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해 여건 개선된 장학숙 일부에 불과
수능‧내신 성적 요구, 전문대 입사 금지 등 차별 여전
“지역인재 양성, 공공성 강화 변화 필요…구시대적 ‘학력주의’ 발상 없어져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충북학사 서서울관(왼쪽)과 서울 도봉구 소재 경기도장학관의 모습. (사진=충청북도, 경기도장학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충북학사 서서울관(왼쪽)과 서울 도봉구 소재 경기도장학관의 모습. (사진=충청북도, 경기도장학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의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기숙사인 장학숙. 하지만 이러한 장학숙에 고등직업교육을 위해 전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을 위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민의 세금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해당 출신 지역 학생이라면 모두에게 공평해야 할 장학숙에서 전문대 학생을 배려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입사 요건들이 존재하고 있어 문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는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학숙의 ‘2019년 입사생 선발기준’을 조사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18년에 비해 전문대학생에 대한 장학숙 입사 차별이 다소 줄었으나,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대교협은 밝혔다.

장학숙은 서울 등 대도시 소재 대학에 진학한 지역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가 설립‧운영하는 기숙사 시설이다. 주거비 부담 완화를 통해 입사생의 학업 안정과 지역인재 양성에 기여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에서 장학숙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대교협은 지난 2017년부터 전국 장학숙과 해당 지자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시정을 요구하는 등 이에 대한 차별 개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결과 그동안 전문대 학생의 입사를 제한했던 경북학숙과 충북학사는 올해부터 전문대 학생을 선발하는 것으로 방침을 수정했다. 또 경기도장학관과 도립전남학숙, 화성시장학관은 성적 비중을 줄여 선발하는 방식으로 요건을 개선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장학숙에서 입사 제한이나 수능‧내신 성적 위주 선발이 계속되고 있으며, 전문대 학생들이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학숙 입사를 희망하는 전문대 학생에게 장학숙 입사는 높은 장벽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전문대 학생들이 일반대 학생에 비해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안고 학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019년 주요 장학숙 선발 자격 및 기준
2019년 주요 장학숙 선발 자격 및 기준

주원식 한국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 회장(경남정보대학교 학생처장)은 “전문대 학생에게 장학숙의 문은 반만 열려 있는 것과 같다”며 “입사 자격을 주지 않거나 당락을 결정지을 만큼의 성적 위주로만 선발하는 것은 학벌‧학력주의에서 능력중심으로 변화하는 실력중심사회의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차별적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학숙은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며 이러한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보은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력주의에 기인한 판가름은 구시대적인 착오”라며 “스스로의 꿈과 적성에 맞는 미래를 위해 직업교육을 선택한 전문대 학생들이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입사제한 폐지와 선발방법 다양화 등 조속한 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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