능력이다. 둘째는 학습의 능력, 추론, 창의적 사고력, 의사결정 능력, 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사고력 향상이다. 셋째는 개인의 역량으로서 책임감, 자아 존중감, 자기 관리능력, 사회성 및 청렴이다. 이러한 기초 능력은 직업의 종류와 분야에 관계없이 직업인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개발하고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미국의 직업교육에서는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STEM교육, Career Pathways, Dual Enrollment, 지역사회연대, 지역대학연대

미국의 직업교육의 현황 중에서 몇 가지 핵심적인 것은 첫째, STEM교육의 강화다. STEM교육은 대학뿐만 아니라 미국의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오랫동안 강조돼 실천되고 있으며 또한 직업·기술교육분야에서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도 STEM을 강조하는 교육을 도입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 학생들과 유치원 학생들이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아주 어려서부터 손으로 조작하고 만들기 등의 경험적 학습 방법을 통해 STEM활동과 기술분야를 일찍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둘째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Career Pathways(직업 경로)가 소개되고 상담을 통해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도록 안내가 된다. 학생들은 고등학교부터는 거의 모든 학교에서 Career Pathways(직업 경로)에 관한 교과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셋째는 이중 등록(Dual Enrollment)제도로서 미국에서 전문기술을 갖춘 직업 인력의 부족현상을 대처하는 계획 중의 하나로 발전하고 대중화된 제도다. 이중 등록 제도는 고등학교 학생이 지역사회에 소재한 대학 캠퍼스나 온라인으로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에서 고등학교의 선생님이나 대학교 교수를 통해 대학교과정의 수업을 받아 대학교육의 학점을 고등학교 학생으로서 미리 취득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의 진학, 직업 준비, 및 대학 학위를 취득하는 시간을 절감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개발됐다. 주된 목적은 1)고등학교 학생의 학문적 이론 교육을 강화하고, 2)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보다 폭넓은 학문적 기회와 선택과목의 영역을 넓히고, 3)학생들의 고등학교의 중도 포기를 줄이며, 4)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대학교에 들어가는 학비를 절감하며, 5)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대학교 캠퍼스 생활을 경험하게 해 앞으로의 대학교육과 대학생활의 적응을 도우며, 6)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의 연계성이 있는 교육을 만들어 가는 것 등이다.

또 다른 목적으로는 1)고등학교와 대학 간의 강한 연대를 형성하고, 2)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교육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3)대학 준비를 더 잘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채택하기도 한다.

한 사회가 안정되고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직업세계에서 시민들이 자신이 맡은 직업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개인적으로 만족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어느 국가나 사회든지 기초 노동자로부터 시작해 CEO까지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고 이를 감당할 직업인력이 필요하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제3의 국가의 차이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시각과 태도 그리고 법률과 규정과 같은 국가적 제도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은 자유경제 체제로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노동에 대한 대가가 비교적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직업의 귀천을 구별해 부모나 사회가 개인에게 어떠한 직업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전기 기술자와 엔지니어가 대학교수보다 수입을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 이는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직업을 바라보는 시민의 직업에 대한 시각과 태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수백 년 동안 존재해왔던 유교사상과 사·농·공·상의 이미지가 아직까지 시민의식에 남아있으며 이러한 사상과 태도는 지난 반세기동안 급격하게 발전해온 재벌경제구조 속에서 이용돼왔다. 다시 말해, 현재 우리나라의 재벌구조에 의해서 훈련되는 직업인력의 양성 구조를 벗어나 중소기업 직업인력을 육성하고 또는 각 개인의 직업의식, 직업윤리, 직업인으로서의 역량을 준비하는 구조가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과 훈련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직업윤리 및 글로벌 시민 역량 강화 교육

미래의 시민과 직업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미국의 직업교육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카데미, 커뮤니티 칼리지, 칼리지, 대학 등이 서로 협력과 연대를 잘 실천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직업세계를 잘 준비하고 대처하기 위한 고용능력 기술을 개발하는 교육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통신기술의 발달, 인공지능의 발달, 첨단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시대에는 특정 기술 및 지식뿐만 아니라 직업윤리와 같은 소프트스킬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Rojewski와 Hill(2014)이 제시한 21세기 직업준비모형으로 크게 세 가지 영역이 있다. 첫째는 ‘진로 내비게이션(career navigation)’의 역량이다. 유치원때부터 초등학교까지는 진업과 진로를 인식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진업과 진로를 탐색하며 미래의 직업과 진로를 계획하고, 고등학교 이후부터는 직업의 세계에서 구체적인 경험을 시작하는 진로발달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둘째는 ‘직업윤리(work ethic)’ 역량이다. 특히, 많은 직업윤리의 구성요인들 중 ‘진취성(initiative)’, ‘신뢰성(dependability)’, 의사소통 능력을 포함한 ‘대인관계기술(interpersonal skills)’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구성요인들은 글로벌 시대에 대비하는 시민의식의 함양과 21세기 직업인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직업윤리이며 고용기술능력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Rojewski와 Hill(2014)은 ‘혁신’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은 ‘테크놀로지 능력’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고차원리 사고능력(higher-order thinking)’ ‘학문적 이론 교육과 직업 기술교육의 통합 능력’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200년 이상의 민주주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로서 시민의식과 직업인으로서의 윤리의식이 선진화 돼있는데 이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회사, 지역 교육청, 학교 현장 등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직업윤리교육, 고용기술 능력개발 교육, 소프트스킬 교육등이 꾸준히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급변하는 직업세계를 대비하고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서로 협력해 선진시민의 직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직업현장에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살펴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적용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현황과 실제를 깊고 폭넓게 파악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정책과 시스템을 개발·운영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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