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외교관 경력…“덴마크의 유연성, 선택과 집중 벤치마킹해야”
“글로벌 역량 고취하려면 해외 경험 기회 늘리고 IT‧영어 교육 필수”
“전문대학 지원 부족하지만 지원만 바랄 수 없어…자생력 길러야“
우수 인재 양성-양질의 일자리 취업-신입생 충원율 높이는 선순환 구조 구축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학 경영이 만만치 않은 요즘이다. 학생은 줄고, 교육은 변해야 하고, 재정여건도 넉넉지 못하다. 지방 전문대학의 고심은 더욱 깊다. 다른 전문대학은 물론 인근 일반대학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위기의 때, 순천제일대학교 총장에 취임한 안효승 총장은 사실 외교 분야 전문가다. 해외 선진국에서 그가 경험한 모든 것은 순천제일대학교의 혁신의 재료가 된다. 또한 해외 각국,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행정 능력을 발휘했던 그였던 만큼, 혁신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 순천제일대학교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취임 후 안 총장은 새로운 중장기 발전계획을 토대로 순천제일대학교를 ‘취업 제일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업 제일’ 주의는 단순히 취업률만 높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소 성과가 더디더라도 좋은 일자리에 좋은 인재를 취업시켜 그들이 오래 만족하며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역 사회에서 순천제일대학교의 인재가 우수하다는 소문이 나면 취업률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순천제일대학교를 제대로 각인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안 총장 체제의 순천제일대학교가 그리는 비전이다.

그뿐만 아니라 순천제일대학교를 지역의 핵심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퇴직 후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몸소 느꼈기에 평생교육이 수요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교육계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는데, 전문대학 총장에 취임한 계기가 궁금하다.
“34년간 외교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농수산물유통공사 수출이사직 수행을 마치고 2011년 전남 곡성에 자리를 잡았다. 30여 년간 살던 서울에서 여생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아내와 상의해 15년 전 귀촌을 이미 다짐했었다. 곡성에 내려가서는 텃밭에서 마늘, 양파, 고구마, 감자, 들깨 등 작물을 심고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5년 전부터 순천의 한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그림과 성악, 도자기핸드페인팅 등을 배우며 취미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순천이라는 지역과도 인연을 쌓다가 순천제일대학교에서 총장직 제의를 받았다. 국내외 행정경험과 활동을 토대로 유능한 교직원들과 함께 대학 발전에 도움을 주면 좋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마음이 움직였다.”

- 오랜 시간 외교관으로 매진했는데, 후회나 미련은 없나.
“당시 공관장은 2회로 제한하는 원칙이 있었기에 2007년 57세로 퇴직하게 됐다. 외무부에 입부하고 25년 만이었던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주탄자니아 대사로,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주덴마크 대사로 근무했다. 공관장은 외교 업무의 꽃이다. 개인적으로는 꿈을 이뤘기에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배우자와 자녀들은 2, 3년 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느라 힘이 들었을 것이다. 생각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국제기구부터 해외 다양한 국가의 외교 영역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었던 점이 늘 감사하다.”

- 강소국인 덴마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온 것으로 안다.
“덴마크 대사로 근무하면서 강소국의 생존전략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7년 덴마크에서 귀국한 뒤 6월 초에는 포항공대에서 ‘글로벌 시대와 강소국의 생존 전략’을 주제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덴마크는 영토가 작고 역사적으로 외세의 잦은 침입에 시달렸던 경험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물론 우리나라는 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을 충족하는 나라인 ‘20-50 클럽’에 지난 2012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하고, 식량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렇지만 내각책임제를 기반으로 한 안정된 정치 상황, 고부가가치 산업 경쟁력을 가진 경제 상황 등 덴마크의 상황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실용주의와 평등주의의 정신을 토대로 유연성을 갖고 시대 변화에 적응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특화했고 이를 새로운 국가동력으로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 외교 경력을 바탕으로 전문대학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제언한다면.
“2011년부터 전문대학은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 육성사업(WCC 사업, World Class College)을 통해 수요자 맞춤형 국제 주문식 교육과 취업약정제가 활성화되고, 해외취업과 해외 현장실습 분야도 성장했다. 해외 대학과의 공동학위제를 운영하거나 현지 기관과 네트워크를 확립하는 성과도 있었다. 해외 각지에 센터를 설립하고 고등직업교육과정을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다양한 성과가 있었지만, 조심스럽게 우리들만의 잔치는 아니었는지 의견을 내본다.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프로그램은 지난 13년간 전문대학의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대학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전문대학의 해외취업 현황은 2017년 0.7% 수준에 그쳤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공통어라고 할 수 있는 IT와 공용어인 외국어를 습득해 세계화 역량을 길러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사항이다. 전문대에서는 학생들이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해외봉사활동과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상호 학점인증제와 같은 학사 연계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고, 해외취업 기업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또 유학생을 유치하는 일도 중요하다. 산적한 과제가 많다.”

- 평생교육원을 다니며 교육 수요자의 입장에 있었던 소감은.
“생애주기에 맞춘 평생교육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을 직접 체감했다. 특히 평생교육이 단순히 시간만 보내는 의미가 아니라, 누구든 원하는 때에 언제든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사실 나 역시 여가활동의 목적으로 평생교육원을 다녔다기보다는 자기계발의 목적이 컸다. 특히 서양화나 도자기핸드페인팅 과정의 경우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을 때 만족감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성악을 배울 때는 새로운 노래를 배울 때 즐거웠고,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다녔던 평생교육원에는 여성과 남성, 직장인과 퇴직자와 같이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배웠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어 특히 실버세대에 추천한다. 늘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바뀌어가는 세상과도 소통할 수 있다. 우리 순천제일대학교도 지역사회 평생직업교육기관의 축으로서 지역 환경에 적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낮다.
“큰일이다. 전통적으로 인문교육을 숭상한 영향이 있다. 하지만 유턴학생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 대학 제철과에 일반대를 졸업하고 일을 하다 입학한 학생들이 있다. 제철회사에 취업을 희망하고 지원한 것이다. 학생들은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순천에 있는 전문대까지 찾아오고, 기업들은 우리 대학 출신의 인재라면 믿고 선발한다.”

-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전문대학 그리고 순천제일대학교가 가장 주목해야 할 흐름은 무엇이라고 보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지능 정보화 시대’다. 사물인터넷(IoT),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 지식과 기술의 융복합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산업 분야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도 결국 인간에 의해 이뤄진다. 교육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주도적 학습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라 본다. 우리 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역의 성장 산업에 대한 현장 맞춤교육을 실시하고, 직무적성 일치, 올바른 직업관, 현장적응력을 향상시켜 산업체와 학생, 대학이 모두 만족하는 직업교육을 실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LINC+ 사업도 그 일환이다. 또 ‘트리즈(TRIZ)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창의적 사고를 통한 문제해결 방법론을 활용한 교육이다. 단계별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한다.”

- 학령인구는 줄고, 대학 재정은 열악해 돌파구를 찾기 어렵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 혁신을 이뤄야 한다. 전문대학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여러 통계 연구 결과를 볼 때, 일반대학에 비해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금액은 6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고등직업교육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의 지원과 관심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 전문대학만의 특성화를 통해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산업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으로 과감하게 혁신하고, 대학과 산업 사이의 미스매칭을 해소할 수 있는 산업체 미러형 실습체계 도입을 확산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취업률만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취업유지율을 높이고 다시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는 선순환 체계를 가져올 수 있다.”

- 지방 전문대학에는 지역 내 입학자원의 유출 역시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전남 동부권도 2019학년도에 비해 2020학년도에는 약 12%가, 2021학년도에는 22% 정도의 입학자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 대학의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2018년 12월 18일, 전남 동부권의 6개 대학 총장들이 모여 광양만권 지역대학 협의체를 구축하고 지역 발전과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지향적 발전모델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1차적으로는 지역 대학들과 공동으로 입학자원을 지역 대학으로 유치하는 데 노력을 함께할 것이다. 우리 대학 차원의 노력도 병행하려 한다. 고등학교 방문 설명회를 넘어 SNS를 활용해 수험생들 사이로 깊게 파고드는 맨투맨식 홍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전국적 경쟁력을 갖춘 보건계열과 공학계열 명품 학과를 중심으로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안효승 총장이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안효승 총장이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TIP] 학제혁신‧산업수요 맞춤 교육과정 등으로 ‘차별되는 대학’
안효승 총장은 취임사에서 주변대학과의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앞서 순천제일대학교는 지난 중장기 발전계획에서 ‘하이브리드 기반 현장맞춤형 인재 양성 대학’을 비전으로 삼고 산업체 수요를 반영한 학기제와 텀제를 융합해 학제를 혁신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직무연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매진했다.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LINC+ 사업)과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순천제일대학교는 새로운 목표 하에 다시 전략을 짰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에서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지역사회 기여를 중심으로 한 WCC 2주기 사업, 지역산업 혁신 지원, 산업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 취업약정 활성화, 창의‧융합형 인재에 대한 요구, 교육 신뢰 회복과 같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과 같이 대학에 대한 사회‧경제적 요구가 크게 변화했다.

순천제일대학교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5개년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차별화를 꾀했다. 핵심 비전은 ‘창의‧혁신‧참사람 인재 양성 기반의 취업 제일 대학’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참사람, 인성을 갖춘 창의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혁신 선도 전문대학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역의 산업체에 맞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효승 총장은…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1971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동대학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1985년 영국 런던대 정경대학을 졸업했다. 1973년 외무부에 들어가 스위스와 카메룬 2등 서기관, 쿠웨이트와 캐나다 참사관, 외무부 기술협력과장, 호주 공사, 덴마크 대사,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등을 지내며 외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농수산물유통공사(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수출이사를 역임했다. 2018년 9월 순천제일대학교 제13대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발행인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