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로이(람록이,林洛而)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3

람록이(林洛而)
람록이(林洛而)

4년전 한국에 유학하러 왔을 때 한국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로 왔습니다. 그 당시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거였지만 한국어는 많이 어렵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면 배울수록 저의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배울수록 표현이 다양해지면서 어려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홍콩에서 쓰는 광동어보다 한국어는 감정 표현들이 더 풍성하고 섬세해 한국어로 말하려고 해도 실제로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서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바로 한국어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억 중에 여전히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은 처음에 한국 친구들과 카카오톡 메신저로 소통할 때 ‘ㅇㅇ’ ‘ㅇㅋ’와 같은 자음만 담은 메시지를 받아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당시 아직 한국어 단어조차 많이 외우지 못한 저로서는 친구가 왜 동그란 것을 달랑 두 개 보내주었는지 몰랐습니다. 심지어 메신저 오류가 발생했는지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한참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이것은 한국어로 ‘동의한다’ ‘그렇다’라는 뜻의 줄임말이고, ‘ㅇㅇ’는 바로 ‘응응’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이와 같은 줄임말을 많이 찾았고 대화하면서 실제로 자주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참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광동어는 한자로 쓰니까 한국어처럼 모음만 표시해서 메시지를 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적응된 요즘에는 자음만 표시된 줄임말을 계속 쓰다보니 매우 재미있고 한국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오히려 이러한 표현을 쓰는 게 훨씬 편해졌습니다. 

모음만 표시된 줄임말을 많이 알고 난 후 충분히 한국 친구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도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어느 날 한국 친구들과 같이 만든 단톡방에서 낯선 단어가 나타났습니다. “너는 정말 갑분싸 담당이네 ㅎㅎ”. 순간 저는 ‘갑분싸’라는 단어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앗……뭐지?”라는 혼잣말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갑분싸’라는 용어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라는 말을 재미있게 바꾼 신조어로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엄청나게 유행하고 있지요. 요즘은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아져서 사전에 신조어가 많이 등록됐지만 그 당시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봐도 뜻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단어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세요”라고 하는 검색 결과가 생각날 뿐입니다. 정말 울고 싶기도, 웃고 싶기도 한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어는 배우고 또 배워도 끝이 없구나”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요즘 세대들은 특히 신조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낯선 단어가 보이면 저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되곤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짧은 단어를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신조어를 접하다 보면 최근 사회 문화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도 유행하고 있는 신조어인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합니다. 소확행을 추구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바쁜 생활 속에서도 소소한 만족을 통해 위로를 받는, 또 위로를 찾는 행위에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쳐있는 2030세대에게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신조어가 언어파괴 현상을 가져온다는 부정적 측면이 있겠지만 저는 한국의 현재 문화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홍콩에서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신조어가 많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홍콩의 신조어룰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유학생 단상〉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칼럼입니다. 대학생활이나 한국생활에서 느낀 점, 유학 생활의 애환, 그밖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곳 opinion@unn.net  자세한 문의는 02- 2223-5030.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