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수 대비’ 창업자 수 최고는 ‘인천대’…39명 창업해 연매출 6억
한양대 61명, 고려대 42명, 영남대 40명…수업-동아리-재정지원 시스템 ‘주효’
세계대학 대비 ‘창업’지수는 여전히 부족…“규제 풀고 지원은 늘려야”

인천대는 학생 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동아리 150명을 선발해 최대 500만원을 지원한다. 사진은 동아리 회의 모습.
인천대는 학생 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동아리 150명을 선발해 최대 500만원을 지원한다. 사진은 동아리 회의 모습.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인천대 생명과학부에 재학 중인 박한별씨는 지난해 창업에 성공했다. 소화기 사용법을 게임으로 습득하도록 제작한 ‘안전’교육 관련 교구로 지난해 연매출 3억원을 달성했다. 박씨의 개발품은 인천시내 중·고등학교에 납품됐다. ‘시드머니’는 학내 창업동아리 ‘풀뿌리’에 가입해 지원받은 500만원이다. 박씨처럼 인천대에서 지원받고 창업에 성공한 학생 수는 총 39명이다. 국립대학 중 가장 많은 학생이 창업을 이룬 사례다.

■ 인천대 ‘학생 수 대비 창업학생’ 최다 = 인천대의 학생 창업 지표는 최상위권이다. 창업학생수는 39명으로 한양대(61명)보다 적지만 재학생수 대비 학생 창업률은 0.29%로 한양대를 앞섰다. 인천대학생 1만명 중 29명이 창업을 한 셈이다.

국립대 학생 창업 순위
국립대 학생 창업 순위

인천대가 이처럼 학생창업률에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은 학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배경이다.

인천대가 학생창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1년부터다. 창업보육센터(현 창업지원센터)가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쳐기업부)으로부터 운영평가 S등급을 획득하며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올해로 8회째 한 해도 빠짐없이 창업선도대학에 이름을 올리며 재정 지원을 받아왔다. 지난해에는 중기부의 창업선도대학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가장 많은 액수인 35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를 통해 인천대는 창업교육부터 창업아이템 발굴 및 사업화, 후속지원까지 패키지식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창업관련 수업을 교과과정에 편성하고 학점과 연계했다. 창업 관련 과목은 1년 20개 정도로 1500여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다.

다음단계는 ‘동아리’로의 연계다. ‘풀뿌리’라는 창업동아리에서 150명을 선발한다. 학생들은 팀을 이루고 최대 500만원을 지원받는다. 각 단과대학에서도 최대 5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기 때문에 최대 총 1000만원까지 보조받게 된다. 아이디어 발굴 자금인 셈이다.

외부 자금 유치도 연평균 7000만원 정도로 활발하다. 대학에서 제공받은 시드머니로 아이디어를 만들어 외부 투자까지 이끌어 낸 것이다.

이렇게 지원받은 150명 중 지난해 창업한 학생 수는 39명이다. 김관호 인천대 창업지원단장은 "39명의 1년 매출액은 약 6억원"이라며 "창업한 학생이 동료 학생을 직원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연계 취업도 매년 20여 명 이상 이뤄진다"고 밝혔다.

■ 한양대 최다배출…학생창업자 ‘20명 이상’인 대학은 14곳 = 국내 대학 중 지난해 학생창업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한양대다. 창업 학생수는 61명이다. 이들 창업자는 교내 18개, 교외 35개 등 총 53개 기업을 설립해 지난해 매출 9억8559만원을 올렸다.

비결은 역시 투자다. 한양대는 올해부터 혁신적 아이디어가 있는 학생 30명을 매년 선발해 1년간 숙소와 전용 창업활동공간, 전담 멘토 등을 제공한다.

학생 창업자에게 창업 장학금, 창업 지원금, 학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원금을 마련해주는 등 학생 당 창업지원액도 높다. 지난해 한양대는 29억원의 교비지원액과 43억원의 정부지원금 등 총 72억원의 학생창업 지원금을 제공했다.

42명의 학생이 창업한 고려대도 창업교육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학생 창업공간인 파이빌을 비롯해 학생 창업 지원조직인 크림슨창업지원단 등 창업 인프라를 확충했다.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창업 전 과정을 가르치는 정규 교과목 ‘캠퍼스 CEO’를 개설했다.

이밖에 △영남대(40명) △서원대(39명) △한국과학기술원(33명) △부산외대(29명) △건국대(25명) △서울과기대(24명) △세종대(23명) △한남대(23명) △한양대 에리카캠퍼스(23명) △인제대(22명) △공주대(21명) 등에서 재학생 20명 이상이 창업을 이뤘다.

■ 세계 대학 학생창업 지원 어떻게 이뤄지나 = 이처럼 점차 국내 대학들이 학생 창업에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며 발전적인 지표를 이뤄내고 있지만 시야를 세계로 넓히면 후발자에 속한다.

세계 유수 대학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창업의 기본 ‘마인드’인 기업가정신 대학(University Entrepreneurship)에 정성을 쏟아왔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최동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전 중소기업청장)에 따르면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는 1880년대부터 기업가정신 활동을 통해 분사창업(spin-off)기업을 탄생시키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에는 이미 학생들과 교수들에 의해 하루 평균 2개의 새로운 발명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상업화하는 조직도 따로 있다. 평균적으로 주당 4개의 특허가 등록되고 연간 10개에서 20개의 새로운 기업들이 탄생됐다. 이미 1985년부터 2001년까지 학생·교수 창업은 200개가 넘는다. MIT 졸업생에 의해 창업된 기업이 지역사회에만 1065개사, 전 세계적으로 4500개사로 분석된 바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해외 유학생들에게 귀국해서 청년기업 창업을 권장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칭화대와 베이징대에서는 연간 1000여 개가 넘는 청년기업들이 창업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진지 오래다.

중국 선전시정부는 인재유치 촉진을 위해 2017년 인재인증제도를 도입해 창업·취업 경제활동을 마음 놓고 하도록 지원한다. 대졸이상 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제도도 마련해 전공과 무관한 학사출신에겐 1만5000위안(248만원), 석사출신에게는 2만5000위안, 박사에게는 3만5000위안의 주거 보조금을 일시불로 지원한다. 동시에 법인등기부터 각종 등록업무, 지식재산권 보호 등 전 과정을 시정부가 대행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도 실시하기 시작했다.

청년 창업은 세계적 ‘추세’…정부 지원 늘리고 규제 없애야 = 일찌감치 ‘창업’교육에 나섰던 세계대학을 이제라도 발 빠르게 추격해야 한다는 대학가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지난해 7월 도쿄에서 열린 제14차 일본원탁회의포럼에서 일본 대학의 서열을 매기는 기준으로 '도쿄대 245개, 교토대 140개, 쓰쿠바대 98개, 나고야대 69개'라는 숫자가 인용됐다”며 “바로 지난해 해당 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창업한 기업 수”라고 말했다. 과거 일본 대학의 서열을 매기는 기준은 그 대학 출신 정부 고급 관리와 대기업 사장 숫자였지만 이제는 ‘창업률’로 바뀌고 있다는 게 조 총장의 설명이다.

조 총장은 “일본 대학들은 창업 기업의 요람이 된 스탠퍼드 대학이나, 매년 창업 기업 1000개 이상을 인큐베이팅하는 칭화대·베이징대에는 미치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창업’에 무관심한 한국 대학과 견줘보면 일본 대학들은 창업 중심의 미국·중국 대학들과 같은 범주에 들어가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일부에서 학생창업에 고무적인 결과를 내고 있지만 일부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중 85개 대학은 학생창업자가 5명 이하에 그쳤다. 학생창업자가 단 한명도 없는 대학도 23곳에 달한다. 카이스트의 대한민국국가미래전략보고서에 따르면 혁신주도형 창업국가들의 청년창업 비중이 평균 10%인데 비해 우리는 2.3%에 불과하다.

정부차원 지원을 전폭적으로 늘리고 학생 창업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도 없애야 한다는 요구다. 최동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GDP대비 벤처투자 비중은 미국 0.4%, 중국 0.26%에 비해 우리나라는 0.19%로 나타나고 있다”며 “벤처자금은 시장진입 전이나 초기단계, 어느 정도 위험감수가 따르더라도 미래를 이끌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성공을 통해 성공신화를 만들어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학생 창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잠자고 있는 대학가 창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은주 평택대 총장도 “창업에 있어서 성공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대학에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학평가에서도 가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관호 인천대 창업지원단장
- 재학생 수 대비 창업자 수 1위 대학이다. 학생창업 관련 정부지원금도 국내 대학 중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창업선도대학으로 8년간 체계를 구축한 게 효과를 내 지원금을 추가적으로 확보했다. 이 사업이 시작된 2011년부터 8년째 빠짐없이 선정됐다. 가장 오래 지원받고 있는 대학이다. 사업 참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10년 가까이 이어진 것이 체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됐다.”

- 학생창업을 지자체나 산업체와 연계한 사례는.
“인천에 있는 항만공사나 중부발전(에너지 등), 문화체육관광부 등 외부 기관에서 대학 창업기능을 활용해 조직에서 원하는 창업자를 만들어 낸 사례가 있다. 대학의 학생이 기관으로부터 펀딩을 받고 기업에는 원하는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양 기관이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중기부 지원 외에도 인천시에서 2억원을 지원했다. 시가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업자를 육성해 달라는 의미에서다.”

- 정부의 지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보인다.
“올해 국비 40억을 신청했다. 캠퍼스 내 관련 기업들과 학생들이 창업기능을 전담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과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키워드는 ‘스타트업 칼리지’다. 여기서 ‘칼리지’는 단과대학을 말한다.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부문에 ‘스타트업’을 넣겠다는 것이다. 전공수업이나 교양수업 자체가 일종의 창업 역량강화로 맞물려 들어가는 것이다. 1학년 때부터 체계화된 강의와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창업에 성공해 나갈 때까지 대학에서 인큐베이팅하는 기능을 하겠다.”

- 대학생 창업과 관련해서 정부정책 등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학에는 20대 3000명이 매년 들어온다. 캠퍼스라는 물리적 공간도 충분하다. 박사급 교수들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부족할 게 없는 조건이다. 문제는 규제다. 창업을 위해서는 본인의 전공과목을 넘어 다학제적 사고가 요구된다. 그러나 교육부 규제로 대학 내에는 자유롭게 강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어렵다. 대학 평가 시 지표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취업과 창업학생수가 대등한 점수로 매겨진다. 하지만 창업은 여러모로 취업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했듯이 창업이 동료의 취업으로 이어지고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의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취업을 1로 본다면 창업은 3정도의 점수를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창업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취직 못해서 창업에 나선다’는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야 할 문제다. 또한 대학생 창업을 유도하는 정부지원책도 추가적으로 마련해 학생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을 창업 팩토리화 시켜야 한다. 과감한 정부정책들이 수반이 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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