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난 해결책은 ‘대학 구성원 생산성 높이고 수익 높이는 것’
“대학의 글로벌화로 유학생 유치, 경쟁력 강화해야”
“지역발전의 거점은 대학”…“상향식으로 변화 일어나야 혁신 가능”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대학 혁신이 더 이상 정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전문화와 특성화, 글로벌화와 같은 대학별 특성에 기반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대학 혁신이 더 이상 정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전문화와 특성화, 글로벌화와 같은 대학별 특성에 기반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한국생산성본부로 30여 년 만에 돌아왔다. 그 사이 선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현실 정치와 4차 산업혁명, 중소기업 문제 등에도 관여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4차 산업혁명 전문가로도 불리는 노규성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산업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에 대한민국 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국생산성본부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문제는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생산성본부 회장으로서 시대에 맞는 인적 자원을 기르는 데 필요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그의 대학에서의 경험이 발휘될 것이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노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뿐 아니라 대학의 글로벌화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물론, 우리 교육 시스템의 해외 진출, 해외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발전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 물론 대학의 혁신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노 회장을 만나 이 시대 대학이 나아갈 길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4월 22일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어떤 공로를 인정받은 것인가.
“감사한 일이다. 자랑하는 것 같아 쑥스러운데, 오랫동안 한국디지털정책학회 회장으로 있었다. 디지털 정책의 핵심이 정보통신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정책 연구에 공헌을 해 왔다. 우리나라가 다시 ICT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동안 사라졌던 과학기술부를 복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고, 전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부활하는 데 노력을 했다. 그리고 현 정부가 들어설 때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을 맡아 4차 산업혁명 전략을 구상하는 데 일조했다. 그런 활동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신 것 같다.”

-여러 정책 구성에 참여했고 정보통신 정책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학회를 통해 나온 학자들의 의견을 집약해 정부에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정책들을 제가 개발했다기보다 자문 역할을 했던 것이었다. 나는 상아탑 속 거룩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장의 의견을 뽑아 전달하는 역할을 하려고 했다. 기업들의 목소리, 특히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전할 때도 그랬다. ICT 분야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연구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상생에 관한 연구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구조뿐 아니라 고용시장까지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특히 고등단계의 직업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이 때 대학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창의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곧 불확실성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 즉시 적응할 수 있으면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 학습해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협력적 사고,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지식창출형 인재, 지식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

-이에 잘 대응하고 있는 해외 대학 사례를 소개한다면.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이미 미래산업 변화에 필요한 핵심역량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스탠퍼드, 올린 공대는 팀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하는 역량을 중점적으로 배양하고 있다. 학과 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교육, 산학협력을 통한 프로젝트 수행과 같은 시도도 이뤄진다. 미네르바스쿨, 난양공대는 토론 중심의 수업으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고 있다. 생산성본부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양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SW코딩자격을 개발하고 확산시키며 코딩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고 빅데이터, VR, IoT 등 신기술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글로벌 인증 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아두이노’사와 협력해 메이커 교육 확산도 추진 중이다.”

-대학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의식이 대학가에 팽배해있다.
“더 이상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혁신으로는 안 된다. 대학 사회에도 전문화와 특성화, 글로벌화와 같은 대학별 특성에 기반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정책에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지금은 재정 건실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결국 재정 건전화는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하기에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교수에 대한 동기부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외부 프로젝트 수주와 같은 방법으로 교수의 성과를 인정하고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교수의 창업을 독려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학교 재정으로도 활용할 뿐 아니라 인센티브로 재투자하는 구조도 제안하고 싶다. 또 직원의 업무 생산성도 높여야 한다. 직원들 사이 구조적인 문제로 안주하는 경향이 없는지 살피고, 업무 성과에 연동되는 보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업무 몰입과 관련된 컨설팅을 받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대학이 재정 수입을 늘리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학생 충원율을 높이는 방법과 글로벌화가 있다. 먼저 학생 충원율을 높이려면 기업 수요에 기반한 취업연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실무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내실화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콘텐츠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국내 학생뿐 아니라 해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학생을 데려와 교육하는 방법이 아니라 내실 있는 교육, 현장실습, 장학연계와 같은 방법으로 잘 가르쳐서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우수 인재로 대우받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대학 내에 경쟁력을 갖춘 특화 분야를 해외로 진출시키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생산성본부는 대학의 글로벌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봐도 좋을 것이다. 그 외에도 대학이 가지고 있는 교육 인프라나 기타 자산을 지자체, 지역 기업과 공유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생산성본부는 그간 대학 교육의 혁신을 위해 노력해왔다. 대학 컨설팅이나 연수 분야를 보강할 계획은 없나.
“현재 생산성본부에서 대학을 총괄하는 부서는 ‘대학&글로벌생산성센터’다. 과거 컨설팅을 부실대학의 정상화, 학과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우수 대학의 해외 진출, 외국 유학생의 한국 유치, 세계적 대학과의 협업 추진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이미 글로벌 협력사업으로 벨기에의 겐트대와 글로벌 해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남방국가들과 에듀테크 부문에서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대학 간 교류와 유학생 유치, 에듀테크 기업의 현지 홍보가 목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대학과 해외대학, 기업, 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글라데시 기술교육 및 청년취업강화사업 주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외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학생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이나 글로벌 SW 코딩 마스터 과정을 운영하는 것과 같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학생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의 고객인 대학이 어려워지는 만큼, 더욱 다양한 요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생산성본부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2월 본지에 기고한 글에서 대학이 지역발전 및 창업혁신의 거점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미래교육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에듀테크 선도국인 영국을 방문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지역은 첨단산업 집적단지의 대명사이나 처음에는 산학연계에 보수적이었다. 혁신을 이끈 것은 케임브리지 대학과 케임브리지 시(市)였다. 케임브리지 과학단지는 하향식이 아닌, 대학 구성원과 실무자들이 자신들의 수요에 맞춰 개발계획을 세우는 ‘상향식 변화’를 통해 형성됐다.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산학연구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또 물적 인프라보다는 관계 주체들의 네트워킹과 기업지원 서비스가 지역 내 집적된 것이 케임브리지 과학단지의 발전을 이끌었다. 결국 상향식 변화, 적극적인 산학연계, 지역 내 인프라 집중, 지역특화가 케임브리지의 성공 요인이었다. 이 점을 배워야 한다. 대학이 지역발전과 산학협력, 창업 혁신의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지역기업의 특성에 맞춰 맞춤형 인력을 양성해 지역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전문대학은 인력 공급 측면에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상생을 위해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산학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연구중심대학과 고등직업교육대학은 역할을 이원화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현장중심형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중소기업은 근무환경이 열악해 지원자가 부족하고, 또 인력의 직무역량도 현장의 요청에는 미치지 못하는 미스매치 현상을 겪고 있다. 이는 기업이 해결할 부분과 대학이 해결할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있다. 우선 전문대학은 특성화와 산업연계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지역산업의 직무에 맞춰 ‘친중소기업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의 산업현황, 고용수급현황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산업체의 수요를 바탕으로 한 실무 역량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우수 중소기업을 협력기업으로 확보하는 것이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다. 또한 정부 정책도 전문대학이 실용적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해결할 부분은 무엇인가.
”중소기업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임금수준을 개선하고 근로자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 개선과 중소기업 일자리에 대한 정보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생산성본부는 이 부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좋은 중소기업을 알리면서 인식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도 추진 중이다. 앞으로도 중소기업과 대학을 연계해 수요공급의 미스매칭을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이를 통해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본지의 슬로건은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대학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대학 경쟁력 향상의 핵심은 고객이다. 이제는 대학도 ‘고객만족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고객이 만족할 때 비로소 완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대학의 고객은 학생과 기업으로 볼 수 있다.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혁신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기업이 만족할 만한 학생을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원의 역량강화가 중요하다. 먼저 교수 사회부터 혁신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키울 수 없다. 학생들과 상호작용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자, 코치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학습방식의 도입, 콘텐츠 변화도 필요하다. 또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개발을 실천하고 기업을 위해 장비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개발하는 협력을 이뤄가며 연구 성과를 상품화해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교수와 직원의 업무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학생 중심의 맞춤형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취업이나 창업과 같이 원하는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관련 DB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최용섭 본지 발행인(오른쪽)과 노규성 회장이 대학의 미래교육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최용섭 본지 발행인(오른쪽)과 노규성 회장이 대학의 미래교육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노규성 회장은…
한국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영정보 석사와 박사를 했다. 1986년부터 1987년까지 한국생산성본부 선임연구원을, 1987년부터 1996년까지 한국신용평가에서 DB팀장을 맡았다. 1997년부터 2017년까지 선문대 사회과학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2018년까지는 선문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제2분과 자문위원, 행정자치부 정책평가위원, 정부업무평가실무위원회 위원, 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행정자치부 정부3.0컨설팅단 컨설팅위원,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2004년부터 한국디지털정책학회 회장을 맡아왔으며, 2017년부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혁신생태계확산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2018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에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발행인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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