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이푸 지음 박세정, 조성숙 옮김 《AI 슈퍼파워》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1957년 10월, 소련이 쏘아 올린 스푸트니크호는 미국 전역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며 본격적인 우주 경쟁의 시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7년 5월, 이번엔 커제와 알파고의 대국이 중국에게 하나의 신호탄이 됐다. 눈물을 보이며 패배의 수모를 겪는 커제의 모습은 단순히 중국 바둑 황제의 패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 실리콘밸리가 인공지능 시대의 패권을 쥐어 잡는, 중국판 스푸트니크 모멘트였다. 알파고의 승리에 중국은 자극을 받아 테크놀로지계를 중심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AI 시대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거국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첨단기술의 선두주자들도 서로 앞다퉈 AI 기술을 여러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 책은 AI 영역에서 30년 이상 몸담은 저자가 전하는 미국과 중국의 기업가들의 치열한 경쟁에 대한 기록이자 신탁이다.

세계를 들썩인 현자, 유발 하라리의 예견 중 하나는 AI에 대한 인류의 패배였다. 인류는 AI를 통해 신의 능력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수의 계급이 AI를 독점하게 되면 나머지 인류가 경제력과 정치력을 상실하게 돼 결국 사회가 붕괴하리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는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학자들은 이 일이 20, 30년 후에 일어날 수 있다고 점찍는다.

우리는 이 미래의 위협에 대해 과연 잘 대비하고 있는가? 언론에서는 AI에 대한 낙관적이고 안일한 비전을 내놓지만, 현재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한국의 현실은 매우 초라하다. 미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에서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AI 거인이 되어 세계를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다.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이 우주 경쟁을 벌였다면 미국과 중국은 벌써 새로운 시대의 AI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때까지 최첨단 기술을 주도해오던 미국 실리콘밸리와 최근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을 받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승부는 막상막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AI 초강국이 되기 위한 네 가지 장점(풍부한 데이터, 굶주린 기업가, AI 과학자, 그리고 AI 친화적인 정책)을 전부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AI 기술의 범람으로 격변을 겪고 있다. 이 변화의 대홍수는 지리적 경계로 막을 수 없을 것이고 모든 방어막을 넘어 세계를 장악할 것이며 인류는 새로운 기술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휩쓸려가지 않으려면,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미국과 중국, AI의 두 초강국의 강점들을 면면히 살펴보며 다가온 AI 시대에 무방비한 우리에게 필요한 서치라이트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리카이푸는 현재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AI에 대한 날카롭고 현명한 통찰을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대만 태생으로 컬럼비아대에서 컴퓨터과학 학사, 카네기멜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음성인식 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AI 관련 열 개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인공지능 연구, 개발 및 투자 분야에서 30년 이상 종사해왔다. (이콘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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