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대학] 대학가 인재상 키워드는 창의·글로벌·융합
[데이터로 본 대학] 대학가 인재상 키워드는 창의·글로벌·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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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국내 4년제 대학 200여 곳 조사…171곳 추출 분석
인재상은 대학 교육의 기본…4차 산업혁명 시대 파고 넘을 인재 추구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대학의 생존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배운 것을 토대로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해야만 대학의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각 대학은 설립이념과 새 시대에 맞는 인재상을 세우고 그에 따라 입시 방식과 교육과정 등을 변화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메가트렌드 앞에 선 대학들의 인재상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대학신문이 국내 대학 200여 곳의 인재상을 전수조사해 모아진 171곳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창의’ ‘글로벌’ ‘융합’을 가장 많은 대학에서 인재상으로 강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파고를 넘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대학들의 교육목표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기사의 대학별 인재상 분석은 각 대학 웹사이트에 공개된 공식 인재상 자료와 이메일 취재요청 답변을 토대로 이뤄졌다. 4년제 대학 200여 개 중 사관학교, 과학특성화대학, 일부 종교대학은 제외했다. 대학 웹사이트에 인재상이 명시돼있지 않고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아 파악이 어려운 대학은 기사에서 빠졌다.

■ 인재상은 대학교육 이정표…‘구체적<원론적’ 교육방향 제시하는 ‘큰 그림’ = 인재상은 대학이 어떤 인재를 뽑고 키워서 사회로 내보낼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다. 대학의 인재상이 결국 교육과정과 입시정책 방향을 관통하는 교육 철학인 셈이다.

대학들은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등 설립주체도 다를 뿐만 아니라 지리적 차이도 크고 설립이념과 학풍 등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도 상이하다. 이 때문에 대학마다 인재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립학교도 국공립과 마찬가지로 학교교육을 수행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교육과정은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립대는 각각의 학교가 갖는 특별한 교육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운영되고 있으며 학교마다 독자성을 지닌다. 이런 이유로 사립대학도 저마다 서로 다른 교육이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인재상을 내세우고 있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우리나라는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 선진국을 거쳐 고도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다른 나라를 이끄는 꿈과 비전을 갖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전쟁에서 싸우는 군인처럼 규격화, 획일화된 인재상이 아닌 시대변화에 맞춰 다양화된 인재상을 추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인재상의 목표에 맞춰서 교육방향이 결정되고 과목이 개설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인재상이 ‘확확’ 바뀔 수는 없다는 게 대학 총장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대학의 인재상은 몇 번의 총장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경향이 많다. 보통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이나 ‘경제위기’ ‘4차 산업혁명’ 등의 큰 사회적 이슈가 발현하는 시점에 대학의 인재상이 새롭게 수립된다.

그럼에도 대학의 인재상은 대체적으로 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대학마다 ‘널뛰기 뛰듯’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기는 힘들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대학마다 특징이 있는 만큼 각 대학이 저마다의 추구하는 가치와 교육 방향을 담아 마련되는 인재상도 당연히 다르다”며 “그러나 너무 자주 바뀔 경우 교육 체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구체적이기보다 큰 방향을 설정하는 원론적인 얘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성미경 숙명여대 부총장도 “인재상 범위가 너무 좁으면 교육과정이나 그 목표를 이뤄내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대학들의 인재상은 모든 교육이 기본으로 삼을 만한 것으로,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과 사회 변화에 맞춰서 거시적으로 보고 큰 범위로 설정된다”고 소개했다.

(그래픽 =  오지희)
(그래픽 = 오지희)

■ 4차 산업혁명 시대 ‘메가트렌드’로…창의·글로벌·융합·협력 = 구글 최고의 미래학자로 뽑힌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2030년 세계에 있는 대학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식반감기가 짧아지면서 대학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 수요를 따라갈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학이 최근 들고 선 ‘인재상’에는 이 같은 시사점이 반영돼있다.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적합한 인재상으로 대학이 뽑은 1순위 키워드는 ‘창의’다.

△가천대(탐구적 지성인, 창의적인 문화인, 자주적인 세계인) △건국대(We人인재 : 글로벌 공동체의 이익 실현에 주도적으로 기여하는 창의 인재) △경희대(창조인, 문화인재, 글로벌 인재, 리더십인재, 과학인재) △순천향대(공감형 인재, 통섭형 창의 인재, 글로컬소통 인재) △울산대(창의적 실용인재) △인하대(자기형성인, 창의도전인, 나눔실천인)△한국항공대(창의적 인재, 실용적 인재, 지도적 인재) 등 84개에 달하는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이 키워드를 담았다. 조사 대학 중 50%에 육박하는 수치다.

유연한 사고로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시각을 펼쳐 보이는 사람을 융성하겠다는 것.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공지능(AI)이 대체 가능한 단순 지식보다는 풍부한 창의력으로 복잡한 문제의 해결법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르겠다는 목표를 담은 것이다.

여전히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으로 ‘전문성’이 꼽힌다. ‘학문과 진리 탐구’라는 대학의 근본적 존재 이유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전문’적 지식과 실력, ‘글로벌’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대학은 각각 54곳과 43곳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한 역량이다.

대학가 교육의 핫이슈로 꼽히는 ‘융합’도 빼놓을 수 없다. 키워드 ‘융합’ ‘통섭’ ‘융복합’은 총 29개로 네 번째로 자주 등장하는 인재상 키워드에 올랐다. △국민대(세상을 바꾸는 공동체적 실용융합인재) △서강대(지성·인성·영성을 겸비한 융복합 창의인재) △아주대(실사구시의 융복합 창조인) △연세대(섬김의 리더, 가치창출형 인재, 소통융합형 인재) △전북대(창의 융복합 인재) 등이 그 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대학 중 ‘융합’이 학과나 전공명에 포함된 경우는 1100여 건에 달한다. 대학 인재상으로 꼽은 ‘융합’을 교육과정에 녹여낸 것 또한 4차 산업혁명과 직결된다. 단순한 지식보다는 분야별 지식의 융합 활동을 통해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역량이 강조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다음 키워드는 ‘인성’이다. △인천대(문제해결 능력, 직업소명·사회적 책임의식, 인성·품격 갖춘 인재, 창업으로 미래 창조, 전향적 자세로 나눔과 배려 실천) △가톨릭대(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윤리적 리더)  22개 대학이 ‘인성’을 갖춘 인재상을 꼽았다. 지역의 한 기획처장은 “조직이나 사회 경험을 비춰볼 때 인성은 지식이나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데 이는 대인관계능력, 조직이해, 변화관리 등 기본 마인드로 이어진다”며 “학생들 취업을 돕기 위해 만난 기업관계자들도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성”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실천(24회) △소통(21) △리더(19) △창조(18) △도전(18) △실용(17) △협력·협동·협업(11) △공감(9) 등이 언급됐다.

■ 종교대, 여대 등 성격 따라 ‘상이’…‘벤처’‘통일’ 등 이색 인재상 = 대학에서 ‘지도자’를 인재상으로 꼽고 있는 대학은 그리 많지 않다. ‘지도자’를 키워드로 넣은 대학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 서울대다. 대부분 신학대학에서 종교 지도자를 인재상으로 꼽은 반면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만 사회적 ‘지도력’을 강조하는 인재상을 두고 있다. 서울대의 인재상은 ‘인류의 번영에 공헌할 창의력과 지도력 가진 인재’다.

실제로 사회 지도자로 자리한 서울대 동문은 눈에 띄게 많다. 학부기준으로 총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다. 본지 기사(‘데이터로 본 대학’ 총장 평균은 ‘이·공계 출신 64세 SKY 거친 해외 유학파 남성’, 3월 25일 자)에 따르면 현재 대학 총장 200여 명 중 46명이 서울대에서 학사를 마쳤다. 석사·박사 과정을 서울대에서 거친 총장을 합하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난다.

이 같은 지표는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잡코리아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대학 중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임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 또한 서울대다.

성적으로 가늠되는 ‘입시결과’에 따라 최상위권에 위치한 서울대에서 사회적 지도자가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서울대의 인재상이 교육과정에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된다. 같은 조사 결과 연세대·고려대·카이스트·한양대 다음으로 6위를 차지한 성균관대도 인재상으로 ‘글로벌 창의리더(지도적 인재)’를 내세우고 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에서 지도력, 공공의식, 남을 위한 희생정신 등을 교육과정에 녹여내고 있는 것은 서울대 출신이 사회지도층에 자리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 특성별 인재상도 차이를 보인다. 여대의 경우 공학대학과의 차이를 보인다. 국내 여자대학 대부분은 △이화여대(주도하는 인재, 지혜로운 인재, 실천하는 인재) △광주여대(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창의적 실용적 자기주도적 인재) △동덕여대(자기개발·사회참여·창의융합·예술감성·전공·의사소통·대인관계·정보기술·문제해결 역량) △서울여대(공동체 가치를 실현하는 PLUS형 인재 양성) △성신여대(인성·지성·감성으로 미래를 이끄는 성신인) △숙명여대(지덕체를 겸비한 인재, 창의적 융합적 사고하는 인재,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 등의 인재상을 표방하고 있다. 이처럼 여대들은 여성 성향을 대표하는 ‘지혜’ ‘지성’ ‘감성’ ‘지덕체’ 등을 강조하고 있다.

호서대는 벤처정신을 가진 사회공헌형 인재를 인재상으로 두며 170여 개 대학 중 유일하게 ‘벤처’ 정신을 강조했다.

‘통일’을 준비하는 인재상을 표방한 대학은 숭실대뿐이다. 숭실대는 ‘창조적 지식인, 조화로운 교양인, 도전적 세계인, 통일시대의 창의적 리더’를 인재상으로 꼽았다.

■ 대학별 인재상 입시 뚫는 데 ‘관건’ = 인재상은 대학이 뽑고 싶은 학생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키워드기도 하다. 인재상은 특히 수시 선발 인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학종은 정성평가를 기반으로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게 특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학별 학종 평가요소는 각 대학의 인재상과 맞닿아 있다. 오 총장은 “각 대학의 인재상은 결국 입시정책이나 교육과정을 관통하는 철학이 되는 것”이라며 “물론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목표가 주목적이고 학생들이 졸업 시 갖추게 되는 역량을 담고 있지만 그 대학의 입시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인재상에 ‘사회봉사’가 포함될 경우 입시에서 봉사 경험을, ‘인성’을 둘 경우 인성 부문에 지향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한 입시 관계자는 “학업 역량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잣대지만 학종은 정성평가로 진행되는 만큼 대학별 인재상에 초점을 두고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 대학 인재상 대부분 ‘붕어빵’…기업 인재상과 ‘거리감’ = 대학별 인재상이 획일화 돼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오 총장은 “대학마다 특징이 있으니 인재상도 달라야 하는데 대학들의 인재상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며 “국내 대학교육 문제점 중 하나는 각 대학이 기르고자 하는 인재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총장은 “마치 고려대와 연세대의 학풍이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대부분의 대학들이 정부정책이나 사회현상에 따라 비슷한 구호를 외치고 다양성을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대학진학률이 70%에 달하고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대학이 사회 수요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역 한 교수는 “글로벌, 산학, 실용 등은 결국 모두 기업이나 사회에 나가서 힘을 발휘하기 위한 기본 역량”이라며 “대학은 결국 졸업 후 대부분이 산업체 구성원이 될 학생들을 사회가 바라는 인재상에 맞춰 교육해 내보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간극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분석해 발표한 ‘100대 기업 인재상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업의 인재상 1순위는 ‘소통·협력’이다. 10년 전인 2008년에는 ‘창의성’이 중요한 인재상으로 꼽혔지만 10년 만에 ‘창의’는 순위 6번째로 밀려났다.

반면 기업이 1위로 꼽은 ‘소통·협력’을 대학 인재상에 언급한 대학은 각각 △소통 21개교(8위) △협력·협업·협동 11개교(13위)다.

이처럼 인재상을 두고 대학과 기업 간 보이는 간극을 두고 교육계 인사들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한 대학 부총장은 “대학과 기업은 서로 긴밀한 사이로 엮여있지만 그 목적과 기능은 엄연히 다르다”며 “대학의 인재상은 교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지향점으로 볼 수 있지만 기업의 인재상은 산업별 업무효율성 고려해서 설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퇴계이황 선생이 사람을 잘 뽑고, 잘 기르고, 잘 써야한다며 강조한 ‘선인(選人)’ ‘양인(養人)’ ‘용인(用人)’ 중 대학은 양인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며 “대학에서 추구하는 교육이념을 담아 학생들이 인재상을 향해가도록 이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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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2019-04-24 23:13:13
꼭 필요한 기사를 작성하시느라고 정말 애쓰셨습니다. 한동안 자주 참조될 좋은 기사입니다.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