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어렸을 때 무협영화나 무협소설을 무척 좋아했다. 여기에서 나오는 무공(武功)을 보고 있노라면 천진난만하게 ‘나도 익힐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멀리서 장풍을 쏘는 장면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특히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소림사(少林寺)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곳에서 물을 가득 채운 양동이를 어깨에 메고 나르는 앳된 청년 승려들의 모습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이들 가운데 초인적 무공을 발휘하는 소림 고수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단계적으로 훈련하고 끊임없는 수련을 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무공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세상일이 올바른 순서와 꾸준한 노력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함이다.  

잠시 교육현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금 교육계의 화두는 창의와 혁신이다. 창의·혁신이라는 가치를 통해 문제해결력을 길러야 한다고 너도나도 입이 닳도록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치는 게 하나 있다. 문제해결력에만 집중하다 보니 문제의식을 갖고 문제점을 찾아내 정의하는 능력에 대해 소홀히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문제발굴 능력(Problem Finding)’에 대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있어 혁신 도구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다.     

디자인싱킹은 ‘공감(Empathize)→문제정의(Define) → 아이디어 도출(Ideate) → 프로토타입(Prototype) → 테스트(Test)’라는 프로세스에 기반한 창의·혁신적 사고방식이다. 프로세스를 보면 문제해결에 필요한 아이디어 도출보다 공감과 문제정의가 앞서 있다. 공감과 문제정의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에선 공감과 문제정의 과정을 대개 건너 뛴다. 이럴 경우 아이디어 도출에 매몰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 실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볼까? 어린 아이들이 MRI 검사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들은 MRI 검사 받기를 두려워한다. 참을성도 부족해 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 이 같은 문제를 풀어내는 데 있어 해결 방식에만 급급할 경우 자칫 설익은 아이디어만 나올 수 있다. 

디자인싱킹에 따르면 먼저 아이들의 감정을 공감한 뒤 이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재정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당수 어린 아이들은 MRI 치료를 위해 마취과의 도움을 받거나 수면제를 필요로 하는데 아이는 물론 부모의 걱정이 만만찮다(공감 단계). 이런 점을 고려해 아이들이 MRI 검사를 어떻게 받게 하느냐보다는 MRI 검사를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로 문제의 관점을 전환해보면 어떨까(문제정의 단계). 이렇게 되면 차갑고 딱딱하고 무서운 MRI 장치가 아니라 놀이기구와 같은 즐길 수 있는 시설로 바꿔보자는 문제해결 방식이 제시될 수도 있다(아이디어 도출 단계).  

결국 문제해결 중심에서 공감을 수반한 문제정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게 훨씬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데만 치중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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