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법제, 이제는 정비할 때 ④] 대만‧일본 직업교육, 중앙정부 역량 결집 육성
[직업교육법제, 이제는 정비할 때 ④] 대만‧일본 직업교육, 중앙정부 역량 결집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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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부윤 인덕대학교 교수

역대 정부는 다양한 직업교육 관련 정책을 내놓고 시행해왔다. 그러나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경제적‧법제도적 차별이나 낮은 인식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교육제도와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에 본지는 ‘직업교육법제 정비방안’에 대한 10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현행 직업교육 관련법을 검토‧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우리나라 직업교육법제의 정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연재가 고등직업교육을 위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균등하게 직업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사회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① 역대 정부별 직업교육 관련 정책
② 해외 직업교육 현황(Ⅰ) - 유럽형
③ 해외 직업교육 현황(Ⅱ) - 미국형
④ 해외 직업교육 현황(Ⅲ) – 동아시아형
⑤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Ⅰ) - 유럽형
⑥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Ⅱ) - 미국형
⑦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Ⅲ) – 동아시아형
⑧ 우리나라 직업교육 현황 및 개선방안
⑨ 현행 직업교육 관련법 정비방안
⑩ 전문가 좌담회

오부윤 인덕대학교 교수
오부윤 인덕대학교 교수

올해 들어 중국, 대만, 일본 3국은 직업교육 개혁에 정부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올해 1월 국무원에서 ‘국가직업교육개혁실시방안’을 발표해 직업교육 전반에 걸쳐 대개혁을 단행했다. 대만은 행정원 주관으로 ‘기술및직업교육정책강령’를 점검, 재조정하고 있다. 일본도 59년만에 학제를 개편, 기존 일반대학과 전문학교 외 직업교육 특성화대학인 전문직대학과 전문직단기대학을 신규 인가해 올 4월 개교했다.

이처럼 3국 정부가 자국의 직업교육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은 국가 산업 발전과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직업인의 역할, 그에 따른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은 직업교육을 사회, 교육 분야의 문제를 넘어 국가산업발전의 큰 틀 속에서 비중 있고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중앙 정부와 산·학·연·지방 정부가 소통하며 발전하는 대만의 기술및직업교육

대만은 일찍부터 직업교육에 대한 정부의 존중과 책임이 지대한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1990년대부터 대만 정부는 고등직업교육을 일반대학교육과 동등한 위치로 규정하고, 석·박사 학위까지 수여할 수 있는 ‘과학기술대학’ 제도를 탄생시켰다. 또한 직업교육은 반드시 기술및직업교육(줄여서 ‘기직교육’)이라 명명하도록 해 전문기술 습득이 곧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주관하는 교육부의 직책은 ‘기술및직업교육사(技術曁職業敎育司)’로 일반대학 교육을 담당하는 고등교육사(高等敎育司)와 동등한 지위다. 이처럼 대만의 기술및직업교육은 일반대학과 교육 성격은 다르지만 고등교육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일반대학과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대만 정부의 직업교육 개혁은 행정원장이 이끌고 있다. 행정원장은 2년에 한 번 교육부, 외교부, 노동부, 재정부, 교통부 등 중앙 행정부서는 물론 국가발전위원회, 지방정부의 관련 부서들까지 모두 참석하는 기술 및 직업교육 관련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직업교육 강령에 대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심의, 의결하고 있다. 행정원장이 주재하는 회의이기 때문에 정책 실행 및 효과 또한 신속하고 철저하다.

2010년 이후 대만 정부는 모두 4차례에 걸쳐 기술및직업교육 관련 확대회의를 했다. 이는 방안 또는 정책강령으로 공식 발표하고 있다. 2010년 제1기 직업교육재조방안(職業敎育再造方案)에는 기술직업교육의 새로운 발전 방향과 과제를 담았고, 2013년 제2기 직업교육재조계획(職業敎育再造計劃)에서는 기술직업교육의 목표를 ‘실무치용(實務致用)’으로 확정해 관련 교육제도, 교육과정, 취업촉진 정책 등을 담아 공포했다. 5년간의 경험 평가를 통해 2015년에는 ‘기술및직업교육법’을 제정했고, 2017년에는 ‘기술및직업교육정책강령’을 공포해 새로운 개혁과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정책강령’에는 정부와 대학, 산업체, 지역사회의 역할이 명확히 나타나 있다. 여기에는 시대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대만 직업교육의 정책 및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과학기술대학 등 직업교육 대학에 대해서는 강령에 입각해 대학의 구조 개선과 지역발전 특화 전략을 산업체, 동문, 지역 정부와 함께 구상하도록 했다. 2년마다 실시하는 자체 점검 및 평가는 이러한 추진 상황을 정리 보고하기 위한 것으로 궁극적인 목적은 직업교육 특화 대학으로의 순조로운 발전을 지원함에 있다.

대만의 ‘과학기술대학’ 명칭은 정부가 인정한 직업교육 특화대학에만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인정한 정부 역시 과학기술대학 발전에 대해서는 관리 감독을 통한 공동 책임이 있다. 정부는 명칭 사용을 심사할 때 대학의 기본적 교육 여건과 역량 이외 지역 산업체 분포, 주변 과학기술 또는 창업단지 형성 여부, 지방 정부의 지원 역량, 동문들과의 유대, 국가전략산업과의 연관성 등 교외의 발전 역량까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현재 대만의 과학기술대학은 59개로 5개 권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이들 가운데 4개는 국공립이다.

인가받은 과학기술대학은 지역문화 발전, 도시회생, 평생교육의 책임과 역할까지 부여받고 있다. 산학협력을 통한 지역산업의 브랜드화 촉진, 산업체 기술문제 해결 등에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나아가 노인대학, 산업체 재직자 향상교육, 전직자를 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을 과학기술대학이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은 지역 산업체, 지방정부와 다양한 소통을 통해 지역의 산업, 문화 발전, 현안 해결에 교육적 역할을 다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남부 가오슝(高雄) 지역 3개 과학기술대학을 통합해 대학 도시를 조성, 창신·창의·창업이 어우러진 도시 회생의 기반까지 마련해 주고 있다.

대만 최대의 기술 직업 인턴십 박람회가 지난달 국립대만과학기술대에서 개최됐다. 사진=국립대만과학기술대
대만 최대의 기술 직업 인턴십 박람회가 지난달 국립대만과학기술대에서 개최됐다. 사진=국립대만과학기술대

직업교육 개혁을 통한 ‘중국2025제조강국’ 실현

중국 정부는 올해를 직업교육 개혁의 원년으로 삼아 개혁 방안을 분주하게 시행하고 있다. 올해 1월 국무원은 직업교육개혁노선도, 일정표, 수행임무, 향후 5년간 중점 이행 사항 등 20개 조항을 담은 ‘국가직업교육개혁실시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2년 전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제18차 당대회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심의 통과된 것으로 당시 시진핑 주석은 “직업교육을 교육 개혁과 경제사회 발전에 있어 가장 특출한 위치에 둬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를 위해 직업교육과 일반교육은 각기 다른 교육 유형이지만 동등한 지위로 명확히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 직업교육 위상 제고와 개혁에 국가적 책임과 임무 완수를 독려했다.

국무원이 총괄관리자가 돼 향후 5~10년간 직업교육의 다원화 정책 수립, 규모 확장, 교육 품질 제고, 기업과 사회참여 독려, 특색 있는 직업교육 발굴 등을 직접 감독하게 된다. 당장 3년 후인 2022년까지 전국 50개 직업교육 최고 수준의 응용형대학 선정 사업을 비롯해 150개 국가전략직업전공군(群) 지정, 300개 현(縣)에 최고 수준의 신융합형 훈련실습기지건설, 360개의 국가급직업교육창의팀을 조직하게 된다.

고등직업교육기관에 대해서는 산학밀착형으로 산업체 인사 50% 이상이 기술직업교육에 참여하고, 교육 과정도 절반 이상은 실천성 교육으로 전면 개혁하도록 하고 있다. 산학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직업기술교육에 참여하는 산업체에 대해서는 금융, 토지 제공, 신용 평가, 세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 평가는 5년에 한번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해마다 교육에 대한 자체 평가와 피드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직업교육의 질 보장과 통용성, 효용성 제고를 위해 정부는 졸업 시 학위증서와 함께 국가직업기능증서 취득을 제도화하는 ‘1+X’제를 올해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증서는 공신력을 지니기 위해 국무원 인력자원사회보장행정부에서 철저히 집행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직업교육개혁방안은 중국의 ‘2025제조강국’ 전략과도 일치한다. 정부는 과거 제조업의 대국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국창조, 중국품질, 제조강국’으로 격상하는 데 기술직업인의 역할을 중요시하면서 직업교육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직업교육 개혁은 주변국가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당의 정책으로 삼아 국가주석이 특별히 언급할 정도로 철저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중국적 특색을 지닌 최고 수준의 기술직업인을 양성함과 동시에 ‘2025제조강국’을 넘어 공장대국(工匠大國) 실현의 야망까지 품고 있다.

일본 직업교육의 새로운 모델 - ‘전문직대학’ ‘전문직단기대학’ 탄생

교육 개혁에 보수적인 일본 정부도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59년 만에 직업교육 ‘특화’ 대학인 전문직대학과 전문직단기대학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는 ‘깊이 전문 학예를 교수 연구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을 다루는 데 필요한 실천적이고 응용적인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해 기존 전문학교의 직업교육과 격을 달리하고 있다.

학제에 따라 전문직대학(4년제)와 전문직단기대학(2~3년제)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이는 특정 직종의 실무에 직접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익히는 전문학교(2~4년)와는 달리 직업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론과 실천력을 겸비해 취업 직종에 정통함은 물론 관련 산업 분야 발전에 대한 선도적 역할과 평생 직업인으로서의 자질 함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재학 중 이수학점 3분의 1 이상은 현장실습으로 진행하도록 해 현장실무 실천력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인가 심사 과정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작년에 신청한 전국 총 16개 전문직, 전문직단기대학 가운데 올해 개교를 인가한 대학은 전문직대학 2개, 전문직단기대학 1개뿐일 정도로 엄격하다. 정부는 전문직대학 교육을 국가가 전략적으로 시행하는 ‘마을·사람·일 창생종합전략’과 연계해 ‘일본형’ 직업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찾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부는 기존 전문학교나 4년제 일반대학 가운데에도 실천적 직업교육이 담보된다면 전문직대학이나 전문직단기대학으로의 전환을 확대할 예정이다.

직업교육은 고등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과 지식 외에도 건전한 시민사회, 올바른 직업 가치관 형성, 평생교육 활성화, 지역 특화 산업 발전 등 국가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유·무형의 중요한 국가 전략 자산이다. 대만, 중국, 일본 정부가 앞장서 직업교육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개혁을 통해 발전을 이끌어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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