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지난주 본지 수요판에 게재된 안연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의 글, ‘전문대학 지원생들에게도 진학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를 읽고 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 글에서 안연근 센터장은 전문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입시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과 전문대 입학설명회의 부재를 이야기했다.

기자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지난해의 어떤 경험 때문이었다. 비가 내리던 지난해 4월의 어느 토요일이었다. EBS가 교육청과 함께 2019학년도 입시설명회를 개최했었다. 설명회는 한 전문대학에서 열렸고, 행사에는 행사 장소인 전문대학 외에도 인근 전문대학 여러 곳에서 상담 부스를 운영했다. 한쪽에서는 입시 설명회가 진행됐다.

시간에 맞춰 설명회부터 참석했다. 먼저 강사는 흔히 말하는 ‘주요 대학’의 입학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이 어떻게 입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은지 학생의 특성별로 추천하는 전략에 대해 강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강의 내용은 ‘주요 대학’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전문대학의 입시설명은 조금도 없었다. 행사 장소가 전문대학이었고 아래층에서는 몇몇 전문대학들이 상담부스까지 운영하고 있건만, 기대하는 이야기는 도무지 나오질 않았다. 대학 입시설명회가 아닌 ‘주요 대학 입시 설명회’로 끝났다. 다시 한 번 행사 주최가 어디인가 생각해봤다.

입시 학원에서나 할 법한 ‘지극히 학벌주의적 입시강의’였다. 허탈감이 몰려왔다. 행사장을 찾은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주요 대학’만 바라보는 이들이 아니었다. 전문대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는 이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전문대 차별’이라는 단어를 깨달은 첫 순간이었다.

전문대학 상담부스를 찾은 학생들은 그날 입시강의를 들으며 어떤 기분을 맛봤을까. 자녀를 데리고 온 학부모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이를 생각해보면 EBS와 시도교육청이 행한 전문대 차별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너무나 잔혹한 것이었다. 본격적인 입시준비도 하기 전 학벌 차별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진학에도 입시정보는 필요하다. 우선 학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고, 각 대학의 특성과 학생의 장래 계획에 맞춘 지도도 있어야 한다. 어느 대학을 가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전문대학을 진학하려는 이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정보다. 이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느끼는 감정은 고등교육매체에서 일하는 기자가 느껴야 할 당연한 분노다.

1년이 지나 EBS와 각 시도교육청은 2020학년도 입시설명회 일정을 시작했다. 입시는 학생들이 사회를 처음 마주하는 문턱이다. 전문대학을 진학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사회에 들어서는 때부터 ‘닫힌 문’에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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