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호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교육부가 또다시 개별대학 입시에 개입해 논란을 자초하고 나섰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고려대가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학생부교과전형을 9.6%에서 27.8%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담자 총장에게 ‘정시 확대’를 별도로 주문했다.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 따라 정시모집을 30% 이상으로 확대해 달라는 것이었다. 개편안에 따르면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시모집 가운데 하나만 늘리면 되지만, 교과전형이 아니라 정시모집을 30% 이상으로 늘려달라는 구체적인 ‘주문’이기도 했다.

이같은 교육부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주요대학 총장, 입학처장 등에게 정시를 늘릴 것을 주문해 홍역을 치렀던 것이 불과 1년 전 이맘때 일이다. 당시 박춘란 전 교육부 차관은 ‘수험생 기회보장’ 등을 이유로 몇몇 주요대학에 적정 수준에서 수시확대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 교육부의 말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주요대학들은 입학처장들이 모여 논의한 끝에 끝내 지침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이번 교육부의 행동은 작년 벌어진 사태와 본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없다. 차관이 고등교육정책실장으로, 여러 대학에 요청하던 것이 1개 대학에 요청한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개별대학 입시에 교육부가 직접 개입하려 했다는 점은 같다.

결론도 ‘판박이’다. 고려대는 결국 여러 요구들을 반영하겠다며, 내년에 발표할 2022학년 대입전형에서는 정시모집을 확대하겠단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정부재정지원사업이라는 ‘칼자루’를 쥔 교육부의 권고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교육부의 의도가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여 자격으로 제시된 수능 또는 학생부교과전형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라는 것 가운데 학생부교과전형 확대는 상위권 주요대학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정시모집 확대 시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지방 소재 대학들에 일종의 ‘예외’를 열어준 것에 불과하다. 상위대학 입시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한 대입구조를 볼 때 고려대가 학생부교과전형을 확대하는 방향을 택한다면, 다른 대학들도 학생부교과전형 확대를 택할 수 있다는 것을 교육부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더라도 개별대학 입시에 교육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란 어렵다. 입시를 어떻게 설계하고 시행할지는 대학 고유의 자율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시모집 30%는 2022학년부터 적용되는 사안이기에 2021학년 시행계획을 두고 교육부가 별도 지시나 권고를 해야 할 개연성도 낮다. 

굳이 교육부가 개별대학을 상대로 ‘감 놔라 배 놔라’ 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정부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라는 개별대학 입시 평가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생부교과전형 30%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면,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만 대학 측에 명확히 알리면 된다. 굳이 전형비율을 들먹이며 대입전형에 개입하려 드는 것은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그간 교육부가 강조해 온 대입정책 중 하나인 ‘안정성’과 비교해 보더라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리는 만무하다. 학생부위주전형의 비중이 크고 정시 모집 비율은 적은 고려대가 정시를 30% 이상으로 늘리려면, 결국 학생부위주전형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2018학년을 기점으로 교육부 정책에 적극 호응, 학생부위주전형 확대에 나선 배경을 볼 때 흐름 자체가 바뀌는 일이다. 최상위 대학에서 벌어지는 갑작스런 전형기조 변화는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안겨다 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일처럼 교육부가 개별대학 입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원천적으로 차단할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교육부의 돌출행동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면,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렇게 교육부가 대입전형에 개입할 것이라면 차라리 직접 선발해서 대학에 학생들을 나눠달라. 어느 대학보다도 좋은 인재들을 길러낼 자신이 있다”는 대학가의 일갈을 교육부가 새겨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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