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5일의 어린이날과 8일의 어버이날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선물을 하는 훈훈한 날이다. 어린이날은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장난감을 받으면서 기뻐하는 날이며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는 행복한 날이다. 어버이날은 어린아이가 삐뚤빼뚤한 손 글씨로 쓴 편지나 카드가 부모에게 감동을 주는 선물이 되고, 성장하면서 카네이션과 필요한 물건, 그리고 용돈으로 선물이 바뀌면서 부모에게 감동을 주는 날이다.

아주 작지만 정성스런 선물과 마음을 담은 편지는 가족의 단합을 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훌륭한 일이다. 필자도 고등학교 때에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살 돈이 없어서 종이로 카네이션을 만들고 편지를 써서 드린 일이 있다. 그 카네이션을 받고 편지를 읽으시던 어머니께서 엉엉 우셨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결코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는 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

이제 시대가 변하면서 소박한 선물과 진심 어린 마음을 담은 편지로 감동을 주고받는 일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심지어 어떤 부모는 어버이날 선물은 좋은 성적이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하는데,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경우에 더 많다고 한다. 선물이 마음을 담은 것에서 숫자로 표현되는 성과로 변했다. 대학 입시의 영향을 받은 것이리라.

정신과 의사이나 《무기력의 비밀》 《공부 상처》의 저자인 김현수 박사는 한국의 가족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의 가족은 입시를 중심으로 기획된 가족으로, 어머니가 총괄기획자이고 아버지는 기금 조성자, 그 외 사람들은 이런 입시 중심의 가족 시스템을 지원하는 각기 역할을 맡은 시스템의 일부이다.” 한국의 가족 중심에 입시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공부 상처》에서 또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하루라도 혼나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날이 없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공부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참 많이 혼납니다. 공부 때문에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많은 상처를 받습니다.”

아이들은 가장 편해야 하는 가정에서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녀가 가장 사랑을 받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할 부모들에게서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있다. 김현수 박사는 공부 때문에 자녀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는 부모를 ‘헛똑똑 부모증후군’이라고 했다.

‘헛똑똑 부모증후군’ 부모는, “정서적으로는 차갑고, 도덕적으로는 올바르고 그래서 잔소리가 많고, 체면과 평가목표와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고,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자녀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있다고 믿으나, 자녀들은 그런 엄마(아빠)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자녀들은 그런 가정을 버리고 싶어 한다. 필자가 만나 본 아이 중에는, 자신이 능력만 있다면 가출하고 싶다는 아이가 있었다. 성적이 좋지 않다고 밤에 자주 혼나서 눈물을 머금으면서 잠자리에 드는 날이 많았다. 그 학생의 성적은 계속 떨어졌으며 부모님께 자신은 의미가 없는 존재라 하면서 울먹거렸었다. 그 아이의 매일은 행복하지 않았으며 집에 가기 싫어했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가장 많이 낮추는 사람이, 아이들이 가장 믿어야 할 부모라는 연구 보고도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자녀는 부모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고, 부모 역시 자녀가 갖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그 소중한 선물인 아이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만큼은 행복한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가정에 자녀가 있을 때 더 풍성한 가정이 되고, 자녀가 행복할 때 가정은 천국과 같아질 것이다.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공부가 아무리 중요해도, 가정은 소중한 선물끼리 함께 하는 곳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숫자로 표시되는 선물보다 서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하는 사랑과 인정의 선물을 주고받아, 가정을 천국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필자는 가정은 지상의 천국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렇기에 가정은 얼마든지 천국을 흉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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