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복순 지음 《소리판, 미학으로 공연을 읽다》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판소리의 미학을 학문 분야에서 다룰 때 가장 먼저 수행해야할 것이 판소리 미학 관련 주요 용어들에 대한 조사와 정리, 분석 작업이다. 그러나 그간의 판소리 미학 연구는 이 문제를 간과한 채 이뤄져 왔다.

이러한 판소리 미학 연구의 문제점을 제대로 꿰뚫은 연구서가 출간돼 이목을 끌고 있다. 노복순 전북대 강의전담교수(국어국문학과)가 펴낸 《소리판, 미학으로 공연을 읽다》가 그것이다.

이 책은 공연예술로서의 판소리를 음악학과 공연학을 융복합적으로 연구해 소리판의 근본적인 미적 가치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쓰여진 책이다. 즉 판소리를 음악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나아가 공연학적 측면에서 소리판에 내재된 의미와 가치를 공연 미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판소리와 관련된 방대한 용어들을 관련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분석하고 계열화·층위화 했다는 점이다.

특히 광대 관련 용어는 신재효의 ‘광대가’에 나오는 4대 법례를 중심으로 관련용어를 구분했고, 고수 관련 용어는 ‘북가락’과 ‘일고수이명창’적 의미를 고법 관련 용어와 고수의 기능 및 역할에 관련된 용어로 나누어 살폈다. 또한, 청·관중 관련용어로는 ‘귀명창’과 ‘추임새’ 등을 중심으로 미적 측면과 공연학적인 측면에서의 용어를 계열화 하고 그 유기적 관계를 살펴 미학적 기초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에서 축출된 중요 미학 용어를 공연자별로 나누어 해석했으며 이를 다시 소리판의 공연 미학적 차원에서 조망했다.

또한 판소리 공연 미학 관련 용어들이 실제 판소리 공연 텍스트를 통해 어떻게 적용돼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소리와 아니리, 발림이 효과적으로 구현된 판소리 공연 텍스트를 채보·공연보화해 음악학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그늘·이면·상호작용’의 미학을 판소리 공연미학의 최상위 지평의 미학적 범주로 규정짓고, 소리판의 예술적 세계관을 해석해 내적 의미와 지향이 갖는 미적 가치를 규명하고 있다.

저자인 노복순 교수는 “이 책은 판소리와 관련된 방대한 용어를 분석해 수록하고, 소리판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연자들 사이의 긴밀한 유기적 관계, 판소리의 구조적 양식에 내재된 세계관 등을 공연 미학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연구자들뿐 아니라 판소리에 관심 있는 일반 대중 독자 역시 소리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민속원 /3만3000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