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주현재 교수
주현재 교수

봄비가 내리는 4월, 출장을 다녀오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관람했다. 관람료는 생각보다 비쌌지만, 그렇다고 한국까지 온 호크니 작품들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줄을 서서 입장권을 사고 들어가니 미술관 안에는 평일임에도 인파가 몰려 있었다. 국내에도 호크니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작품 구경과 사람 구경을 동시에 하게 됐다.

1937년생인 호크니는 생존하는 화가 중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하나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더 큰 첨벙, A Bigger Splash>과 <클라크 부부와 퍼시> 등은 회화 장르다. 작년 11월 15일 열린 미국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호크니의 작품 ‘예술가의 초상’이 9030만 달러(약 1000억원)에 팔렸다고 한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그리는 그림으로 대중의 엄청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호크니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인재상을 정립하고 그에 따른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4월 22일자 대학신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메가트렌드를 준비하기 위해 인재상에 창의, 글로벌, 융합을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개별 수업에서 교과 내용 습득과 더불어 학습자의 창의 역량, 글로벌 역량, 융합 역량을 하기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필자는 “학생중심으로 수업을 바꿔라”(베나 칼릭, 앨리슨 츠무다 지음)를 읽으면서 이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됐다. 모든 수업에서 학습자에게 ‘마음습관’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습관은 ‘끈기 있게 매달리기’, ‘충동 조절하기’,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듣기’, ‘유연하게 사고하기’, ‘내 생각에 대해 생각하기’, ‘정확성과 정밀성 기하기’, ‘질문하고 문제 제기하기’, ‘과거의 지식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기’, ‘정확하고 명료하게 생각하고 대화하기’,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자료 수집하기’, ‘창조·상상·혁신하기’, ‘경탄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험부담이 있는 모험하기’, ‘유머 찾기’, ‘상호 협조적으로 사고하기’, ‘지속적인 배움에 열린 마음 갖기’ 등과 같이 모두 16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마음습관은 지능을 바라보는 현대적인 관점을 반영한 것으로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책의 저자인 베나 칼릭과 앨리슨 츠무다는 마음습관을 적용한 개별 맞춤형 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수업을 통해 학생에게 교과 지식과 함께 다면적인 역량을 모두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이 주도권을 갖고 어떤 과제, 프로젝트, 평가방식을 도입할 것인가를 교사와 함께 결정해 나간다는 점이 바로 개별 맞춤형 학습의 큰 특징인데, 이때 교사는 의도적으로 교육과정에 관련된 마음습관 몇 가지를 포함 시키고, 교수학습 과정에서 마음습관을 활용한 사례와 활용 방법을 제시해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필자는 결국 대학이 인재상에 걸맞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개별 맞춤형 학습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학습 평가방식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아직도 대학 수업에서의 학습 평가방식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주간에 지필고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것은 이 방식이 공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편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평가의 내용도 교과 내용의 암기력과 이해력을 측정하는 수준에서만 이뤄진다. 따라서 지식의 실제적 활용이나 역량과 관련된 부분은 평가에 포함될 수 없다.

따라서 ‘교육혁신’이란 결국 ‘개별 맞춤형 학습’과 ‘평가혁신’이 축이 돼야 하지 않을까. 역량 중심 교육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수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그림으로 대중의 엄청난 사랑을 받는 호크니. 그의 창조적 발상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에 기인한다. 그리고 호크니의 독자적인 예술 활동의 기반에는 성 소수자가 인정받지 못한 시절부터 끊임없이 단련했을 그의 ‘마음습관’이 자리하고 있으리라 추측된다.

대학에서의 수업은 사실상 교수의 재량에 속해 있다. 따라서 평가를 포함한 수업 혁신의 일차적 책임은 교수의 몫이다. 혁신지원 사업이 거대한 담론에 매몰되지 않고, 학생들의 ‘마음습관’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교수의 ‘마음습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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