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지음 《남방큰돌고래》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안도현 시인의 《연어》는 1996년 출간 이후 22년 동안 142쇄, 106만부 이상이 판매(2019년 4월 현재)됐다. 《연어》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장르를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어른과 청소년 모두에게 순수 지향의 동심을 들려주었다. 이번에 펴낸 《남방큰돌고래》에서는 안시인의 한결 원숙해진 필체와 폭넓은 철학적 사유를 만날 수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사람들에 의해 불법으로 포획됐다가 자유를 찾은 한 소년기 남방큰돌고래를 모델로 하고 있다. 그 돌고래의 이름이 ‘체체’. 체체는 인간이 쳐놓은 그물에 포획되고 길들여져서 쇼돌고래로 전락했다가, 특별한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 제주 바다로 돌아간다. 여기까지는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제주바다로 야생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사건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가져온 것. 

《남방큰돌고래》는 시인 특유의 상상력을 발동해 현실에서 훨씬 더 나아간다. 고난을 겪고 훨씬 성숙해진 체체는 야생의 제주 바다에 적응하며 여러 사건을 겪는다. ‘나리’라는 암컷 돌고래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임종을 맞이한 할아버지 돌고래의 유언 ‘마음의 야생지대’를 듣고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감행한다. 남태평양까지의 모험을 통해 ‘체체’는 한 차원 높은 정신의 자유를 얻는다. 

시점과 문체에 변화를 주어 전체 서사에 적당한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 이 작품은 계통적으로는 성장 모험담이면서 한편으로는 거의 모든 동화가 그러하듯이 판타지에 해당한다. 은유와 잠언이 적절히 배치된 동화 《남방큰돌고래》는 여러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읽을 경우 이 이야기는 환경 보호, 전쟁 반대, 평등, 페미니즘, 동물의 권리, 동물해방, 해양쓰레기 투기 반대 같은 목적적인 의미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안도현 시인은 그런 시대적이거나 구호적인 의미를 넘어서, 지구라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자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지구와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열린 시각에서 체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젊은 안도현 시인이 《연어》를 통해 모천(母川)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강렬한 생명성에 주목했다면, 이제 장년을 넘어선 시인은 생명성과 함께 정신의 자유를 얻어가는 과정을, 물아일체의 동양적 사고를 통해 은유적으로 들려준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연어』가 열지 못했던 깊은 철학적 사유의 세계를 활짝 열어젖힌다. 그 세계에서 안도현 시인의 분신인 철학자 돌고래 체체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정신의 자유를 찾을 수 있는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가?” 

이 이야기는 세상이 호기심의 대상인 순수한 소년부터, 지속가능한 세상을 염원하는 어른들에게까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일리아드의 《오디세우스》나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와 같은 동경과 모험의 해양 판타지 형식을 차용한 이 돌고래 체체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우리가 사는 지구와 자연과 사람의 세상이 모두 연결돼 있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미 깊은 원칙을 제시한다.

안도현 시인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Human&Books / 1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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