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5,6월 중 고등교육 혁신방안 발표 예정
전문대에 대한 시대요구 질문에 “4차 산업혁명보다 현장 변화 주목해야”
산학협력, 재정난, 전문대 정체성 등 종합 대책 필요
전문대교협 “직업교육진흥법 제정으로 해결”

4월 24일 한국영상대학교에서 열린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간 ‘제3차 고등직업교육정책 공동TF 회의’ 모습. 이날 회의에서 직업교육진흥법 제정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다.
4월 24일 한국영상대학교에서 열린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간 ‘제3차 고등직업교육정책 공동TF 회의’ 모습. 이날 회의에서 직업교육진흥법 제정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교육부가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대학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보다 산업의 변화에 주목하고 보다 근본적인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직업교육에 대한 안정적인 정책 추진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4월 8일 교육부 출입기자단과의 정책 토론회에서 유은혜 부총리는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고등교육 혁신 문제인식의 출발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이 어떻게 미래인재를 성장시키면서, 우리 사회를 주도할 역량을 키울 수 있는가”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인재 양성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갖고 이번 혁신방안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4월 25일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상반기 연수에서는 혁신방안과 관련해 안수미 전문대학정책과장이 시대적 변화가 전문대학에 요구하는 바와 전문대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묻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문대학에서 바라보는 주목할 만한 시대적 요구는 무엇이었을까.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시대적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는 직업교육의 질 개선이라고 답했다. 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에 매몰되기보다 실제로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는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차근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LINC+) 육성사업 고도화형사업단협의회 회장은 “전문대학은 일반대에 비해 단기간의 학제를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장기적인 변화에 주목하는 거시적 시각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시적인 시선에서 산업의 변화를 파악하고 긴밀하게 대응해 즉시 산업에 투입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중요한 키워드로 통용되고는 있지만 거대한 흐름을 주목하느라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변화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현대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은 “현재 전문대학은 직업교육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제시해 직업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고등직업교육중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분석했다.

직업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 만큼, 혁신방안에는 전문대학이 산학협력, 현장중심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 전문대학의 요구였다.

주원식 한국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 회장은 “직업전환교육과 새롭게 요구되는 직무능력교육, 그리고 산업현장과 간극을 줄이는 현장중심교육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바로 전문대학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형평성 있는 정부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은 특히 현장실습에 대한 인증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희 회장은 “전문대학은  시대의 트렌드 및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현장실습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국가기반 현장실습 산‧학‧관 평가인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차근 회장도 “산학협력이 양방향으로 이뤄지도록 지원할 때 교육의 질이 올라간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직업교육의 학사제도 혁신이 더욱 강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업연한 다양화도 지속 요구됐다. 이현대 회장은 “전문대학에 현재의 2~4년 과정뿐 아니라 6개월, 1년, 석·박사과정 등 다양한 수업연한을 가진 교육과정이 가능하도록 학사제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주희 회장은 "전문대학은 지역사회 평생직업교육 대학, 즉 ‘글로벌 커뮤니티 칼리지(Global Community College)’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수업연한 다양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대학의 정체성과 관련해 고등교육기관의 설립 목적과 교육 유형에 따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현대 회장은 “이번 혁신방안을 통해 정부차원에서 고등교육기관의 유형별 역할과 기능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전문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직업교육은 폴리텍 대학, 산업기술대학, 일반대와 같은 고등교육기관은 물론 마이스터고, 일반 직업교육 관련 학원들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학제와 관계없이 실무기술을 중시하는 대학은 전문대학으로, 연구와 학문을 중시하는 대학은 일반대학으로 획기적으로 바꾸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체성 문제와 더불어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일반대에 대해 부족하다는 지적과 등록금 동결 및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재정난은 오랜 숙제였다. 이처럼 해결이 시급한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정부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지원 책무를 분명히 하고 전문대학의 어려움을 타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보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면서 가칭 ‘직업교육진흥법(안)’의 제정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교육부와 전문대교협 공동TF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황보은 사무총장은 “직업교육진흥법 제정을 통해 직업교육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실습교육이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실습교육 관련 사항을 법으로 정해 직업교육을 질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직업교육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질적 향상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려면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법적 근거도 직업교육진흥법으로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주희 회장 역시 직업교육진흥법 제정 요구에 힘을 실었다. 그는 “개혁과 혁신을 위해서는 현재 잘못된 실태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것부터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교부금법과 직업교육법 등 전문대학 혁신에 필요한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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