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석 본지 논설위원 / 전 월간 에머지 발행인

대중적인 시장에 생산품을 파는 세계적 대기업들은 참관 내지 견학 단체를 맞아 그들을 현장에 안내하고 설명하는 것을 일상 업무의 하나로 삼고 있다. 안내와 설명을 담당하는 전문 직원들이 상근으로 있고 견학단을 위한 현장 안 통로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상품 PR의 중요한 일환일 것이다. 토요타시는 말할 것도 없이 토요타자동차공장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일행이 토요타시에 있는 토요타자동차 공장에 갔을 때는 오전이었다. 견학단 전용 주차장에는 먼저 온 견학단 버스가 여러 대 있었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우리 바로 앞 견학 팀도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는데 중국인들이었다. 그들 일행은 약 30명쯤으로 보였다. 좀 있다가 뒤 팀이 또 도착하였다. 그들도 중국인이었다. 앞 팀과는 다른 단체라는 것을 버스에 붙인 명패를 보아 알 수 있었다. 숫자는 앞 팀보다는 약간 더 많은듯했다. 이 사실만 가지고 토요타자동차공장을 방문하는 중국인 견학단 숫자가 한국인의 그것보다 5배가 된다거나 하는 통계학적 추계치를 도출하기에는 뭣하다. 그러나 매우 많은 중국인 견학단이 이 세계 첨단 자동차 생산 기술 현장을 찾아오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컨베이어의 흐름에 따른 조립 생산 방식에 대하여 필자는 익숙한 편이다. 흐르는 각 컨베이어 라인에서는 동일한 제품만 생산된다. 기능공들은 차례를 기다려서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자기 앞으로 오는 반제품에다 자기가 맡은 부품을 붙인다. 이런 절차를 거쳐 맨 마지막 기능공까지 거치면 그 제품은 완성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오랫동안 가장 효율적인 생산 방식으로 칭송되었다. 프레더릭 테일러 경영학에 따른 사람과 기계의 가장 과학적 배치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편 이 방식은 매우 비인간적인 노동이기도 했다. 온종일 똑 같은 자리에 서거나 앉아 똑 같은 단순한 부분 작업을 수 없이 반복하게 함으로써 사람을 생산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시킨다는 혹평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스웨덴의 볼보자동차회사는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1개조가 자동차를 처음부터 완성 단계까지 조립하는 제도를 채택하여 실험한 적도 있다. 종사자들은 누구나 자기가 완성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한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생산 능률이 경쟁사에 비하여 떨어지는 것을 언제까지고 눈감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토요타자동차 공장은 새로운 변종 생산라인을 도입 실시하고 있었다. 기능공들은 생산 라인의 각자 위치에서 맡은 단일 조립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컨베이어에 실려 오는 차종은 매번 앞의 것과 달랐다. 소형 캠리 다음에 중형 렉서스가 오고 그 다음에는 세단이 아닌 소형 왜건이 오고 이런 식이었다. 놀라운 것은 차종이 달라지면 부품도 다른 것이 될 수밖에 없는데, 컨베이어 벨트 위에 수평적으로 움직이며 실려 오는 차종에 맞춰 그 차종에 맞는 부품이 수직적으로 움직여 동시에 실려 온다는 사실이었다. 기능공들은 그 부품을 움직이는 벨트를 따라 가며 맞춰 넣고 있었다. 공장 견학을 마치고 공장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제품 전시장에 갔다. 새 개념의 자동차들이 모형 작동과 함께 전시 되어 있었다. 재래 연료와 연료전지를 섞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이 여러 종 전시되어 있었다. 음성과 영상으로 구조와 동작을 자동적으로 세세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설명에 쓰이는 언어는 관람자가 버턴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중국어로 그것을 듣고 있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개중에 어떤 사람은 반복해서 듣고 보며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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