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지원 결과 해석이 정시모집 성패 좌우
공교육 주도 모의지원 대안?…대학 서열화 논란 피하기 어려워

진학사로 대표되는 사교육 모의지원의 영향력이 정시모집에서 너무 과도하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공교육 주도 모의지원은 대학 서열화 논란으로 인해 첫 발을 떼기조차 요원하다. 사진은 지난해 정시박람회에 참여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진학사로 대표되는 사교육 모의지원의 영향력이 정시모집에서 너무 과도하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공교육 주도 모의지원은 대학 서열화 논란으로 인해 첫 발을 떼기조차 요원하다. 사진은 지난해 정시박람회에 참여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사교육이 운영하는 유료 모의지원의 영향력이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극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의지원 결과를 얼마나 잘 해석하느냐가 정시모집의 성패를 갈랐다는 평까지 나올 정도다.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사교육의 영향력이 과대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당한 상황에서 공교육 주도 모의지원을 만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변환점수 기준 배치점수 발표 등 공교육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능 난도가 널뛰어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면 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는 점을 볼 때 올해 정시모집에서 모의지원의 영향력은 한층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교육의 정시모집 ‘좌지우지’…‘진학 모의지원’ 결과 해석이 정시 성패 좌우? = 지난해 정시모집에서는 유독 사교육 주관 모의지원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났다. 교육계에서  2019학년 정시의 성패는 모의지원 결과를 얼마나 잘 해석하는지에 달려 있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모의지원은 지원자들이 모여 미리 원서접수를 해봄으로써 서로 점수를 비교해 당락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원자들이 여럿 모이면 ‘등수’가 형성되는데, 이를 모집인원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합격이 가능할지 미리 점쳐 보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대학별 지원자들이 모인 ‘점수공개(점공)’ 카페들이 그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모의지원 사이트가 생기면서 점공 카페들은 사실상 사멸한 상태다. 한 대학 지원자들만이 아니라 전체 대학 지원자들이 모일 수 있다는 점에서 모의지원이 지닌 효용성이 보다 컸기 때문이다.

개념만 보면 ‘순기능’이 가득할 것 같은 모의지원이지만, 의외로 문제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모의지원이 ‘사교육’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 현재 사교육 기관 가운데 메가스터디, 이투스, 진학사 등이 모집시기에 맞춰 모의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이 중 현재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의지원은 진학사의 것이다. 모의지원을 비교적 초창기부터 시행해 이용자가 가장 많다는 점에서다. 표본이 많이 모일수록 더 정교한 결과를 도출하게 되는 모의지원의 성격을 볼 때 이용자가 가장 많은 업체로 수험생들은 몰릴 수밖에 없다. 

진학사 모의지원은 수험생들로부터 일명 ‘배터리’로 불린다. 합격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칸 수’를 달리하고 있는데 이 모양이 배터리와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한 대입 관계자는 “9칸까지 나올 수 있는데 실제로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표준점수 기준 100점을 내려도 9칸은 잘 나오지 않는 편”이라며 “통상 8칸이면 합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6칸 정도를 적정 지원선이라고 본다. 5칸이 나오면 지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데 다소 욕심을 내 지원하는 ‘상향지원’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진학지도에 잔뼈가 굵은 고교 진학교사들조차도 지난해 정시모집은 모의지원 결과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 고교 진학교사는 “진학지도를 오래해 왔지만 지난해 정시에서는 부끄럽게도 모의지원 결과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이 상담을 받겠다고 찾아오면 ‘배터리가 몇칸인지’부터 묻고, 상담을 진행했다”고 했다. 

모의지원 결과를 기반으로 삼아 정시상담을 실시한 것은 고교 교사들만이 아니다. 상당한 비용을 받는 교육특구 컨설팅 업체들조차도 지난해 정시에서는 모의지원 결과에 크게 기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의지원 결과를 보지 않고 상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 직접 들어가보는 형태로 상담을 진행했다”며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못 내고는 모의지원 결과를 잘 해석할 수 있었는지에 달려 있었다. 모의지원이라고 해서 모두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다소 현실성 없게 나온 결과들은 과감히 배제하는 형식으로 상담을 진행했다”고 했다.

굳이 상담 사례들을 보지 않더라도 진학사 모의지원이 정시모집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휘문고 교장을 지낸 신동원 한국진로진학정보원(한진원) 이사는 “현재 정시모집 입시는 진학사가 크게 좌우한다. 데이터가 제일 많은 곳이다보니 수험생·학부모가 많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불안과 의문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가지고 과학적인 예측을 내놓는 곳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어쩌다 이 지경 왔나…난도 널뛴 2019 수능 ‘주범’ = 진학사 모의지원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얻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보다 한 해 전인 2018학년 정시에서도 모의지원이 시행됐지만, 정시 전반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는 않았다. 

진학사 모의지원이 지난해 정시부터 ‘공룡’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은 유달리 난도가 크게 널뛴 지난해 수능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해 수능은 ‘국어수능’으로 불릴만큼 국어 난도가 크게 치솟고, 영어 1등급 비율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는 등의 문제로 인해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할 만큼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 

이처럼 수능 난도가 크게 널뛰자 기존에 공개돼있던 대학별 ‘입결(입시결과’는 의미가 없어졌다. 특히 국어 난도가 매우 높았던 탓에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 많이 연출됐다. 수학에서 3~4등급을 받고도 국어 고득점에 힘입어 서울대나 의대에 최초합격하는 사례가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어려운 수능 난도로 인해 입시 전반이 혼란을 겪게 되자 수요자들의 발길은 모의지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지원 경향을 기반으로 입시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 고교 진학부장은 “정시모집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수는 수능성적과 경쟁률이다. 정시 지원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지원경향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 경쟁률이라는 한 변수를 추정할 수 있게 하는 모의지원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의지원의 영향력은 올해 정시모집을 거치면서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달리 특정 영역의 영향력이 컸던 지난해 수능이 올해 다시금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최근 성 원장은 수능 브리핑을 통해 초고난도 문항을 뜻하는 ‘킬러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능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회귀하면, 지난해 정시모집을 통해 형성된 합격선은 다시 흔들리게 된다. 전년도 입결을 통해 합격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는 수요자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은 모의지원밖에 없다. 

■‘영향력은 커져 가는데’ 해결책 마땅찮아 = 모의지원을 기반으로 사교육의 영향력이 대폭 커진 정시모집을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선은 착잡하다. 사교육의 분석과 해석에 따라 대학 모집단위의 합격선이 정해지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한 고교 진학부장은 “진학사 모의지원을 하려면 8만원의 비용이 든다. 정시 원서접수 비용이 3만원 남짓이라는 점을 보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는 금액”이라며 “진학사 외 업체들의 모의지원까지 한 번씩 활용하는 경우라면 원서접수비보다 모의지원비가 더 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대학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배치표의 경우 합격선이 잘못 정해지면, 무슨 근거로 이렇게 점수를 책정했는지 항의해볼 수라도 있다. 대학이 갖고 있는 입결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의지원은 다르다. 학생들이 이렇게 지원했을 뿐이라고 답변하면, 할 말이 없다”며 “학생들의 전형료 부담이 크다며 대학을 압박, 전형료를 인하하도록 해 놓고 정작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모의지원은 건드리지 조차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공교육계에서는 사교육 모의지원의 영향력을 줄이기 방안으로 공교육 주도 모의지원을 제시했다. 한 고교 진학부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입 아이템을 개발하고 상업화시켜 성공한 사례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본다. 더 나은 서비스 등 외부요인을 통해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공공기관에서 주도하는 모의지원 서비스가 나오고, 고교 차원에서 이에 적극 협조한다면 사교육보다 더 나은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일부 교사진은 대교협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대교협 주관으로 모의지원 서비스를 만들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실지원자 기준 수능 성적 공개가 거론된다. 신 이사는 “모의지원이 이처럼 흥행하는 것은 현재 정시모집에서 수험생들이 참고할 만한 정확한 ‘배치표’가 없기 때문”이라며 “수시모집에서 합격한 수험생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실제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수험생 성적 풀을 정확히 계산하기가 어렵다. 수시합격자들을 제외하고 성적을 공개해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공교육 주도 모의지원은 ‘현실성’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공교육계에서 대학들의 줄을 세우는 것을 대학들이 용인할 리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교협 관계자도 “대입 상담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모의지원을 찾는 것은 N수생 데이터 면에서 모의지원이 월등하기 때문”이라며 “대교협 주도 모의지원은 쉽지 않다고 본다. 대학들의 서열을 가르는 꼴이 될 수밖에 없어 항의가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대안이 없는 이상 ‘필요악’으로나마 사교육 모의지원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한 대입 관계자는 “사교육 모의지원이 결코 능사는 아니지만, 기십만원에 달하는 1대 1 대면 컨설팅에 비하면 비용이 덜 드는 편이다. 어차피 국가 주도로 정확한 성적대를 제시할 수 없는 것이라면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모의지원이라도 있어야 정시 지원선을 가늠할 수 있다. 결코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필요악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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