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청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우리나라 사학은 일제강점기부터 민족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학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각 사립대의 설립이념과 이상은 시대적 상황, 설립위치, 설립목적 등에 따라 다양한 설립이념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고등교육인력을 배출하는 데 헌신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립대는 대학교육의 70~80%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시대적으로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민족의 얼을 되살리고 조국을 발전시키기 위한 취지로서 민족대학의 이상이나 참된 한국인을 양성하는 데 설립취지를 두고 있는 대학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초기의 우리나라 사립대의 설립이념과 목적을 보면 주요 사립대들은 서양의 선교사들에 의해서 미션스쿨 형태로 설립, 발전됐고 또 한편으로는 민족대학 형태로 발전된 대학도 있다. 이 시기에 여성의 교육을 강조하는 목적에서 여성대학으로 설립된 대학도 있었으며 지역적으로는 지역거점대학의 형태를 띠면서 도립대, 시립대, 지방토착형 사립대로 설립이념을 정립한 대학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사학은 지역, 종교적 색채, 시대적 상황, 산업구조와 관련된 인력수급 그리고 세계적인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이상 등이 통합적으로 반영된 형태를 띠었다고 볼 수 있다. 선교사들에 의해서 설립된 미션스쿨들의 형태의 경우 주로 기독교 중심으로 이뤄져 왔고 종교적 설립목적의 경우에는 가톨릭, 그리고 일부 불교적 성격을 띠는 설립이념을 중심으로 발전돼 왔다. 그리고 그 규모면에서도 대규모 대학의 형태를 보이거나 중규모 대학의 형태를 띠었으며 종교적으로 특화된 사립대의 경우는 종교지도자나 목회자 그리고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 중심으로 설립이념이 정립됐다고 볼 수 있다.

그 후 1980년대초 고등교육이 대중교육화되기 시작한 후부터는 1900년대 초반과는 달리 전국적으로 사립대의 모습이 다양해지면서 여러 지역에 우후죽순처럼 설립이 활발히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설립이념은 전통적인 미션계통의 사립대나 민족교육 사립대 형태를 벗어나 산업구조 변화를 이어받을 수 있는 실용학문 중심의 설립이념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대체적으로 설립이념을 보면 공통적인 설립이념으로 인간을 배양하는 이상, 세계적 시민을 양성하는 이상,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이상 그리고 창조적이고 도덕적인 인간을 기르는 이상 등 유사한 점이 있으나 설립된 위치와 시기에 따라 다소 설립이념과 이상의 변화가 있어왔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립대들의 설립이념 구현에 대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설립이념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이유는 대학의 대중화 과정에서의 지나친 경쟁체제와 국·공립, 사립 간의 역할과 기능의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통제, 국·공립과 사립에 대한 구분 없는 획일적인 정책을 수행해온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에 위치한 대학에 대한 차별도 주요 이유가 될 수 있으며 많은 경우에 획일화된 잣대와 정책, 획일화된 법적 규제 등이 사립대의 설립이념과 상관이 없는 오늘날의 대학들의 모습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라도 사립대의 설립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특성화와 다양화에 부합할 수 있는 유연한 행·재정지원정책을 비롯한 다양한 사학육성정책들이 정립돼야 한다고 본다. 다른 나라의 사립대 정책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사립대는 지나친 표현을 빌려 쓰자면, 성장과정에서 많은 통제와 규제 그리고 획일적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설립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볼 수 있는 자율과 책무의 두 축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는 풍토 속에서 나름대로 어렵게 성장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나 미국 사립대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사립대의 모습은 각기 다양화되면 될수록 다양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고 지역적, 산업적, 시대적 특성에 걸맞은 특화된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정부 정책도 전향적으로 사립대 친화적 정책으로 탈바꿈해야 하고 사립대들 또한 설립이념을 되새겨 이제라도 설립이념에 부합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대학의 모습으로 특화되고 성장, 발전하는 데 함께 노력해야 되리라 믿는다.

특히 시대를 읽는 설립이념과 창학정신을 기반으로 4차 산업사회에 부합하는 인재를 기르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 생각된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카네기멜론대나 시카고대, 스탠퍼드대 등이 그러했다. 미국의 인디애나주에 있는 노틀담대가 초창기에 단 100달러를 가지고 눈 내리는 허허벌판에서 기도로 시작해서 오늘날 세계의 명문대학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던 것은 사립대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다양한 정책을 통해 눈부신 성장과 훌륭한 교육의 산실을 이룬 것임에 대한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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