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뒤섞인 교육’을 위한 직업교육진흥법 제정
[수요논단] ‘뒤섞인 교육’을 위한 직업교육진흥법 제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
(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
박주희 회장
박주희 회장

‘세계 어디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졸업생’ ‘뒤섞인 교육’을 배우기 위해 세계의 학생들이 모여드는 대학,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교, 이른바 APU 대학은 필자가 요즘 가장 분석하고 싶은 대학 중 하나다. 《대학의 위기, 뒤집어보면 기회다》(사키야 미호)을 통해 비춰지는 APU대학 성공스토리 중 몇 가지 흥미로운 결단과 열정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2000년에 개교해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한 일본 APU는 대학의 존재 이유와 목표, 대학 경쟁력의 모토를 ‘세계 어디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졸업생 배출’로 정했다. 올해로 개교 19주년을 맞는 젊은 대학. 그럼에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여러 명문대학을 제치고 일본의 슈퍼 글로벌 대학으로 선발됐다. “도대체 어떻게?” 라는 의문은 APU의 숫자(세 가지의 ‘50’)를 보면 풀린다. 먼저 전체 재학생의 50%에 해당되는 3,000여명이 매년 약 89개국에서 건너온 국제학생들이다. 교수도 50%가 외국인이며, 대부분의 수업을 일본어와 영어, 2개 국어로 진행하고 있다(일본인과 외국인, 학생과 교수의 비율이 각각 1대1로 뒤섞인 대학). 외국에서 온 학생들은 영어만 잘한다면, 일본어를 못해도 입학이 가능하다. 대다수 일본 대학들의 해외 유학생 모집에 가장 큰 어려움은 일본어의 장벽이었기에 APU는 과감히 일본어라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외국학생들이 입학한 이후에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영어로 전공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해외의 명문 고등학교를 다니는 우수한 학생들이 APU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오고자 할 경우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 입학 가능‘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외국인 유학생 모집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한 APU에서는 대학 교수들이 강의실에서 소통 없는 일방적인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우수한 선배학생들을 TA(Teaching Assistant)로 육성해 수업에 참가시키고,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면서 배우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수업에서 TA학생들은 공동 프로젝트를 다루고 영어 또는 일본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상호간의 교육을 통해 높은 수준의 교육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업에서는 APU졸업생들을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진 청년’으로, 글로벌 시장의 ‘슈퍼 파트너’로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국제시장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 대다수의 일본 기업들에 APU졸업생들이야말로 기업이 원하는 적합한 글로벌 인재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회에 진출해 기업가가 되거나 NPO를 설립하는 독립심이 강한 졸업생을 다수 배출하고 있는 부분도 기업이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국제화‘ ’글로벌화‘를 외쳤지만 허울뿐, APU가 실현한 방식과 같이 세계와 한국을 뒤섞는 것, 즉 한국인이 전 세계 다양한 사회 속으로 뒤섞여 들어가는 것,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속으로 뒤섞여 들어가는 것,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해 뒤섞이는 일, 한국의 대학에서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이 서로 뒤섞이는 일, 즉 한국과 세계가 뒤섞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제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섞이지 않으면 경제는 성장을 멈추고 사회는 변화하지 않으며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도 없다.

APU를 설립한 리츠메이칸대학교는 1998년에 신설대학에 대한 구상이 확정됐을 때부터 ’전교생의 50%를 유학생으로, 출신국가를 50개 이상의 나라와 지역으로, 교수의 50%를 외국인으로‘라는 ’세 가지의 50‘을 설립조건으로 내세웠고 이와 같은 소식을 접한 대다수의 일본 대학관계자들은 ”그런 대학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비웃었지만, 지금은 슈퍼글로벌대학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글로벌화, 즉 국제화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실현시켜야 하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뒤섞이는 것‘이 필요하다.

직업교육의 혜택은 경제적 약자들에게 돌아감으로써 교육의 목적대로 부의 재분배와 신분상승을 가져오며 지역 내 경제활동 인구를 증대시킨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들은 정부가 직업교육의 재정부담을 책임지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대로라면 사라져갈 수밖에 없는 작금의 전문대학의 어려운 현실을 인식하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주장하는 ‘(가칭)직업교육진흥법‘을 제정해 직업교육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국가 및 지자체의 직업교육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의 책무를 강화해 전문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을 교육부가 발표 예정인 ’고등교육 혁신방안‘ 안에 반드시 포함해 줄 것을 요청한다.

<한국대학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