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대학경영도 이제는 시장에 바탕을 둔 융합혁신적 경영사고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존립과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 즉 수요자와 경쟁자 차원에서 수월적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학내외 관련된 모든 요소들을 융합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소매경영기법을 숙지하고 이의 원리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접점에서 소비자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시장의 변화에 따라 생물처럼 움직여야 하는 활동이 소매이며 이를 관리하는 것이 소매경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대학들은 국내외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헤쳐나가기 위해 소매경영의 원리를 대학경영에 도입하고 있다.

대학경영에 소매경영의 원리를 도입해 보면, 우선 대학의 형태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소매업태의 개념은 백화점, 할인점, 전문점, 쇼핑몰, 온라인 업체, 복합 소매업태, 옴니채널 등 다양하다. 대학의 경우, 설립 이념과 중장기 예측과 전략을 바탕으로 소매업태의 개념을 활용해 대학의 형태를 정립하고 미래 변화에 따라 생물처럼 유연하게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미래 수요와 경쟁의 변화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더라도 미래의 대학 모습을 통찰력을 가지고 선도적으로 그려나가야 한다.

대학의 형태가 정립되면 다음으로 대학의 핵심 수요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어떠한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언제·어디서·어떻게 대학을 선정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핵심 고객의 욕구와 수요를 명확히 이해하고 동일한 대학 형태의 경쟁자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 우위를 지니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제 대학은 확실한 킬러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표적시장을 명확히 한 후, 이에 대한 시장전략과 재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학의 시장전략은 대학의 비전과 목표를 우선 정립하고, 다음으로 대학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분석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상황분석은 대학의 외부환경에서의 기회와 위협, 경쟁대학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지는 강점과 약점에 대한 분석을 말한다. 상황분석이 끝난 다음 단계는 대학을 성장 발전시키기 위한 기회를 파악하고 대학의 매력도와 경쟁력을 고려, 평가해야 한다.

여기서 성장전략으로는 기존 표적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해 대학을 성장시키는 전략, 잠재 표적고객들이 있는 새로운 지역이나 연령층을 공략하는 전략, 새로운 단과대학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학을 성장시키는 전략, 기존 대학과는 별도의 대학이나 대학원을 통해 성장하는 전략 등도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인 성장기회도 늘 검토해야 한다. 최근 미르네바대 글로벌 성장모델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글로벌 대학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의 재무전략은 사회공공성 차원에서 그리고 대학 브랜드의 수월성을 제고시키는 것을 전제로 산관학협력사업이나 대학 경쟁력과 연관된 수익성 사업을 적극 권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 마케팅전략과 재무전략을 바탕으로 대학의 중장기 차별화전략으로 대학 부지의 선정과 확대, 온라인 스쿨의 도입, 대학 정보시스템 및 공급체인관리, 학내외 대학 고객 즉 학생, 학부모, 동문, 교직원 등과의 지속적 관계관리 등을 대학의 사정에 맞게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전술적으로는 학교 교육 서비스의 다양화와 전문화 수준 결정, 등록금과 서비스 비용 책정, 교육 서비스별 커뮤니케이션 믹스의 개발, 교직원 및 학내 시설 관리, 학교 설계 및 디자인 관리, 학내외 고객 서비스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제 대학이 국내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매경영의 원리를 대학경영에 잘 접목해 변화에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대학조직으로 변모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소매경영을 가르치는 대학이 많지 않으며 기업들도 소매경영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그 원리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이는 경영학이 마케팅, 재무, 인사조직, 회계 등 기능적으로 분화돼 이를 소매업체 차원에서 융합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소매경영에 대한 교육과 활용이 더 확대되기를 진정으로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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