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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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상상력과 아이디어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는 길이 많다. 정부가 도와준다. 창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월 15일 한 전문대학을 찾아 전한 말이다. 그는 전문대 학생들 80여 명 앞에서 창업의 장점을 설명하고 부담을 낮추려 애쓰며 창업을 장려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정작 창업지원사업 주요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은 전문대학이 진출하기에 벽이 높아 전문대학 학생들은 대학 내에서의 창업지원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은 개인의 생각이 아니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2018년 5월 25일 발표한 ‘제2차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2018~2022년)’에는 “청년 일자리 확대 및 경제·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 변화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창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며 “저성장 기조와 청년 실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창업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창업을 통한 혁신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관계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대학 창업교육을 위한 대학발 창업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전문대학은 ‘대학발 창업 활성화’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못하는 모양새다. 관련 사업의 높은 장벽 때문이다.

올해 정부의 창업지원사업 중 사업규모가 가장 크고 주관기관으로 대학이 참여할 수 있는 중기부 사업인 ‘초기창업패키지’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창업선도대학 지원사업’이 종료되고 올해부터 새로이 시작되는 것으로, 기존 창업선도대학 중 평가를 통과한 대학들과 신규 진입 신청을 통해 선정된 대학이 대상이 된다.

전문대학이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대응자금 투입’ 부문이다. 사업에 참여하면 참여 대학 역시 일정 예산을 사업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초기창업패키지 지원사업은 역시 정부지원금의 10% 이상을 대응자금으로 투입하는 것을 지원 자격으로 설정했다. 또한 대응자금 집행률은 차후 성과평가에도 반영된다.

문제는 재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대학들은 이 점 때문에 참여를 망설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고민은 규모가 작은 대학일수록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작은 대학일수록 재정 투자의 보폭을 좁게 만드는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한 전문대학 산학협력처‧단 관계자는 “일반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고 수업연한도 짧은 전문대학은 지원 예산의 10%나 교비에서 예산을 빼서 창업지원을 위해 대응투자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업 전담인력 수 부문도 현실 상황을 참고해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기창업패키지에서는 사업 전담인력으로 6명 이상을 두는 것을 사업지원 조건으로 하고 있다. 전담인력은 ‘사업 업무 참여율이 100%인 수행인력’을 의미한다.

6명을 한 사업을 위한 전담인력으로 둬야 한다는 것은 전문대학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2019년 4월 발표한 ‘지표분석을 통한 전문대학 교육 현황(일반현황)’에는 전문대학 산학협력단 인력 상황을 볼 수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전문대학 산학협력단 인력 현황을 보면 2017년 총 1587.3명으로, 이를 전체 전문대학 137곳으로 나눠보면 한 대학 산학협력단에는 평균 약 11.5명이 근무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12명이 채 안 되는 인원 중 6명을 창업 전담 인원으로 둔다는 것은 산학협력단 인원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을 오로지 창업 업무만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중기부 창업지원사업 대부분에서 대응투자와 전담인력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 요구하면서 현장에서는 아예 중기부의 창업 사업이라면 참여 여부조차 검토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신청조차 불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실제로 한 전문대학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사실상 사업에 참여하기도 어렵고, 일반대와 상대해야 하다보니 전문대는 들러리라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사업 참여 여부를 고민하지 않았던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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