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희의 감성터치] 언제나 문제는 스토리디자인이다
[한강희의 감성터치] 언제나 문제는 스토리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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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대학지자체상생발전위원장)
한강희 교수
한강희 교수

‘호모 사피엔스(Sapiens)’ ‘호모 루덴스(Ludens)’ ‘호모 나랜스(Narrans)’―. 인간이 여느 피조물에 견줘 ‘만물의 영장(靈長)’임을 증명하는 정의들이다. 지혜를 발휘하기에, 놀이를 즐기기에, ‘이야기’를 구성하기에 그렇다.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차별적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리라. 그중에서도 ‘이야기’는 넓게 보아 지혜와 놀이를 포함하는 덕목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수많은 이야기 속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로 말하고, 이야기를 활용하면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넓혀나간다. 서사의 틀 거리를 기반으로 하는 내러티브(narrative)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을 흡인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떤 이가 태어난 근거를 해몽으로 풀어내고, 죽을 때엔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흥부가 박을 타서 부자가 되거나, 춘향이가 매질을 당하며 부르는 십장가에도 이야기성이 스며 있다.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과 현대의 신화를 일군 1세대 창업주의 입지전적 성공 스토리도, 특정 연예인의 비하인드 스토리인 X파일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예로 인물로는 헬렌 켈러,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를, 제품으로는 스타벅스 커피나 에비앙 생수라는 유전적 스토리를 거명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불우에서 비롯된 역전의 의지가 꺾이지 않고, 신화로 점철, 승화된 경우다.

스토리텔링이란 원래 문학에서 나온 용어다. 하지만 최근 부상한 스토리텔링이란 이야기성을 활용해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기제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준말로 이해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텔링’도 소구력을 가져야 한다. 마음에 드는 이성 친구에게 구애를 한다고 가정한다면, 진정성 있는 태도로 공감을 자아내 ‘취향 저격’의 진한 감동을 주어야 할 것이다. 흔하고 소소한 테마는 뭔가 특별하게, 고도의 전문성이 포함된 내용은 쉽고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효과 만점이다.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해당한다. 오늘의 소비자는 자신의 꿈과 감성을 만족시켜 주는 이야기가 담긴 상품을 선호한다.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가장 큰 요인은 해박한 지식이 아니라 감성이 담긴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小確幸) 시대, 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를 유지하려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시대, 한 번뿐인 인생을 재미나게 살고자 하는 욜로(YOLO) 시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으로 불황과 침체의 늪이 계속되고 있다.

단언컨대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도, 행복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마셜 B. 로젠버그,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 등 긍정심리학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인간 삶의 본질인 삶의 재미와 의미를 분망(奔忙)히 좇지 않기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적정 수준의 콤플렉스는 자신의 삶을 위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속한 주위주변과의 결속력을 강화하며 내가 하는 일의 소중함을 환기하는 데도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굳이 자서전을 써야 하거나 거대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는 등 버킷리스트 수준의 목표 설정이 아니어도 좋다. 스토리텔링은 무엇을 얼마만큼 많이 진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혹은 너의, 우리들의) 이야기를 구성해 삶의 활력소를 더하거나 탄력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정도면 무방하다.

방탄소년단(BTS)은 2018년 9월 24일 유엔(UN) 총회 연설을 통해 세상 사람들을 향해, 아니 자신들의 팬덤인 아미(Army) 군단을 위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랑하라’며,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여러분이 누구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으세요. 무엇이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만듭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7명의 젊은이들은 4월 12일,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역동 콘셉트를 원용한 ‘영혼의 지도인 페르소나(The Map of The Soul: persona)’라는 최적화한 앨범 속에 그들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또다시 담아냈다. 사랑의 진행 과정을 네 단계로 담아낸 ‘러브 유어 셀프: 기, 승, 전, 결’에 이은 ‘스토리텔링 끝판작’이라고나 할까.

‘계절의 끝판왕’인 섬진강변에 가서 봄꽃 피고 지는 장면이라도 가슴에 담아 봐야겠다. 백화가 제방(齊放)한 듯하더니 이내 난분분 흩날리고 있다. 매화, 개나리, 산수유가 지니 벚꽃, 진달래가 난만하다. 머지않아 배꽃, 복숭아꽃, 철쭉이 봄의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되리라.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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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립대 1학년 장돈검 2019-04-13 21:33:22
잘 읽고 갑니다. 한강희교수님!!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교수님의 주옥같은 강의를 직접 듣는것 만으로도 정말 축복이며 영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교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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