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한국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
(경상대 입학사정관팀장)

봄이 오니 꽃이 피고, 꽃이 피니 바람이 분다. 자연스러운 계절 변화에 뭐 특별한 것이 있을까 싶지만 올해로 10년째, 대학 입시를 맞이하는 봄이지만 마음에 고요를 찾을 여유가 없다.

입학사정관들에게는 일 년 사계절 중 봄과 여름만 잠시 머물다 간다. 가을 겨울은 잊고 살 정도로 시간에 쫓기듯 조급하기만 하다. 

더더욱 요즘은 입학자원의 심각한 감소 여파로 봄도 여름도 준 입시 기간이다. 캠퍼스에 봄이 오고 꽃이 피어도 마음과 몸은 늘 치열한 입시 현장과 학교 교실로 발걸음을 내딛기에 바쁘다. 

늘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던 입학사정관들의 지친 발걸음이 2019년 봄을 맞아 멈춘 듯 떠나고 있다. 스스로 떠나는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그렇게 힘겹게 쌓아왔던 그들로 인해 올해 봄은 힘겨운가 보다. 뭐가 이들을 봄 길에서 멈추게 하고 떠나게 하는 것일까. 어떤 이유로 이 길 위에서 이들의 마음을 닫게 하는 것일까.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봄길》)

지난 10년 동안 내가 동경했었던 입학사정관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학생들의 소중한 꿈과 미래가 대학입시에서 공정하게 평가되길 기대하며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 스스로를 낮추며 인내하고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이것이 입학사정관의 삶이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이라 배웠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입학사정관의 시작은 2007년 봄이었을 것이다. 2007년 봄은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새로운 길이 열리는 해였다. 경직된 대학입시 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시작이었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싹트게 한 해이기도 했다.   

그동안 대학 입시는 거시적이고 결과론적 사고에 매몰돼 있었다. 과정과 절차의 공정성이 중시되고, 의미와 성장이 평가요소로 등장하면서 기존의 입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뛰어넘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역량 중심의 인재선발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우리에게 요구하게 했다.

전형요소와 평가역량에 따라 진로와 진학의 출발점이 학교교육에서 시작되고 교육과정 활동에서 성장의 의미를 찾겠다는 메시지는 학교교육의 문화와 미래를 설계하는 데 밑그림이 됐다.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입학사정관들은 그동안 끊임없는 인내와 노력으로 입시 전문가로서 윤리적 소명감과 책임으로 한국사회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10여 년이 지난 봄날. 이젠 그 동안 다져왔던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역량과 책임의식이 더는 떠나지 않게 체계적인 관리와 양성,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의 역할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머물지 않고 영역과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표준 직업분류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은 “대학에서 다른 행정조직으로부터 독립된 보직으로서 입학과 관련된 업무만을 수행하는 자”로 정의된다. 입학사정관의 직무는 “고교 및 대학의 교육과정을 분석해 관련 자료를 축적 및 관리하고 효과적인 전형방법을 연구·개발하고 제출된 전형자료를 심사평가해 지원자의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 2는 입학사정관의 전담업무를 “시험 성적 외에 학교생활기록부, 인성·능력·소질·지도성 및 발전가능성과 역경 극복 경험 등 학생의 다양한 특성과 경험을 입학전형자료로 생산·활용해 학생을 선발하는 업무”로 제시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은 학생에 대한 평가와 선발에 있어 자신이 가진 전문 지식과 다양한 시각과 경험 등을 평가역량과 요소에 준해 학생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고 선발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전문가다. 따라서 전문가로서 입학사정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입학사정관 양성과 재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5학년부터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이 본격화 된 이후 매년 학생부종합전형 모집규모가 확대됐다. 하지만 정작 대학의 입학사정관 수는 큰 변화가 없었으며 이를 위한 재양성과 재교육 등 제도적 장치나 보완도 부족했다.

2007년 입학사정관제도 시범 운영 이후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적 확산과 입학사정관의 엄격한 자격과 전문역량 신장 등 입학 전문가 양성을 위해 특별양성과정을 운영했듯이 이젠 국가적 차원에서 입학사정관 양성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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