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법제, 이제는 정비할 때 ⑤] 시장 환경 변화 항상 염두하는 미국…볍령 개정으로 직업교육 방향 반영
[직업교육법제, 이제는 정비할 때 ⑤] 시장 환경 변화 항상 염두하는 미국…볍령 개정으로 직업교육 방향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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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희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장안대학교 교수)

역대 정부는 다양한 직업교육 관련 정책을 내놓고 시행해왔다. 그러나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경제적‧법제도적 차별이나 낮은 인식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교육제도와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에 본지는 ‘직업교육법제 정비방안’에 대한 10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현행 직업교육 관련법을 검토‧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우리나라 직업교육법제의 정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연재가 고등직업교육을 위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균등하게 직업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사회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① 역대 정부별 직업교육 관련 정책
② 해외 직업교육 현황(Ⅰ) - 유럽형
③ 해외 직업교육 현황(Ⅱ) - 미국형
④ 해외 직업교육 현황(Ⅲ) – 동아시아형
⑤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Ⅰ) - 미국형
⑥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Ⅱ) - 유럽형
⑦ 해외 직업교육 관련법 현황(Ⅲ) – 동아시아형
⑧ 우리나라 직업교육 현황 및 개선방안
⑨ 현행 직업교육 관련법 정비방안
⑩ 전문가 좌담회

장승희 연구위원
장승희 연구위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세계적으로 직업의 종류와 숫자가 많은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일 것이다. 2016년 기준 미국의 직업사전을 보면 직업의 수가 3만654개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만1655개에 불과하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국 시민들은 변화하는 산업구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양한 직업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국민의 직업의식을 만들어 주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와 직업교육 정책의 근저에 깔려 있는 직업교육법의 역사와 현재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자유주의 국가로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특징으로 근로자의 고용보호가 약한 나라다. 한동안 금융위기를 겪고 경기 침체에 빠진 미국은 일자리 대량 감축과 이로 인한 높은 실업률로 큰 문제를 겪었었다. 국가의 사회안전망에 문제 제기가 되면서 연방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정책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미국은 인재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직업교육에 관한 법을 개정하면서 5차례에 걸쳐 2018년 Perkins Ⅴ까지 완성했다.

미국의 직업교육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유럽과 달리 일반교육과 직업교육 트랙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통합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독일이나 스위스 같은 듀얼 시스템이 아닌 커뮤니티 칼리지 혁신에 의한 Career and Technical Edcuation (CTE), 주정부, 산업체, 노사, 인력정책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직업훈련의 주체가 기업에서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노동시장의 특징에 따라 정부는 이러한 컨소시엄을 통해 각 단체들의 적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직업교육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항상 염두에 두었다. 이에 집약적 기술훈련중심의 교육보다 모든 영역에서 요구하는 직업 능력을 균형 있게 갖추기 위한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미국 기업, 산업의 강점은 기술변화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제품 생산에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은 제조업, 정보기술, 의료분야 등의 숙련 근로자의 부족현상, 각 산업체의 인재확보의 어려움 호소 등이 계속되면서 ‘직업기술 위기(Skill Crisis)’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미국정부의 해결정책이 독일식 도제 프로그램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공지능(AI), 자동화 등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미래 일자리에 대응하고자 ‘미국노동자전국위원회(NCAW)’ 설립을 지시하고 민관 협력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한 도제 프로그램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 설립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민간기업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숙제를 안고 있다.

셋째, 미국의 직업교육의 역사성과 관련돼 있는데, 과거 미국에서 직업훈련 및 교육은 중등 단계에서 졸업 후 취업을 위한 교육에서 인문교육과 통합에 목적을 두는 방향으로 발전돼 왔으며,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소외계층자들을 노동시장에 복귀시키는 특수성에 기반을 둔 제도로 간주돼 왔다. 따라서 미국은 전 국민 대상의 직업교육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이나 산업체의 보편적 인재관심을 끌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가운데 미국의 직업교육은 Perkins 법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으며 여러 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현재 Perkins Ⅴ의 근간이 됐다. 이제 그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미국의 직업교육법(Perkins 법)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명칭 변화다. Vocational Education에서 Career Education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기존의 Vocational Education에는 특정 기술에 국한돼 있는 기술교육이라면 Career Education은 더 넓고 깊은 모든 분야의 직업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시대의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직업능력의 고등의 전문성을 더하고자 하는 의미를 포함시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Career라는 단어 안에는 학습, 일 그리고 생의 다른 부분들을 거치는 개개인의 긴 여행의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결국 한 인간의 전 생애를 통한 평생직업교육의 기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미국에서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장애인과 사회적 취약계층에 관한 직업교육 및 진로교육에 관련된 내용이 많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Perkins Ⅱ 법’부터 사회적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최초로 기술교육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이 법이 ‘Perkins Ⅴ’에 와서는 “장애가 있거나, 경제적으로 불우한 가정, 노동력을 잃었거나, 위탁가정에 맡겨진 청소년이 성인이 되고나서 보호자가 없어진 시민들을 포함해 만성실업자나 완전한 고용 상태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의 고용기회를 증가시키는 것”을 조항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는 전체 주(States)의 직업기술교육에 연방정부의 예산 투입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반교육 K12 교육 시스템에서는 총 44개 주에서 청소년이 직업과 삶의 목표를 정의하고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는 학업 및 중등 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전략을 가지고 개별화된 학습 계획 사용 방식을 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장애 학생의 경우, Perkins법과 장애인 교육법(IDEA; The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을 통해 모든 장애인 청소년이 매년 개별 교육 프로그램(IEP)의 일환으로 전환 계획에 참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장애 청소년의 취업 가능성과 취업 준비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개인 맞춤형 진로 개발 전력의 활용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직업교육에 있어서 중등교육과 고등교육과정의 통합과 더 나아가 직접적으로 학교에서 직장으로의 연계를 강조하는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중등과 고등의 수직적 연계교육의 한 예로 Tech Prep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Tech Prep 프로그램을 통해 두 기관 간 교육과정의 중복 요소를 없애고 학생들에게 기술직과 서비스직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프로그램이었다. Tech Prep 프로그램은 고등학교 교육 2년과 전문대학 교육 2년을 연계하는 프로그램, 다양한 직업군을 준비하는 종합 프로그램, 산업체 중심의 프로그램, 4년제 대학 학사 수준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모형으로 실행됐다. 또한 직업 및 기술 교육을 통합한 학교는 연방 퍼킨스 기금을 사용해 16개 진로개발 클러스터에 연계된 일련의 학업 및 직업 기반(work-based) 학습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2년제 대학에 직접 연결되는 ‘진로 경로’를 제공한다.

넷째, Perkins Ⅳ 이래로 직업교육을 보다 전문화하여 4년제 학사이상의 직업교육을 가능하게 하거나 관련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 개설을 의무화 하고 있다. 국가는 직업기술교육뿐만 아니라 학문적 이론 교육도 강화했다. 또한 보다 전문성 있는 직업교육을 위해 중등학교, 고등교육기관, 학사 학위 수여기관, 지역 직업기술교육학교, 지역 직업인력투자위원회, 지역 사회산업체 등 직업기술교육 제공자 간의 연대를 강화했다. 타 기관과의 연대 활성화를 통한 개인의 평생 교육 기회를 확대한 것이다. 이는 직업교육을 기술교육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고기술 분야의 세분화 및 직업에 대한 전문성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가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는 기존 학문 중심의 전통적 교육의 변화를 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직업기술교육에 대한 교육의 목적이 변화되고 있다. 이를 반영한 미국의 직업교육법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첫째, 정체성이 분명한 ‘직업교육’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직업교육 내용을 부분적으로 내포하는 법안들은 있으나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의 뚜렷한 목표 및 대상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직업교육과 관련한 행정부처의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며 결국 모든 시민들에게 개개인의 삶과 가장 밀접한 직업에 대한 가능성의 문을 균등하게 열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경우도 직업훈련은 소수인종의 사회적 소외계층자들을 노동시장에 복귀시키는 특수성에 기반한 제도로 간주돼 왔으며 이러한 직업기술교육에 관한 낮은 인식으로 인해 ‘직업기술 위기’에 봉착했다. 이를 극복하려는 미국의 Perkins 법의 변화를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모든 시민 대상으로 직업교육의 대상을 확대해야 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더 강화된 직업교육의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모든 시민 개개인의 맞춤형 직업교육 체계로 평생직업교육의 큰 획으로 이끌어 가려는 국가의 의지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도 미국의 노동시장과 비슷하게 노사 파트너십은 매우 약한 국가다. 따라서 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의 개개인의 노동자 중심의 직업교육은 당장은 어려울 수 있으나 미국 정부의 강한 의지의 표명과 같이 ‘국가기술표준위원회’를 설치해 미국의 노동자들이 직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정의하는 직업기술 표준 개발을 학교, 기업, 노사, 정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단순한 기술교육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육의 수직적, 수평적 통합을 통해 변화하는 미래사회에 맞추어 신기술 교육과 창의·융합에 맞는 고차원의 학문적 지식, 그리고 그에 맞는 취업역량기술을 충분히 키워나갈 수 있는 기반을 국가는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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