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상담원

인생을 살면서 제 3자에게 ‘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본다. 바쁜 하루를 지내다 보면 그런 일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주일에 1번, 50분 정도 시간을 내어 내 마음과 삶의 방향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나에 대한 보상 정도로 여겨질 수 있다면 좋겠다.

현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 내 상담실에 전문상담사가 상주하는 문화를 겪었다. 그러나 대학에 와서 상담실을 방문하는 일을 꺼리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아무래도 상담이라는 것은 심리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사람, 이상한 사람, 자기 스스로 마음관리 하나 못하는 바보같은 사람 등을 떠올리게 하는가 보다. 이런 마음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가도 자신에 대한 비난과 좌절감으로 상담실을 더욱 찾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심리상담은 기본적으로 얼굴을 대면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이뤄지는 일이다. 그래서 상담실에 오게 되면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깊숙한 고충을 이야기한다는 무안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을 견뎌야 하고, 방문해 순서를 기다리고, 일정을 조율하는 성가시고 귀찮은 과정을 또 한번 겪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선뜻 나오지 않는 매 순간들을 견디며 어색함을 참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여기서는 상담에 대해 더 이상은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평소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한다고 여겼던 3가지에 대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기록, 비밀보장, 비용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먼저 상담을 받으면, 상담 받았다는 기록이 취업이나 학교 등 누군가에게 알려질 것 같다는 걱정이다. 이것은 사실 두 번째 비밀보장과 같은 궁금증이다.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원칙은 비밀보장이다. 비밀이 보장된다는 전제로 상담을 받는 것이다. 또한 상담에 대한 기록은 재학기간을 고려해 보통 5년 정도 대학 상담소에서만 보관한다. 이러한 기록이 취업, 학교 전체에 알려지려면 상담사들은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불법이다. 다만, 상담사가 비밀을 보장하면 안 되는 항목은 있다.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위협과 관련있는 경우, 감염성 있는 질병, 성범죄에 대한 내용일 경우 등은 상담자가 비밀보장을 할 수 없다.

마지막은 비용이다. 비밀보장과 기록을 염려해 외부에서 상담과 심리검사를 받고자 하면 1회, 50분의 심리상담 비용은 대체로 5만~15만원이다. 심리검사 역시 1개의 검사당 2만~20만원이다. 그러나 대학의 상담소는 학생의 복지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어 재학기간 동안 무료다. 또 자격과 학력이 검증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그래도 외부에서 상담받고 싶다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기관이 괜찮은지, 혹은 좋은 상담센터를 소개해달라는 부탁도 소속 대학의 상담소에 문의하면 된다.

상담은 마음을 이야기하고 돌보는 일이다. 나의 감정, 생각, 기억이 깃들어 있는 곳에 어느새 먼지는 쌓이지 않았는지, 누군가 몰래 들어와 마구 흩트려 놓진 않았는지, 다시 내 마음에 맞게 정리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내가 무슨 방법을 써보았고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정리해 보고 싶은지 등 이야기를 통해 계획을 수립해보는 과정이다. 마음은 정원이다. 혹은 나무이고, 집이자, 나만의 공간이다. 내 마음의 공간을 잘 돌보기 위해서는 평소에는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잘 살펴보고, 위험신호가 왔다고 느껴진다면 누군가와 상의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 마음에는 면역제와 치료제가 모두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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